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과몰입러의 MBTI 고찰
“MBTI가 뭐야?” “ENFP, 넌?”
요즘 자기소개에 빠지지 않는 것은 MBTI, 성격유형검사 결과다.
아이스브레이킹부터 소개팅, 공식적인 면접에서도 MBTI를 보고 상대를 파악한다.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키워드조차 재기 발랄한 활동가) ENFP 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만큼 저 네 글자 알파벳을 참 많이도 말했다.
아직 안 해본 분은 15분만 투자해보시길.
MBTI 검사 시 3가지 주의사항은 되고 싶은 것이 아닌 진짜 나에 대해 정직하게 답할 것, 되도록 중립을 선택하지 말 것, 5초 이내에 답변할 것이다.
충실히 따라서일까?
나는 여러 번 했지만 같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MBTI가 이렇게까지 유행하기 전인 10여 년, 20대부터 한결같다.
대쪽 같은 ENFP.
알파벳 하나하나의 의미는 이렇다.
먼저 에너지를 얻는 방식, E는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는다. I는 홀로 충전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인식하는 방식이다. N은 직관에 따르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S는 감각형이라 표현하는데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히 처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세 번째는 판단하는 방식이다. T는 Thinking. 사실을 기반으로 맞다 틀리다로 판단하고, F는 Feeling, 감정을 우선에 둔다. 판단 기준은 좋다와 나쁘다.
마지막 알파벳은 살아가는 방식으로 J는 판단형. 계획과 결정에 능하지만, 그 계획이 틀어졌을 때 스트레스가 높다. P는 인식형. 즉흥적이고 계획 대신 융통성을 탑재해 일정이 변경돼도 크게 마음 쓰지 않는다.
그렇게 총 16가지 조합이 나오는 것이다.
1943년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가 완성한 이 MBTI 이론 덕분에 우리는 “저 이런 사람이에요.” 구구절절 설명보다 “ENFP에요.” 한 문장에 나를 표현할 수 있다.
“왜 저러지?” 의문스럽다가도 그 사람의 MBTI 분석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도대체 난 왜 이러지?’ 걱정한 부분에 지구 위에 10%는 나와 같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평소 좋아하는 유명인 중 같은 MBTI가 있으면 괜히 자랑스럽기도 하다.
객관화된 나.
남의 입을 빌려 듣는 내 이야기는 흥미롭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풀어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또렷이 볼 수 있고, 나도 잘 모르던 나를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
사실 내 과거를 가장 잘 아는 존재는 나 스스로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 들어와 있는 나는 현상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롯데타워 안에 들어가 있으면 롯데타워를 볼 수 없듯. 그 자리에서 벗어나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이렇게 생겼구나, 주변에 저런 게 있구나.’
우리가 점집을 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타로점이든 사주 풀이든 신점이든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도 30분 컷! 빠르게 나를 파악하고 내 고민에 공감하며 위로를 건넨다. 게다가 앞으로의 대처 방법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사주는 생년월일로 분류하는 만큼 운명론으로 볼 수 있지만, MBTI는 스스로 답해 파악하는 만큼 진취적이란 평도 있다.
MBTI는 마케팅까지 활용된다. 와인, 립스틱, 향수, 디저트까지 MBTI에 맞춰 추천해준다. 이렇게 깊이 들어온 MBTI.
그런데 부작용이 있다.
“나 N이라 자꾸 삼천포로 빠져.” “P라서 기한을 못 지킬 것 같아요.”
“ESTP는 역시 안 맞아!” “난 I라 역시 사람들 만나는 건 피곤해.”
빠르게 파악하고 남은 물론 나까지 편견이라는 틀에 가둬버릴 수 있다는 것. MBTI 과몰입의 대표 증상이다.
혈액형 정도로 나누던 인간상을 16가지나 넓혀준 것은 다행이지만 79억 명이 넘는 각각의 시간과 경험, 가능성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이 이론의 뿌리를 세운 구스타프 융 역시 사람의 성격을 정의할 수는 없다 말했다.
객관적 판단을 원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존재가 바로 우리인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 사이에서, 평생에 걸쳐 조금씩 자신을 꺼내 보이는 중이다. 그렇게 나를 더 알려주고 당신을 더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가장 아름다운 목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