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론 2
“잡초는 어디서 이리 오나?”
내가 봄내 잡초를 뽑고, 장마 비에 쑥 자라난 잡초를 보며, 뚝 말을 던지니, 남편은, “왜 잡초겠어, 어디서 오는지는 중요치 않아! 잡초라는 사실만 있지” 한다. 하루에 한 시간은 잡초를 뽑는데, 잡초는 끝이 없다. 씨가 어디서 오는지, 뭔 씨 인지 모르지만, 코딱지만 한 정원에서 ‘자연이란 농부’의 거대한 씨 뿌림을 체험하게 되었다.
“여보, 놀랍지 않아? 내가 뽑고 뽑아도, 또 잡초가 있네”
결혼할 때 엄마가 챙겨준 표주박에 한 가득 뽑은 잡초를 보여주며 말했다.
“어디서 날아오나? 흙에 숨어있나?”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 ”당연 날아오고 숨어있지.. 봐봐. 사방의 잡초들! 열심히 씨 뿌리고 있지”
“그러네”
집 주변 빈 택지들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잡초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냥 쉬엄쉬엄 해. 잡초도 순리에 따라 자라는 것이니”한다.
“순리라. 씨 뿌림의 순리라, 좋네!” 나는 빙 둘러 빈 택지들의 잡초를 바라보며 되뇌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잡초는 자라고 자라, 잡초 뽑기는 끝이 없다. 겨울엔 잡초가 없을 줄 알았는데, 있었으며, 씨 뿌림과 함께 잡초의 생명력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주었다! 잡초 뽑기를 일 년 넘게 하던 즈음, 남자들의 씨 뿌리기 근성이 거대한 자연의 순리라는, 그들의 씨 뿌리기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 ‘무릎이 딱 쳐질 정도’로 이해가 됐다. 잡초 씨도 공간과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어디선가 살아볼라 애쓰는데, 하물며 인간 몸속에 자란 씨앗들이 어딘가로 나가 자리를 틀고 싶은 본능이 어찌 없을까? 쪼그려 앉아 무릎을 잡고 한참 웃었다.
식후 해 지는 정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여보, 잡초를 뽑다 보니, 남자들이 왜 그리 섹스에 연연하는지 알았네”
남편은 “그래?” 하며 또 이 여자가 무슨 소리를 할까 한다.
“남자들이 나이들 수록 정력 타령에, ‘몇 번하니’ 하며 횟수에 집착하고, 젊은 여자들에 집착하는지”
이제 호기심이 동한 눈으로 날 보며 남편은, “왜? 갑자기” 한다.
“ 한 일 년 잡초를 뽑다 보니, 잡초도 죽어라 씨 뿌리고, 공간 탓 않고 사방에 자리를 틀고 자라는데, 남자들은 날마다 씨앗을 만들잖아, 그러니 터를 찾아서 나가야지, 자기 씨앗을 기회 되는 데로 좋은 곳에 뿌리야지 않겠어? 좀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네, 남자가”
남편은 웃으며, “뭐가 불쌍해” 한다.
“아니 그렇잖아.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여자 생각을 한다는 말을 농으로 알았는데, 잡초를 뽑다 보니 죽을 때까지도 씨 뿌리기 역할을 해야 하는 남자가 가엾게 느껴졌단 말이지, 씨 뿌리는 존재? ㅎㅎㅎ”
남편은 빙그레 웃으며, “뭐 불쌍할 것 까지야. 그 나름의 쾌~가 있는데” 한다.
“그렇긴 해도 여자는 일정한 씨앗을 태생부터 갖고 나오고, 그 씨앗이 소진되면 자연스레 씨앗으로부터 해방되는데, 남잔 끝이 없잖아”, 남편은 웃음을 거두고 “그런가?” 한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 ‘여자는 태어나서 여성이 되고, 폐경이 되면 인간이 되는데, 남자는 남성이 돼서 죽을 때까지 남성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고.
남편은 생각에 잠겨 “그럴 수도” 한다.
“여자야 말로 '성'으로부터 자유로와 지는 존재!”라 말하니, 남편은 “그런가? 생각해 볼만 하네, 여자는 여성에서 인간이 되어 인간으로 죽고, 남자는 남성에서 남성으로 죽는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폐경이 되어도 여성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남성도 다른 각도에서 인간에 대한 성찰이 있지”
그제서야 남편은 조금은 진중하게 생각을 보인다.
“내 말은 여성성이 사라진다는 게 아니라 씨 뿌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와 진다는 의미고… 남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고”.
남편은 반쯤 고개를 끄덕이다 한껏 웃음을 머금고, “아~~ 난 아직도 뿌릴 씨가 많은데” 한다.
“뭐라고!” 내가 눈을 흘기며 남편을 보니, “통찰력 높은 씨 뿌리기 깨달음을 하였으면 실행을 해야지, 실행!”
남편은 싱글벙글 웃으며 내 옆구리를 탁 친다.
“아하 그러셔?”
뜨거운 정원에 한바탕 장마 비 같은 웃음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