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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quer Oct 31. 2019

삶의 프레임은 어떻게 고착화되어가는가?

프레임이 고착화되는 과정과 변화

이전에 '고착화되는 삶의 프레임과 반복되는 루프'라는 글에서 전반적인 나의 경험과 과정을 서술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행동이 많이 바뀌기 전 내가 공부와 자료수집, 그리고 사유를 통해 정리하였던 내 생각에 대해서 서술해보고자 한다. 


일단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왜 우리는 변화가 힘들까? 

'인간의 뇌는 수십만 년 전 채집 생활에 맞춰져 있고 그로 인해 위험을 회피하도록 설계되어있다.' 정도는 익히 다들 알 것이다. 그럼 어쩌라고? 위험과 리스크를 감수하라고?

만약 유전학적으로, 후성유전학적으로 내가 위험과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성향이라면? 그것을 바꾸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뿐더러, 그 과정이 지나고 나서 내가 성공하거나 안정적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있나?

나라는 사람의 성향과 능력을 포함해 사회에서의 성과척도 측면에서는 여러 변수들이 작용한다. 

인간의 행동과 성향을 이해하기 위해 흔히 말하는 이과(자연계, 공학 등) 측면에서의 이해만으로, 문과(인문학, 철학, 역사 등) 측면에서의 이해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그것을 모두 이해하려고 하고 맥락 위에서 바라보니 나는 내 기준에서의 타당성을 가질만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일단 모든 사람은 부모로부터 절반씩 유전자를 물려받아 태어난다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성장하면서 환경과 영양에 따라 자신이 가진 유전자 중 특정 부분이 발현된다(후성유전학 관점에서 메틸기와 히스톤에 의한 발현이다). (이에 대해서는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쌍둥이가 다른 영양과 환경 조건에서 성장했을 때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즉, 지금까지의 나라는 사람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섭취한 영양, 그리고 환경이 만들어낸 무언가 일 뿐이다.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았고, 영양과 환경의 변수는 어떻게 될까? 영양과 환경을 좌우하는 변수 중 외부요인으로는  부모, 친구, 교육, 경험 등이 있을 것이고, 내부 요인으로는 뇌의 가소성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영양과 환경에는 아무래도 부모, 친구, 교육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특히 유년기에 이 요소들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뇌는 가소성이 있어 나이가 들어도 변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외부 요소들이 내게 영향을 미쳐 뇌의 뉴런과 시냅스의 배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것은 한 번 배열된 구조들은 나이가 들어도 변할 순 있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의 특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 뇌는 맥락 기억을 한다. 이미 어릴 때 뇌 속에 깊게 파놓은 물길은 한 번에 메우고 모른 채 할 수가 없을뿐더러, 새롭게 물길을 파내려고 하더라도 어쩌다가 기존의 물길로 흘러들어 가면 오히려 그것까지 한 맥락이 되어 기존의 물길로 돌아가기 쉬워진다. 


예를 들어보자. '새로운 도전'이라는 것을 내가 떠올렸고,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기존에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나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모든 것들-은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도전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특히 사람은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이야기에 더욱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용하면서 잘 쓰고 문제가 별로 없어도, 주변인 한 사람의 부정적인 피드백은 그것을 사게 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것들로 주변을 형성하고 그 생각을 강화하는 쪽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누구도 자신의 수십 년의 믿음이 송두리째 틀렸다는 것을 믿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뉴스피드 속에서 살아가며,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감정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개인의 이야기들 속에서만 살아가다 보면, 지금까지의 나를 형성해온 세상을 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라는 존재는 존재의 의미가 있음으로써 존재한다. 그 수십 년을 지탱해온 의미가 송두리째 깨져버리는 것을 누가 원할까? 

한 개인이 태어날 때 물려받은 유전자, 그리고 그 유전자를 전수한 부모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환경과 영향, 그렇게 형성되어가는 개인, 그리고 그런 개인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형성해나가는 주변 환경, 그리고 그 환경들이 내게 쏟아내는 나의 의견을 강화해주는 뉴스피드. 

이 요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생각을 굳건히 만들어 프레임을 짜내고, 그 프레임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내 삶을 무한 루프로 돌린다.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주의를 빼앗기는 것과,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의 짧고도 짧은 시야와 시간 개념은 개인이 세상에 대해 왜곡된 시야를 갖기 쉽게 만든다. 또한 '망치를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 자신이 형성해온, 그리고 자신을 다시 형성하기까지 하는 프레임은 세상의 많은 데이터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처리하여 결과물로 내놓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다시 나의 프레임을 강화시키고 이런 재귀적 현상은 한 개인을 형성한다.


물론 세상에는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개인이 무한 루프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극적인 변화를 맞이할 확률은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성공을 척도로 말하는 것이 아닌, 인간 변화의 정도와 올바른 관점을 견지하려는 노력에 관한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창의성 있는 생각조차 결국 나라는 인간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면, 나를 극적으로 변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고착되어가고 있는 프레임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마저 프레임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지금도 그 프레임 속에서 놀아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만 그래도 과거를 돌아보며 사고와 행동의 변화, 그리고 결과의 변화를 그래도 정량화해보려고 하여 판단해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한 가지 먹힌 방식은 있었다.


'과거와 단절하고, 지속적으로 환경을 바꾸고, 내 프레임의 경계선에 있는 '행동'을 하기'


첫 번째로 과거와 연결되는 순간 기존의 맥락은 다시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과거의 경험, 감정들이 송두리째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와 단절하고, 일단 과거로부터 형성된 나 이더라도 그 나로부터 온전히 시작하여 선택을 하기로 했다. 


두 번째로 새로운 환경의 중요성이다. 기존의 환경 속에서 내 알고리즘은 최적화되어있기 때문에 예상 밖의 결과를 얻기 힘들다. 환경을 바꿔야 한다. 문제는 환경을 바꿔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그 환경에 최적화된다. 쉽게 말해 새로운 환경에 내 입맛에 따라 적응하고, 그 환경을 왜곡해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환경 만으로도 한계가 있었다.


세 번째는 나를 구성하는 프레임의 경계선에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프레임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맥락을 아는 것, 나 자신을 아는 것 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그 프레임을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을 하는 것, 빌딩 꼭대기의 가장자리에서 한 발짝 떼어보는 행위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반드시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행동만이 감정 기억을 형성하여 깨달음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이 모든 것 또한 새로운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 프레임 또한 5분 뒤에 어떤 피드백으로 송두리째 깨져버릴 수도 있다. 내가 맞다는 확신을 갖고 달려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맞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더 멋진 생각이 있다면 그게 더 중요하다. 깊은 사고와 경험으로 내 가치관과 주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더 나은 생각이고 불변할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품는 것이다.'


https://www.optimussbr.com/four-key-change-management-components-of-successful-project-management-of



우리는 왜 변화해야 할까? 


우주가 형성되고 분자들의 상호작용 속도가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유기체가 형성된 이후로는 DNA, 자연선택, 진화의 속도가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뇌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뇌의 시뮬레이션 속도가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그 뇌가 언어를 만들어내고 인류가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뇌와 사회 작용의 속도가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현재는 그 인류가 만들어낸 컴퓨터의 처리속도와 인류의 협력이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래에는 컴퓨터가 인간을 어떤 의미에서 능가하기 시작하면, 컴퓨터의 속도가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시작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세대로서 한 개인을 바라보면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주, 유기체, 인간, 언어, 문명이라는 큰 맥락 속에서 나라는 한 개인을 바라보면 그 변화라는 것도 매우 작은 티끌에 불과하다. 오히려 초연해지게 된다.


변화란, 내게는 개방성과 수용성이다.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여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함이다. 나는 나 스스로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물어보자. 자신에게 변화는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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