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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명 Oct 24. 2021

나와 고양이

일방적이라서 미안해

콩심이가 떠나고 어떤 사진도 찍지 못했다. 휴대폰 갤러리도 보지 못하고 있다. 아가야, 나에게 너의 존재란 나의 반이었어.


콩심이가 발정이 났다. 밤마다 울어댔다. 나는 같은 빌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 같아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궁디팡팡을 해주면 잠시 나아지는 것 같았으나 그때뿐이었다. 고양이 심신에 안정을 준다는 클래식을 틀어줘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콩심이 중성화수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나의 일방적인 선택이니까 말이다. 콩심이도 암컷인데 자기 새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콩심이가 새끼를 낳으면 나랑 공동 육아를 하면 돼! 나는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하고 수컷과 합사를 시키려고 했다.  콩심이의 강한 거부로 수컷과 합사는 실패했다. (수의사가 말하기를 고양이도 자기 스타일이 있단다.)


그런데 발정 주기가 점점 짧아졌다. 나는 수의사와 상담을 했다.

"고양이들 출산하면 생명이 단축돼요. 발정 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요. 자궁 질환 예방 차원에서 중성화 수술하세요. "

좁은 집에 같이 살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콩심이 울음 소리는 밤의 고요함을 깨트리기 충분했다.


콩심이를 데리러 갔는데 수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중성화 수술은 잘 됐어요. 그런데 자궁에 이상이 있어서요. 혹시나 걱정이 된다면 조직 검사 해볼래요?"

우리 같이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펑펑 울었다.

"네!"


다행히 콩심이는 회복이 빨랐다. 화가 풀리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지만. 수의사가 검사 결과를 이야기하면서 나를 위로?했다.

"중성화수술 죄책감 갖지 마세요. 특이한 케이스인데 계속 발정이 나는 병이었어요. 어차피 중성화수술이 필요했어요."


나는 그나마 좀 가벼워진  마음으로 콩심이를 대할 수 있었다. 다시는 너 아프게 하지 않을게. 미안해. 나의 일방적인 선택은 또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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