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아카데미 6기 후속과정 - 씨네21 송경원 편집장님 교육
지난 10월 31일 밤, 씨네21의 송경원 편집장님께서 <영화의 쓸모, 영화 글쓰기의 쓸모> 교육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강연은 단순히 잘 쓰여진 리뷰의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영화를 대하는 나의 태도와 가치관'을 정립하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편집장님의 날카로운 통찰과 인상적인 비유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읽고 쓰는 일의 본질에 대해 깊이 탐색했던 과정을 정리해 봅니다.
수업은 <씨네21>의 역사와 구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잡지라는 역사 깊은 미디어가 지금까지 생존한 환경 속에서, 씨네21은 '의미 있는 형태로 버티기'를 목표로 합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잡지의 구성이 뉴스, 개봉작 리뷰, 특집 기획, 영화 분석, 에세이 등 대상 독자가 명확히 나뉘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독자는 자신의 목적에 맞는 페이지만을 선택해 읽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이는 곧 매체가 다양한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맞춤형 구성’을 시도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영화 글쓰기의 단계는 1_에세이/감상(나의 취향 고백)에서 시작해 2_리뷰(정보 전달 및 가이드)를 거쳐 3_비평(설득하는 글)으로 나아갑니다. 비평은 이미 영화를 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어떻게 봤는가, 나는 이렇게 봤다.’라고 설득하는 글입니다. 이때 나의 설득과 주장을 객관화시키는 작업이 핵심이며, 그 설득의 근거는 곧 나의 관점에서 분석하는데 온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의 목적지를 상상해야 하는데, 일기나 에세이처럼 내가 읽고 만족스러운 글을 넘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닿는가'를 상상하는 것이 글쓰기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평론가는 ‘기미상궁’이자 ‘끊임없이 왜?를 질문하는 직업’으로 정의되었습니다. 평론은 단순히 좋고 싫음을 넘어, 해당 영화에 대한 나의 관점을 통해 자신의 태도, 철학, 가치관을 드러내는 자기 이야기입니다. 이는 보편적인 가치와 평균을 지향해야 하는 기자와 달리, 평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차이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평론가는 창작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해석의 지점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수업에서 주어진 숙제들은 '나'라는 주체와 영화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나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나만의 사전적 정의), 어디까지를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나의 기준과 한계 확인), 내가 반응하고 거부했던 영화들의 지도 (나의 영화사 쓰기)를 그려봤습니다. 이는 나의 관점과 시선, 취향을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꾸미지 않고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온점까지는 꼭 찍어보는 글쓰기를 주문하셨습니다. 저는 영화를 ‘현실과 맞닿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영화는 '별자리'에 비유되어, 특히 인생의 어떤 타이밍에 어떤 영화를 만나는지에 대해 영화와 개인간의 인연이 강조 되었습니다. 같은 영화에 대한 감상이 바뀌는 것은 나 자신이 바뀌었기 때문이며, 이는 나의 궤적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정체화 시기에 만났던 퀴어 영화, 페미니즘 영화, 역사 및 인권 다큐멘터리가 끊임없는 질문과 확신을 주었고, 추후 저의 활동과 방향성의 원동력을 제공하며 제 별자리를 채워주었습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힘을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편집장님의 첫 영화였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제인 ‘어떤 순간을 영원으로 남길 것인가’는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과도 연결되며, 다른 것으로 변환되지 않는 유일한 경험을 포착하고 글로 압축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완벽한 100점짜리 글은 평생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하니, '60점의 평균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다른 평론가들의 훌륭한 글을 읽을 때 느껴지는 자기 불신은 글쓰기의 좌절이 아닌, 도달하고 싶은 지점을 설정해주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쓰고 싶은 것이 있다면 참지 말고 써내리자'라는 편집장님의 메시지는, 이전 개인 활동 과정에서 접했던 리타(이연숙) 평론가의 ‘똥 같은 글이라도 일단 모두 싸버리자’라는 조언과 맞닿아, 글쓰기 자체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영화를 읽고, 말하고, 쓰는 행위의 무게감과 즐거움을 함께 느꼈습니다. 이제는 저만의 관점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머릿속 의견과 해석을 밖으로 싸낼 또는 써낼 때라고 느껴집니다.
이번 강연은 영화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영화 비평의 본질을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자리였습니다. 강사님께서 내주신 질문과 숙제를 통해, 영화를 대하는 나의 궤적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스스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태도를 확인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화적 별자리를 그려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배급아카데미 6기 박채원
독립예술영화의 언저리에서, 사라지면 안 될 이야기를 오래 기억되게 남기려 합니다
▷사진 양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