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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식 Jan 03. 2022

"엄마!"


인도에서 10년을 지내는 동안 한국 명절을 명절 같지 않게 보내다 보니 이제 명절 인사를 하는 것도 어색하다. 어머니께서 소천하시고 두 번째 맞는 설날 즈음에 일이다. 혼자 델리를 다녀오느라 밤 비행기에 2시간 반이나 걸리는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4시였다. 새벽 5시가 돼서야 침대에 누워 잠깐 잠이 들었고 그 사 사이 너무도 생생한 꿈을 꾸었다. 


40년 전에 보았던 외갓집 기와지붕과 그 사이 있는 감나무에 연줄이 걸려 있었다. 하늘에 많은 연들이 훨훨 날고 있는데 유독 연 하나가 연줄이 감나무에 걸려 감나무를 얼개 삼아 날고 있었다. 나는 그 연줄을 끊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작은 대청마루가 있는 서른방(사랑방을 이렇게 불렀다) 미닫이문을 여니 어머니가 앉아 계신다. 나는 꿈이라는 것을 금세 알았지만 깨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는 힘껏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이 닿지 않는다. 이내 “엄마!”를 연거푸 부르다 잠에서 깨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어머니께서 소천하신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을 때 일이다. 마음으로는 어머니께서 천국에 계시니 또 볼 수 있으리라 믿으며 슬픔을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은 여전히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탄식하는 것 같다. 


그해 설날에 나는 이 꿈 덕분에 인도에서도 명절을 명절답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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