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 올해 초 일본에서도 개봉을 하였는데 일본어 제목은 「ケナは韓国が嫌いで」(계나는 한국이 싫어서)이다. 일본어 제목이 조금 더 명확한 것이 이 영화는 단순히 한국 사회를 비판하기 보다 자신만의 삶과 행복의 기준을 찾아가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는 인천공항에 도착한 주인공 ‘계나(고아성)’을 시작으로 한국이 싫은 이유들을 나열하면서 시작한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만 2시간, 메뉴의 선택권이 없어 먹지도 못하는 동태탕을 먹는 점심, 바른 일이라 배웠던 것이 오로지 권력에 의해 모두 부정당하는 회사, 집에 돌아온 계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추위뿐. 하지만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 도착한 계나의 삶도 녹록지 않다. 차고를 개조해 침낭 없이 잘 수 없는 방이며 기본적인 소통도 어려운 언어 실력, 기댈 곳 하나 없는 타국에서의 삶. 그럼에도 계속해서 살아나가는 계나의 삶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하고 싶은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계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같지만 주변 인물들의 가치관이 함께 대비되어 계나라는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계나는 남자친구의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자리에서 가난으로 인해 무시당하는 상황을 비참하게 느끼면서도, 뉴질랜드에서 재인이 첫 만남에 지방대 출신임을 밝히며 길바닥에서 아무렇게나 박스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 극 중 초반에서는 그를 불량한 학생으로 생각한다. 이외의 장면에서도 자신이 싫어하던 모습을 스스로 비추는 계나를 볼 때면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다가와 영화의 몰입도가 높아졌다.
주변 인물 외에도 크게 두 가지 사건을 통해 계나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계기가 된다. 첫 번째는 같이 일하던 매장에서 계나를 도와주어 친해졌던 ‘엘리 로먼’이 모험은 위험할수록 좋다며 건물에서 낙하산을 매고 떨어진다. 계나는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업로드하였는데 이는 불법이었고 이내 경찰들이 계나를 찾아온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인도네시아 남성 ‘리키’는 계나에게 뉴질랜드나 인도네시아나 너에게는 그냥 둘 다 외국일 뿐이지 않냐며 자신을 따라 떠나자는 제안을 한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생각한 계나는 리키와 잠시 만남을 이어가지만 얼마 가지 않아 리키와도 헤어진다.
극 중반부에 계나는 한국에서 부잣집 남자친구를 만나 살다 보면 무조건 행복한 날이 온다는 엄마의 말에 반기를 들었었지만, 이 장면에서는 궁지에 몰리니 잠시 흔들렸던 계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해 한국에 사는 것을 좋다, 나쁘다로 운운했던 평들이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한국이 무조건 살기 나쁜 나라도 아니고, 그렇다 해서 계나의 엄마는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계나와 그녀의 엄마의 행복의 기준이 명확하게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어느덧 계나가 뉴질랜드의 삶에 적응했을 무렵 떠나기 전 한국에서 잠깐 인사를 나눴던 동기 ‘경운’의 죽음을 듣게 된다. 계속되는 시험의 낙방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바로 이전 장면에서는 계나가 가르치던 아이의 일가족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전에도 아이의 아버지는 오랜 이민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던 장면이 나오며 어디서 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끄트머리에는 꿈속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는 계나와 경운이 나온다. 행복이란 단어가 너무 과대평가된 것 같다며, 배고프고 춥지만 않으면 좋다는 등의 말과 함께 그들은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운에게 계나는 ‘이게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어딘가에는 분명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전하지 못한 말을 건네며 영화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계나와 경운에게 위로를 전한다.
영화는 한국과 뉴질랜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러한 교차편집을 통해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대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어느 한 쪽의 사고에 치우치지 않고 제작자가 원하던 메시지에 도달하도록 도와준다. 동화 「추위를 싫어한 펭귄」이 처음부터 엔딩 크레디트까지 쭉 언급되며, 이런 친절한 연출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뻔하게 느껴지거나 와닿지 않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MZ 식 행복 찾기’로 소비되는 이 영화의 평을 보니 여기까지가 이 영화 연출의 일종이 아닐까 싶다. 다만 원작과 캐릭터들의 성격이 달라지며 조금은 답답하게 보이는 부분과 원작 발간 후 약 10년 뒤 개봉하였는데 연출에서 세월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부분이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계나는 결국 다시 한국을 떠나며 영화가 끝이 난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주인공 계나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로 계나를 따라가며 해답을 찾는 듯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삶에 주인공이라는 걸 보여준다. 계나와 대비를 이루던 등장인물들도 삶의 방향에 있어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갈등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이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 배급아카데미 6기 이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