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에 가서 가끔 빵을 산다. 동네마다 한두 개씩은 꼭 있는 파리 빵집에서다. 우리 집 식구들 먹으려고 사기도 하고 직장동료들과 나눠 먹으려고 사기도 한다. 기존에 즐겨먹던 빵과 함께 신제품을 사 먹는 건 큰 기쁨이다. 가끔 신제품이 맛이 없어 실망스럽거나 돈이 아까울 때도 있지만, 워낙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곧 잊어버리고 신제품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빵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고 적립과 할인이 되는 카드를 내민다. 뒤에 줄을 선 사람이 없는 날은 여유롭게 지갑을 펼치지만, 뒤에 누구 한 명이라도 있게 되면 마음이 바쁘고 급해진다. 나 때문에 뒷사람이 많이 기다리면 안 되니까 그렇기도 하고 나도 앞사람 때문에 기다리는 게 싫어서도 그렇다.
한 번은 빵을 골라 줄을 서있는데 앞에서 계산하는 한 여자가 진상,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었다.
"
할인되는 카드 뭐가 있어요?
네, 통신사는 여기 쓰여있는 것들이 할인이 됩니다 고객님.
그럼 이거 할인 어떻게 받아요?
핸드폰에 통신사 할인카드 다운로드하셨어요?
아니요, 저 그런 거 없는데 그럼 신용카드는 할인 안 되나요?
네, 신용카드 할인은 없습니다 고객님.
그럼 이 빵은 통신사 할인받으면 얼마인데요?
아 그게 여기 쓰여 있는 대로 A통신사는 00프로... B통신사는....
(본인이 원해서 듣다가 귀찮은지 말 자르며) 그럼 적립만 되는 건 어떤 건데요?
그건 포인트 회원가입을 하시고....
(또 말 자르며) 회원가입도 하라고요?
"
뒤에 줄을 서서 그걸 다 듣고 있자니 미칠 지경이었다. 30대 여성 같은데 파리 빵집을 이용하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거의 알만한 것들을 계산대에서 물어보고 있는 것도 의아했지만 뒤에 사람이 줄을 서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게 더 놀라웠다. 더욱이 아르바이트생에게 그렇게 따지듯 캐묻는 말투는 당사자가 아닌 내가 듣기에도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다행히 내 뒤에 참을성 없는 고마운 아저씨 한분이,
"거, 길어지면 좀 이따가 물어보고 계산하세요. 뒤에 줄 서있는 거 안보입니까?"
하고 소리를 지르자 여자는 고개를 휙 돌려 아저씨와 나를 한번 째려보고는 신용카드를 내밀어 서둘러 계산을 하고 나가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뒤에는 다른 파리 빵집에서 지난번 여성이 갑자기 늙어서 온 같은 할머니를 한분 만나게 되었다. 그 일도 계산대에서 생긴 일이었다.
"
이거 빵 뜯어서 잘라줘.
네? 고객님 이 빵은 본사에서 포장해 오는 빵이라, 가지고 나가시는 거면 저희가 잘라드리지 못해요.
아니 내가 잘라 달라고 하는데 왜 못 잘라줘? 그거 잘라달라고. 다른 빵집은 다 해주는데 여긴 왜 못해줘! 그런 게 어딨어?
...
빨리 잘라 달라고, 잘라서 담아!
(거의 울먹이며) 원래 안되는데... 그럼 이렇게 해드리면 돼요?
"
할머니는 안된다는 걸 우기며 해달라면서 어엿한 성인인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로 명령을 했다. 뒤에서 그걸 또 보고 있자니 나는 아르바이트생이 불쌍해서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곧 자기 뜻대로 작은 머핀을 잘라 담는데 성공을 한 할머니는 계산을 하고 아르바이트생에게 빵이 담긴 봉투를 뺏다시피 하고는 빵집을 나갔다.
"아유 할머니 참 이상하시네. 안된다고 하는데 저렇게까지 하실 건 뭐예요. 힘드셨죠?"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아르바이트생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내 말을 듣지도 못하고 내 빵을 담아 계산만 했다. 얼마나 화가 나면 저럴까 싶어 마음이 안쓰러웠다.
요즘 식당이나 편의점, 빵집에 가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정말 많다. 어린 나이에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열심히 용돈까지 벌어 쓰는 그이들들 보면 참 대견하다. 근데 가끔 아르바이트생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화가 날 때가 더러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반발은 기본이고 괜한 분풀이나 요구는 덤으로 한다.
간혹 아르바이트생이 서툴러 실수를 해서 항의를 받는 경우도 본다. 또 아직 세상을 보는 눈이 넓지 않아 일을 유동적으로 하지 못해 답답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여 사실 나도 아르바이트생의 서비스가 불편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이 아니던가. 20대 초반이면 성인이기는 하나 아직 한참 어린 나이다. 자신의 일을 온전히 이해하고 또 완벽하게 일을 해 내기엔 부족할 수 있다. 돈을 벌러 나온 이 냉정한 세계에서 일을 잘 해내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을 대할 때 우리 어른들이 조금만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어른이 어른다워 보이는 건 '여유'를 가질 때가 아닐까 싶다. 우리 또한 그 시기를 지나오며 윗사람의 관용과 용서 포용을 바랐던 적이, 절실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생각하며. 어른들이여, 제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무리한 요구도 좀 하지 말고 화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