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테이퍼링이 주식시장의 핫한 이슈가 되고 있다. 2021년 8월 27일 제롬 파웰 FED의장은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한국 증시는 장기간 횡보를 한 반면, 미국 증시는 상승을 지속했다. 향후에도 이러한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된다. 한국과 미국의 경기 흐름이 그 당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테이퍼링(Tapering)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는 것을, 즉 양적완화(QE) 규모를, 축소하다가 마침내는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적완화를 하는 목적은, 위기의 시기에는 모든 사람들이 현금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얼어붙게 되는데, 이때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채권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양적완화를 설명하면,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채권, 주식 등 금융자산을 내다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고 하고, 이로 인해 금융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한다. 비유하자면 전쟁 나면 일단 금붙이에 현금만 챙기는 것과 같다. 이렇게 금융시장이 마비되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들이 무너지게 되어 경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장에서 채권을, 필요하면 주식까지도 사들여서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FED)의 자산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는데, 돈을 찍어서 채권이라는 자산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는 위기로 인해 금융시장이 워낙 취약해져서 산소호흡기를 붙여 놓은 것이고, 테이퍼링은 이제 호흡기를 떼어내는 것이다. 웬만큼 건강을 회복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국의 경기회복과 테이퍼링
마국은 2021년 과거의 GDP 수준으로 경기를 회복했다.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국은 팬데믹 상황에서 재정정책 강도가 훨씬 강력했으며 백신 접종 속도도 빨랐고, 향후에도 지속적인 ‘경기부양 정책’과 ‘높은 접종률’의 효과로 인해 향후의 성장 전망도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긍정적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은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고, 지금 FED는 테이퍼링을 곧 시작할 것이니 금융시장 참여자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게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FED는 왜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까? 이는 과거에 테이퍼링을 조용하게 시작했다가 전 세계가 발작(tantrum)을 일으켰던 경험 때문이다.
테이퍼링 역사와 발작(tantrum)의 교훈
FED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실시했던 양적완화를 2011년 3월 조용하게 거두어들이면서, 테이퍼링을 하고 양적 긴축도 시도했는데, 이 당시의 프로세스는 “①금리인하 → ②양적완화 → ③테이퍼링 → ④양적긴축”이었다. 그런데, 공급되던 돈의 양이 줄어들자, 국가신용 등급이 낮아서 취약한 연결고리였던 그리스를 비롯한 PIGS에서 과도한 정부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1년 8월 유럽의 재정위기가 터졌다.
*유럽 재정위기 원인은 많은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 과도한 정부부채, 복지 등 필요조건만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나는 Trigger는 글로벌 유동성의 위축으로 인한 리스크 상승이라고 본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테이퍼링은 중단되고, 양적완화는 3차까지 가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조심스러운 테이퍼링 프로세스를 만들게 되는데, “①금리 인하 → ②양적완화 → ③테이퍼링 선언 → ④테이퍼링 → ⑤금리인상 → ⑥양적 긴축”이다. 현재 “③테이퍼링 선언”의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여담이기는 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나는 시기의 금리인상도 홍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FED는 2015년 금리인상을 계획했지만, 2015년 8월부터 중국에서 달러가 급격하게 빠져나가, 2016년 1월 홍콩 위안화 은행 간 금리가(CHN HIBOR)가 연초의 3%에서 66%까지 급등해, 중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어쨌든, 테이퍼링이건 금리인상이건 말이 나오기만 하면, 글로벌하게 취약한 고리에서 문제가 터졌다. 시장은 FED가 액션을 취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테이퍼링과 한국의 주가지수
QE, Tapering으로 인한 FED 자산의 변화 추이와 한국, 미국 주가지수
그림에서 보면 한국의 주가지수는 2011년 8월의 테이퍼링 발작인 유럽 재정위기 이후 2017년까지 횡보를 하고 있다. 재정위기에 놀란 FED는 2011년 이후에도 양적완화를 2차례 더 해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한국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기가 지속적으로 호조였던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테이퍼링 가능성이 시장을 누르고 있어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이유도 있다.
지금도 그 당시와 유사하다.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백신, 부양정책으로 인한 경기상승이 예견되지만, 우리는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이퍼링으로 한국에 들어와 있던 해외자금은 미국으로 다소 역류하겠지만, 한국도 유동성이 건재해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주가지수도 그 당시처럼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