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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음 Jun 15. 2024

영원한 생명 (이월오일의 일기)

2024.2.5

며칠전 아주 오랜만에 지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불과 이틀 전 강아지가 갑자기 아파서 떠났다고 답이 왔다. 애도의 마음으로 직접 만나 시간을 보내며 대화를 했다. 그것으로 조문을 대신했다. 우리는 아직 남겨진 이들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존재는 영원한 것이라 배우고 자라왔다. 특정 종교만이 아니라도 누구나 삶의 종결에 대해 질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뒤늦게 예수가 말한 영원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나에게 주어진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나의 말이 영원히 너희 안에 있으리라고, 곧 다시 찾아오리라고 말했다. 몸의 재림이 아니라, 의미의 재림이었다. 나는 죽지만 나의 말은 부활하리라는 것.


영원한 말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 영원한 기억이 되는 것. 오늘 우리 사이에 천국이 시작되는 것, 상처입은 인간 공동체를 건강하게 회복하는 것. 누군가의 좋은 이웃이 되어 좋은 기억을 주고 받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반드시 언젠가 주검이 되어 사라지더라도. 죽지 않은 것처럼 기억되는 것.


떠나는 날까지 무엇을 해야 할까. 이왕이면 사라지지 않는 것을 하고 싶다. 단지 돈을 벌고 먼지처럼 사라지는 그런 것 말고. 영원히 남는 기억을 만들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를 마음에 담는 일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지만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


나의 삶이 시작된 날에 아직 남겨져 있는 날에,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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