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식을 공유해도 되는 이유

by 김정식PM
알려줘도 따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 또는 바깥 어디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잘 공유하는 편이다.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어도 괜찮다. 나는 Giver가 맞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상대방이 도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냥 나는 그런 인간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비밀 레시피나 영업기밀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혼자만 알고 싶어 한다. 배타적인 지식은 일종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한 때는 나의 Giver 성향이 손해 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전부터 그 생각은 없어졌다. 지식은 얼마든지 공유해도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AI 세상에서, 나만 알고 있는 지식은 없다.
2. 공유해 봤자 따라 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3. 그 극소수는 내게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4. 나에게는 공유 또는 기여했다는 이미지가 남는다.
5. 공유하기 위해 정리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공부다.


배타적인 지식은 극소수다. 알려줘 봤자 따라 하는 사람도 적다. 그러나 내게는 Giver라는 이미지가 남는다. 다들 공유하기 싫어하는데 나는 하니 특별해질 수 있다. 회사에서는 회사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으니 좋고, 콘텐츠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조회수가 만들어지니 좋다.


나는 그래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기부하는 사람, 노하우를 알려주는 사람, 시간을 들여 취합한 정보를 조건 없이 공개하는 사람. 그래서 GNU 프로젝트(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와 GPL이라는 오픈소스 철학을 좋아한다. 다소 거칠긴 해도 리누스 토르발즈를 존경하는 이유다.


이후 결이 조금 다르긴 해도, Hadoop, Python, Elastic Search 등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구글에서 공개한 것들 중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여러 가지(TensorFlow, Keras, Kubernetes)이다.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만든 사람들, 집단 지성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기여자들 모두 멋지다.


공유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내 것을 빼앗긴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알아낸 경험, 정리해 둔 경험은 고스란히 내 자산이 된다. 그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또 배우면 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점점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글래서는 사람들이 배울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들 각각에 대한 효과를 다음과 같이 연구해 발표했다고 한다.

읽기 : 10%
듣기 : 20%
눈으로 보기 : 30%
보고 듣기 : 40%
토론 : 70%
경험 : 80%
*가르치기 : 95%

공유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내가 정리해서 공유한 지식은, 그냥 읽고 듣는 사람보다 80% 이상 더 내 것이 된다. 내가 더 깊이 알게 되었다면 충분한 것 아닌가?


공유하자. 그게 내게 도움 되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화상회의'의 치명적인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