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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Jan 19. 2022

주식투자 101(A)

주식투자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 글

Class 101은 대학교 1학년 전공기초에 붙는 번호이다. 그래서 경제학 101은 경제원론. 따라서 주식투자 101은 주식투자에 필요한 기초 이론에 관한 글이다.


가끔 주식투자를 하고 있거나 입문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넓게는 경제부터 산업 동향을 분석하고, 이를 위해 통계학, 수학 다 배워야 되지만, 좁게는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Valuation, 즉 좁은 의미의 투자이론 정도만 알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Valuation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반영되기 때문에 두루두루 다 공부하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주식투자라는 것이 이론을 잘 안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원숭이와 펀드 매니저가 고른 주식의 동일한 기간 투자실적을 비교했을 때 원숭이의 실적이 더 좋았던 경우도 많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다트판에 주식 종목 이름을 적어 놓고 원숭이가 다트를 던져서 종목을 찍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론을 기초로 관심 있는 기업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나름대로 전망을 한다면 그 기업을 더 잘 알게 된다는 측면에서, 이론을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할 때는 상대방의 시시콜콜한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기쁘고 슬픈 일들을 같이 겪을 수 있는 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콩깍지 씌워진 경우는 빼고.


Valuation의 개념


어떤 사람이 식당을 오픈하려고 한다면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여기서 이익을 잘 낼 수 있을 것인가의 해답을 찾는 것이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식당 주변의 경제력, 인구, 연령대 및 기존 주변 식당의 구성, 경쟁자 및 이러한 요인들이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분석/전망하고, 구체적으로는 매출,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등을 추정하고,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감안해서 현재와 미래에 이익이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를 추정한다. Valuation도 동일하다. 다만 이러한 요인들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수치화하고, 미래의 리스크까지 감안해서 주식의 가치를 계산해내는 것이다.


회사의 가치는 연도별 미래 이익을 할인해서 현재가치로 환산한 수치들의 합이다. 현재가치의 개념은 미래의 가치를 이자를 감안하여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는 것인데, 공식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년 이자가 10%인 경우, 현재가치는 1년 후의 110원은 현재의 100원(100/(1+0.1)), 미래가치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100원은 1년 후 110원(100 ×(1+0.1))이다. 그리고 주가는 기업 현재가치를 주식발행 수로 나눈 것이다.

PV = 회사의 가치, n = 연차, En = n연차 이익, r = 할인율

PV를 주식발행 총수로 나누면 (PV/주식발행수) 주가


실제로 이 작업은 수십 년 하지 않고 보통 미래 5년이나 10년, 그 이후는 잔존가치의 현재가치로 계산한다. 잔존가치는 6년이나 11년 시점에서 그 이후에도 이익이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가정해서 만들어진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면 Valuation의 기초 골격은 다 이해한 셈이다.


식당의 예로 되돌아 가보면, E에는 직접적으로는 매출과 비용, 간접적으로는 이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인, 할인율에는 자금조달 비용, 기회비용 및 이에 관련된 요인들이 감안되어 있다.


Valuation과 PER, EPS 증가율


흔히들 주가가 과대평가되어있다 내지는 싸다 비싸다의 기준으로 PER(Price Earning Ratio) 지표를 많이 쓴다. 이는  "주가/E1"인데, 정확하게는 Forward PER이다. 내년도 이익 추정치로 현재의 주가를 나눈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금년도 이익 실적  "주가/E0"을 쓰다가 최근 들어 FPER가 보편화되었다. PER의 의미는 미래의 이익을 현재에 반영하는 정도라 할 수 있다. 즉 PER는 미래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위의 현금 할인과 연결시켜 보면 내년의 성장성은 (E2 -E1)/E1%로 내후년은 (E3-E2)/E2%로 나타낼 수 있는데, 최종 연도의 성장 속도가 영원히 반복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잔존가치를 계산해서 PER에 반영한다. 따라서 최종 연도는 6차 혹은 11년 차가 된다(5년 혹은 10년 + 잔존가치). 테슬라는 170, 애플은 34, 삼성전자 15의 PER를 가지고 있는데, 시장에서 이익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즉 테슬라의 이익은 매년 몇 배씩 뛰는 반면, 삼성전자는 이익 증가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이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테슬라의 주가는 그대로인데 이익이 내년에 10배 뛴다면 PER는 17이 되어 삼성전자와 비슷해진다. 다른 말로 하면 테슬라의 성장성은 삼성전자의 11배 정도로(170/15) 시장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주식이 1주만 발행되었고 액면분할이나 증자/감자를 하지 않았을 경우 위에서 성장성을 계산했던 (E2 -E1)/E1%는 EPS(Earning Per Share) 증가율이 된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주식을 처음 접하고 감을 잡을 때 PER, EPS 증가율을 우선적으로 본다. EPS 증가율이 높다면 PER도 높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반적으로 EPS 증가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쿠팡같이 계속 적자인 회사는 어떻게 상장해서 가격이 산출되나의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회사의 주식은 위의 전통적인 Valuation 방법을 쓸 수가 없다. 지금도 나스닥이나 코스닥에 상장된 많은 회사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주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Valuation을 해서 상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미래에 이익을 내서 전통적인 Valuation이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가정하에 거래를 하는 것인데, 흑자전환을 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될 것이다.

  

Valuation과 할인율


할인율은 “무위험 국채 수익률 + Risk Premium”이다. 내가 국채에 투자하면 무위험으로 벌 수 있는 기회비용에 추가적으로  그 기업에 투자 손실의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는 리스크에 대한 보상을 더해서 할인을 하는 것이다. 1년만 존속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고, 내년도 100원의 이익이 예상되고, 국채 수익률은 10%, Risk Premium이 10%이라면 회사의 현재가치는 83.33원이다(100/(1+0.1+0.1))


따라서 금리가 하락하면 주가가 올라가는 것인데(분모가 적어지니까), 코로나 시기에 전 세계 주요국에서 기준금리를 0%까지 인하하자 주가가 폭등한 것을 보았고, 요즘 미국이나 한국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하자 주식시장이 부진한 것에서 할인율의 작용을 알 수 있다. 구조적으로 국채금리는 기준금리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과거의 전 세계 주가 움직임을 보면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일 큰 것 같기도 하다.


Risk Premium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받는 보상이다. 기업은 실적이 악화될 위험, 부도가 날 위험 등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같이 위험이 낮은 기업도 있고, 오스템임플란트 같은 위험이 높은 기업도 있기 때문에 Risk Premium은 회사별로 다 다르다.


Risk Premium의 예를 들어 보면 대출 부도율이 높은 저축은행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높은 이유는 저축은행은 위험을 감수한 대가를 받기 때문이다. 만일 저축은행 금리가 시중은행과 동일하다면 저축은행은 파산한다. 저축은행은 대출의 부도가 많아서 은행 대출금리 정도를 받아서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을 자격이 안 되는 부도 위험이 더 높은 저신용자는 사채를 쓰게 되는데, 따라서 사채는 저축은행보다 금리가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부자들은 이자율이 엄청 싼데 가난하면 안 빌려준다 라며 지금의 금융이 정의롭지 않다고 비난했다.”는데, 정의로운 것도 좋지만 이런 식의 생각을 한다면 금융시스템이 붕괴돼서 나라가 작살날 수도 있다. 효용으로 돌아가는 경제에 정의라는 잣대를 들이밀면 시장이 왜곡되고 문제가 크게 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점을 세우기


뻔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경험, 지식, 상상력을 토대로 어떤 주식이 저평가 내지는 고평가 되었다는 관점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콩깍지 쓰듯이 분위기에 휩쓸려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비유하자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난 후에 이 모습, 저 모습 다 겪으면서 상대방의 성격, 경제력, 주위 환경 등등을 파악하고 나서,  자신과 맞거나 혹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하게는 경제의 흐름이, 기업이 속한 산업의 동향이 이 기업의 매출과 비용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이 기업의 재무구조가 어려움을 견딜 만큼 탄탄한가 등등을 감안하고, 기업의 여러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가격에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기업분석 및 산업분석 보고서는 매우 훌륭한 투자를 위한 자료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기업을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목표 가격이 현재의 가격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어서, 보고서를 읽으면 이 기업에 투자해야만 할 것 같은 유혹을 한다. 하지만 보고서를 읽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자신의 관점을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익과 할인율은 어떻게 구하나? 그리고 다른 이슈


실제로 기업의 Valuation모델에는  기업이익을 쓰지 않고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쓰고. 할인율에는 CAPM, MM이론이 적용된다. 하지만 기초 골격을 이해했다면 넘어가도 될 것 같기는 하다. 다만 이 이론의 개념들이 Valuation 모델의 핵심이기도 하고, 혹시나 기업분석 보고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좁게는 회계, 투자와 재무 이론이, 넓게는 경제학까지 필요할 수도 있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루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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