어떤 잡놈야?

잡초론 1

by 정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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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 이사한 지 6개월이 되니 조그만 정원에 들어앉은 잔디가 새싹을 냈다. 겨울, 누런 색의 잔디를 보며, ‘언제 초록으로 자랄까?’, ‘죽지는 않겠지, 뿌리가 얼려나?’ 군산 연평균 온도가 높은 데도, 남편과 정원을 바라보며, 애가 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다. 봄이 되니 잔디뿐이랴! 이름 모를 잡초들이 잔디와 잔디가 뻗어나갈 빈 땅에 한 가득 움트고 있었다. 잔디가 죽었을까 걱정을 했다니, 한심하다.


출근 전 5분, 10분, 퇴근 후 20분, 30분, 시간 날 때마다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았다. 이제 막 움튼 잡초에서, 번듯하게 잎을 벌린 잡초까지. 토요일 아침, 집에 도착한 아들은, “엄마, 뭘 그리 뽑아요?” 하며 무거운 가방을 메고, 반가움을 입에 물고 온 비둘기처럼 살갑게 말한다.

“힘들어요, 그만하세요!”

내가 뽑아 놓은 새싹 같은 잡초를 보고는, “작네요. 그냥 살게 두세요”

“아들! 그럼 잡초밭 돼!”

아들은 생글생글 웃으며, “조금 자라면 뽑아요” 한다.

“어릴 때 뽑아야 쉽지. 자라면 뽑기 어려워, 잔디도 잘 번지지 않고”

남편은 아들 캐리어를 엉거주춤 들고는, “네 엄마가 그만 하래도 저런다. 좀 자라거든 뽑아도 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잡초를 뽑아, 아주 무서워!”라며 아들과 한편인 듯 속삭인다.

“아니~~, 자란 후 뽑으면 힘들다니까. 싹일 때, 뿌리 채 뽑아야 쉬워!”

고개를 숙이고 잡초를 연신 찾는 내게 아들은, “엄마, 개도 생명인데 좀 살라고 해요. 살살하세요”한다.

“내가 가꾸는 실체는 잡초가 아니잖니. 엄마의 목표는 잔디라서” 내가 웃으며 잡초를 손에 들고 아들을 바라보니, “너무 힘들까 그러죠” 한다. “아들밖에 없네, 아빠는 꾀만 내지” 하니, 남편은 눈을 흘기고는 들어가 버린다. 아들은 잔디밭을 휘 둘러보고는 “전 들어가요”한다. 봄처럼 생기가 가득하다.


나무들 사이와 잔디밭 외곽을 관리하기로 한 남편은 잡초가 얼추 자라면 베버리겠다며, 내가 잡초를 뽑을 때 잔디밭에 나와 이리저리 서성이다 들어갔다. 어린 잡초를 뽑는 게 쉽다 말해도 들은 척도 않았다. 잔디의 생명력으로 정원은 제법 모양을 갖춰가기 시작했으나 정원 외곽은 사정이 달랐다. 초여름 장맛비에 잡초는 거대하게 자랐고, 심지어 나무를 치받고 있었다. 남편은 장마 후 옷을 단단히 입고는 투지를 불태우며 잡초 제거를 위해 나섰다. 나가보니, “아 이거 생각보다 힘드네, 대단하네 잡초가” 한다. 뽑기에 실패한 남편이 결국 커다란 전지가위로 잡초를 싹둑싹둑 잘라냈는데,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땀을 뚝뚝 흘리며 잡초를 제거하던 남편이, “내년에는 제초제를 뿌려야겠어!”라며, 더운 숨을 쉬었다. “코딱지 만한 정원에 제초제!” 내가 혀를 차듯 말하니, 남편은 “아니 저렇게 자랄 줄 몰랐지, 정말 놀랍네” 한다.


내가 쌤통 이란 듯 남편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며, “사람 맘도 온갖 잡초 같은 생각이 들어차는데, 당신은 자리 내주고 잘 키우겠네, 잡초 같은 생각도 자리를 틀기 전에 뽑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자리를 틀고 앉아 버려”.

남편은 비 오듯 떨어지는 땀방울을 연신 훔치며 무슨 소린가 한다.



“잡초를 몇 개월 뽑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수양하는 사람들이 뭘 날마다 하나 싶었는데, 다 잡초 같은 생각을 뽑아 자신만의 ‘생각 정원’을 키운다고!”



남편은 벌겋게 달아오는 얼굴로 날 빤히 본다.

“잡초론! 어때”

남편은, “잡초를 연신 뽑더니 생각 자리에 ‘잡초론’을 붙이네. 참!” 하며, 뒤돌아 서서 마당의 잔디를 보며, “잡초론이라” 하며 웃는다.

“왜? 내 말이 틀려?”하고 물으니, “그러네, 얼추 자라면 뽑기도 쉽고, 자르기도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네, 자리 잡으니 뽑기 어렵네!” 한다.

“당신, 조심해. 내 머릿속에 어떤 잡초가 자랄지 모르니 말이야. 저 잡초처럼 잘 키워보던가? 그리 게을러서 와이프 관리가 되나?” 내가 웃음 가득 놀리니


“뭐라고? 어떤 잡놈야?”


우린 뜨거운 한여름 무럭무럭 자라는 잔디와 잡초를 보고 한 가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