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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뱅 Jun 24. 2020

또다시 사기를 맞았다

아 맞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프랑스였었지...?

두 번째 사기

며칠 전, 프랑스에 살면서 두 번째 사기를 맞았다.


요즘 이런저런 영상을 찍고 싶어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보고 있었는데, 

소니에서 1인 크레이터들을 위한 카메라를 발표하게 되어 프랑스 전자제품 매장인 프낙(Fnac)에서 구매를 했다.

근데, 약속이 된 날에도 스톡이 계속 모자란다고 날짜가 미뤄지게 되면서 살짝 짜증이 났다. 

기존에 있던 카메라는 다 처분을 했고, 영상은 찍어야 하는데 카메라는 오지를 않고...


답답한 마음에 프낙(Fnac)에서 주문한 카메라는 취소하고 인터넷 다른 전자제품 매장에서 스톡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격도 조금 더 저렴하기에 바로 구매를 했다. 


근데 3일째가 되어도 내 주문은 "처리 중(Traitement)"이라고만 떠 있고 일에 진전이 없다...


흠... 뭐 프랑스니까 일처리 늦는 거지 뭐...


가볍게 생각을 하고 이틀을 더 기다렸다. 

똑같이 "처리 중(Traitement)"이라고만 떠 있을 뿐 발송이 되지를 않고 있다..

고객센터를 연결을 위해 해당 사이트를 이리저리 뒤져본다.


아무리 뒤져도 전화번호며 뭐가 나오지를 않는다...


뭔가 이상했지만, 메일로 고객센터에 보낼 수 있기에 관련 내용을 적어서 보냈다.

답장은 며칠 째 오지를 않는다. 


뭔가 싸~~ 한 느낌이 들면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이트에서 구매를 했지만 물건을 받지 못해 "사기꾼(arnaque)"이라고 페이스북이며 트위터며 도배가 되어있다.


하...


빨리 카메라를 사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구매를 했던 나를 원망했다. 

그리곤 다시 생각이 들었다. 


맞다... 여긴 우리나라가 아니라 프랑스지...



첫 번째 사기

2010년 프랑스에 유학을 온 지 2년 차 때의 일이다.

프랑스는 가난한 사람들, 학생들에게 국가 주택 보조금인 알로까시옹(Allocation) 제도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시 내가 살았던 집은 큰 주택에 지하방이었고, 1층에 집주인이 살고 있었다. 

한 달 집세는 350유로, 국가 보조금으로 나오는 금액이 한 달에 200유로 정도가 되었었다.

대다수의 유학생들은 이 보조금을 가지고 근근이 근근이 생활을 있어나간다.


근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지나도 이 돈이 통장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상해서 관련기관에 문의를 해보니 이렇게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 니 보조금 지금 되고 있는데?


이상해서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답변이 다시 돌아왔다.


아~니 통장으로 직접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집주인한테 들어가고 있네~


응...? 무어라...?


알로까시옹(Allocation) 보조금을 받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본인 통장으로 바로 들어오는 것과, 집주인에게 들어가고 그 보조금 가격을 빼고 집세를 집주인에게 주면 되는 것, 이렇게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그래서 확인서를 들고, 집주인에게 찾아가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 뭐라 뭐라 하는 집주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결국 하나 알아 들었다.


불어 잘하는 네 친구 데리고 와!!


아... 말 못 해 얼마나 서럽던지...

학교 들어가기 위해 찾아갔다가 서류 못 받고 왔던 그 날이 생각이 났었다.


결국, 불어를 잘하는 동생과 함께 집주인에게 찾아갔다.

아직도 기억한다. 

주택 정원 안에서 전 부인과 현재 여자 친구와 같이 선탠을 하고 있는 집주인 모습을...

응....? 전 부인과 현재 여자 친구...?

믿기 힘들겠지만 실제로 같이 희희낙락 거리면서 놀고 있었다. 

참...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


동생이 가서 상황을 이야기한다. 

언성이 높아지면서 여러이야기가 오갔고, 동생은 나에게 돌아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와... 저놈... 미친놈인데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떼었던 것이다. 

아직도 집주인 이름을 기억한다. 

도미니크(Dominique).... 부르타뉴 출신의 은퇴한 복싱 선수... 부들부들...


나는 관련 법률 사무소에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막히는 없다고 했고, 그쪽에서 서류를 몇 개 줄 테니 알로까시옹(allocation) 관련 기관인 꺄프(Caf)에 문의를 해보라고 했다. 그리곤 꺄프(Caf)에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지랖이라는 것을 이런 일에 있어 프랑스에서는 절대로 본 적이 없다. 


결국, 혼자 끙끙끙 앓다가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냈다.


아~앞으로 집세를 안내면 되겠구나!


그렇게 다짐을 하고 며칠 뒤, 갑자기 내 방문을 "똑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C'est qui? (누구십니까?)


Je suis nouveau prorpietaire de vous
(저는 당신의 새로운 집주인입니다)


응....? 무어라...?


하... 이 도미니크(Dominique) 집주인 놈이 집을 팔고 튀었던 것이다...

멍하니 새 집주인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런저런 설명을 나에게 해준다.


집세는 앞으로 어떻게 내고 , 어떻게 하고...
블라블라 블라....


이야기를 듣다, 정신을 차리고 못하는 불어로 떠듬떠듬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더니 새 집주인은 깜짝 놀란 눈치였고, 알았다고 알아보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돌아와 이야기를 한다. 나 말고도 세입자가 더 있었는데 그 친구들한테도 똑같이 주택보조금을 사기 치고 도망을 갔다고 한다. 


하... 이 xx를 어떻게 하지...


난 이를 악물고 그날 저녁 책상 앞에 A4용지와 불어 사전을 꺼냈다. 

관련 법률 사무소에 다시 찾아가 이야기를 할 요량이었다.

헌데 어차피 상황 설명을 해도 그들이 질문했을 때, 나는 잘 알아듣지를 못할 테니 질문 리스트를 다 적고 그에 대한 대답을 빼곡하게 적어갔었다. 

그 이후로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새로 온 집주인도 많이 도움을 주게 되면서 결국 사기 맞았었던 돈, 약 500만 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가 있었다. 


ㅎ ㅏ... 유쾌! 상쾌! 통쾌!


그렇게 일을 해결한 뒤, 카페에서 통역을 해주었던 그 동생과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카페 내부에 파티를 하는지 시끌벅적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그. 자. 식이 있었다.

나에게 사기 치고 도망간 도미니크(Dominique). 

당시, 나는 그가 사기 친 내역들을 전부다 문서화시키고 복사를 해서 가방에 항상 휴대를 하고 다녔었다. 언제 어떻게 연락이 올지 몰랐었기 때문에..


나는 그 문서들을 다 가지고 카페로 들어갔고, 때마침 그. 자. 식은 화장실에 갔는지 보이 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을 모이라고 하고 그들에게 서류를 주면서 한마디를 하고 나왔다.


Ton ami est arnaque. regardez ces dossiers
(네 친구 사기꾼이야. 여기 이 서류들 한번 봐봐)


그 이후는 어떻게 된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속이 엄청나게 후련했던... 복싱 선수였었던 그. 자. 식에게 멋진 훅 한방을 갈기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서로 믿지 못하는 프랑스인들

반면, 우리나라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도 기본적으로 서로 간의 믿음지수가 상당히 높은 것 같다.


유튜브를 보면,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카페, 길거리, 지하철 등등 물건을 놓고 가도 훔쳐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한다. 

버스 정류장의 기다리는 줄에도 자신의 캐리어를 그냥 두고 다른 곳을 다녀오고, 하물며 물건을 거래할 때에도 크게 의심하지 않고 돈을 송금하고, 택배는 그냥 문 앞에 두고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에 비해 프랑스는 소매치기도 많고 중고 물품을 팔 때에는 이거 왜 파는 거냐, 영수증 있느냐를 꼭 물어보곤 한다. 왜냐하면 훔친 물품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고, 사기꾼이 많기 때문이다. 


파리 시내를 다니게 되면 아직도 판때기를 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니 서명을 하고 기부하라는 사기꾼, 소매치기들이 판을 친다. 

저걸 아직도 당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이 드는데...

아직도 정말 많다...


이런 곳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그냥 적응하면서 마음이 흐지부지해졌나 보다.

이런 일을 다시 겪은 지금은 짜증 나고 분한 마음이 솟구치기보단, 나를 책망하며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내 에너지를 쏟기 싫어 그냥 체념하게 된다. 어차피 안 될 것을 알기 때문에... 된다 해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ㅇ ㅏ... 그래... 난 프랑스에 살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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