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스파라 서울, 놀러가서 쓰는 일기 한편.
약속을 잡는 건 꽤나 귀찮다. 개인 간의 약속은 변수가 많다. 그래서 공적인 약속이 편하다. 회사에서 미팅일정, 주간회의 그리고 이번 워크샵. 우리의 워크샵 장소 및 일정은 당일이 되기 전까지는 모른다. 랜덤하다. 최소한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공적인 스케쥴에는 없으니, 아무생각 없이 따르게 되는 것 같다.
날이 좋았다. 하늘이 맑았고, 날씨가 쾌적했고. 무엇보다 기존 생활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았다. 집-회사 루틴 속에서 숨통이 트였다. 이번 2024년은 내가 나를 하루하루 압박하며 보냈다. 고작 1년인데도, 이렇게 죽을 듯이 느끼는데.. 현재 수능을 앞둔 고3들은 새삼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한번 감탄하게 되더라.
1-2월은 부읽남 부동산 스터디를 하면서 매주 과제 및 공부를 하였고
3-9월은 주말마다 성수에서 부업을 하면서 16시간씩 숨쉴 틈 없이 일을 하였고
9월-현재는 에세이 및 늦은 공부를 하면서 루틴을 잡아가고 있다.
숙소는 넓었고, 방 안에는 내방보다 넓은 화장실이 있었으며 고층이기에 넓게 세상이 보였다.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느낌과 창이 트여서 멀리 볼 수 있는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가을 날씨여서 떨어지는 단풍이나 은행잎이 빨강, 노랑으로 덮여져 끝없이 있는 북한산 능선을 보면서 등산가고 싶더라. 작년 이맘때쯤은 설악산을 엄마랑 갔던 것 같은데, '이번 년은 어렵겠구나'싶더라.
침대나 쇼파보다는 바닥이 좋다. 푹신한데 있으면 잠만 오는데, 찬 바닥에 누우면 가장 낮은 위치에서 모든 것들이 보인다. 쇼파 밑, 천장 오른쪽에서 왼쪽, 콘센트 위치 등등.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넘어가는 시점에 집 거질에 쇼파를 치웠다. 그 뒤로 카펫에 눕는 게 좋았는데 지금도 그 버릇을 못 고쳤나보다. 숙소 들어가자마자, 거실 바닥에 눕는게 너무 좋더라.
사실 잠잘 때도 바닥에서 자고 싶었는데, 침대에서 팀원들과 같이 잤다. 남들 눈에는 불편할 것 같은 바닥이 좋은 이유는 누구나가 다 침대에서 자고 싶으니, 바닥에서 이불 깔고 자는게 경쟁자도 없고, 침대는 정형화된 틀에서만 움직이는데 바닥은 온 거실이, 온 침실이 내 세상이니깐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바닥에서 자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점심, 저녁, 야식 그리고 다음날 조식까지 푸짐하게 먹어 항상 배부르고, 디저트와 음식이 즐비하기에 워크샵은 넘치게 풍족스러웠다. 음식 선택은 내 관할구역이 아닌지는 오래됐다. '뭐 먹을까?'라는 취향의 영역에서 의견이 너무 분분하고, 결정도 오래 걸리더라. 무엇보다 주변에 맛집이나 음식점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기에 양보한 것에 가깝다. '나는 다른 것을 더 찾거나 알자' 라는 심정으로
이번 워크샵 음식은 역시는 역시였다. 배부르게 먹었고 만족하게 식사를 했다. 특히 다음날 아침 조식이 거의 6만원이기에, '조선호텔의 클래스'를 기대했다. 다양한 종류와 카테고리의 음식들이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여전히 브런치토스트, 샐러드, 요거트 이런 류인 것으로 봐서 역시나 나는 음식이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뷔페 먹으러가서 한 음식만 먹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셈이다.
오랜만에 머리식히고 좋았다.
https://youtube.com/shorts/BB_mtePwK7Y?si=n1IJaoEUURDUDE3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