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영화관이 살아있다

영화와 가까운 곳에서

by 정시상영단






“너 갑자기 영화관 알바 왜 해?”


그러게. 알바라면 늘 카페 알바만 하던 내가 갑자기 영화관 알바를 시작했다. 우스갯소리로 ‘커피 팔이’에서 ‘팝콘 팔이’로 전직했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사람마다 영화관에서 일하는 이유는 팝콘이 좋아서, 복지가 좋아서, 자리가 나서 등 제각각 이겠지만, 나는 예상 가능하게도 영화가 좋아서 영화관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늘 좋아하는 일이 하고싶었다. 늘 카페에서 일했던 것도 커피가 좋아서 였다. 지금은 영화가 좋으니까 영화관에서 일해보면 되겠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물론 영화관에서 일하면 공짜로 영화도 볼 수 있고 따로 관람권도 나와서 영화값을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아주 안하진 않았다. 20대의 아르바이트 로망 중 하나가 영화관인것도 한 몫 했고. 나는 운 좋게도 새로 오픈하는 영화관에서 오픈멤버로 일하게 되었다. 멀티플렉스 직영점이라 빵빵한 지원을 받아 관객들을 모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중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있었다.


약 한 달 전 개봉한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 상영회였는데, 상영회 제목이 무려 “모태솔로 상영회” 였다. 처음엔 뭐 이런 상영회가 있지 싶었다. 이벤트 페이지를 보니까 모르는 사람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면서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라는 취지의 이벤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참여한 관객분들을 보니 혼자 오신 분들보다 친구들과 함께 오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이벤트 취지가 의심스러웠지만, 영화 종영 시간이 다 되어 상영관 청소를 하러 상영회가 진행되는 2관으로 향했다. 불이 켜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꽉 찬 상영관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옆 사람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역시… 다들 아는 사이 같아 보여 이름만 모태솔로 상영회인가보다 싶었다. 본영화 체크 후 내가 본 광경을 함께 일하고 있던 친구에게 말해줬는데, 매니저님께서 지나가다 내 얘기를 들으시고는 웃으셨다.


“그 사람들 다 모르는 사이일걸~ 티켓 나눠줄 때 다 떨어뜨려 앉혀 놨어.”


상영회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영화관에서도 나름의 고민을 한 모양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와 친구는 대화하던 사람들이 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엄청난 사실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무 낭만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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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핀터레스트


전에 영화의 매력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영화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가족, 친구 또는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새로운 사람과 같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그 글을 읽고서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줄어 이제는 이런 경험도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일하다 보면 평일에는 관객이 한 명 있는 상영관, 또는 무인관이 가득했다. 개인적으로도 최근엔 친구들과 만나 영화를 보러 가는 일도 거의 없어지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가 혼자 다이어리에 짧은 소감을 쓰는게 전부였다. 그런데 상영회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을 보니 영화의 매력이 다시금 선명해진 것 같았다. 극장에서 영화를 매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하면서 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는 것에 신이 났다.


비록 영화관에서 일하는 동안 흔히들 말하는 로망 같은 것은 실현하지 못했지만, 이런 재밌는 이벤트를 통해서 영화관과 영화관 알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짧은 글에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극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마저 사랑하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영화관에서 일하기를 고민하고 있는 영화 애호가가 있다면 나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 배급아카데미 6기 '만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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