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등교 시각은 원칙적으로는 9시 등교지만 아이들이 교실에 오는 시각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9시를 간신히 맞춰서 오는 아이도 있고, 8시 조금 넘으면 어느새 교실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학생도 있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학생들에게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요. 11살 아이들에게 시간이란 어쩌면 바닷가에 있는 모래알 수준으로 느껴질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략을 좀 바꿔 봤습니다. 얼마전에 유투브에 연예인 수지의 일상에 대한 쇼츠 영상을 본 기억이 떠올랐어요. 수지의 일상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11시 기상, 방문 요가를 하고 늦은 점심(아침인가??), 휴식, 친구 만나서 시간 보내다가 저녁 식사(점심인가??) 그리고 놀다가 잠들기.
-연예인 수지의 일상-
아이들한테 이 영상을 보여줬더니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부럽다, 나도 돈 많았으면 좋겠다 등등
아이들의 원성(?)을 뒤로한 채 칠판 한 켠에 이 문장을 적었어요.
(내)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벌고 번 돈으로 다시 (내) 시간을 산다.
" 선생님이 왜 연예인 수지의 일상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었는지 이 문장과 관련지어서 한번 생각해볼까?"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아이도 있고 영문을 모른 채 그냥 앉아만 있는 아이도 있고, 천차만별입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아이들의 반응을 발표를 통해 확인해 보았어요.
5명의 아이가 손을 들고 발표를 했는데 5명 모두 비슷한 의견이었어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번 돈으로 자유롭게 살라는 뜻인 것 같다고요.
5명 아이들의 생각을 칭찬해주면서 제 의견을 조금 더 보태보았어요. 좀 어려울 수 있는 낱말인데 '소득'을 먼저 설명했죠.
소득: 경제 주체가 일정한 기간에 걸쳐 노동·토지·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하여 경제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이익. 경제 주체가 일정한 기간에 걸쳐 노동·토지·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하여 경제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이익
소득의 원래 뜻은 이렇지만 '번 돈' 이렇게 심플하게 말이죠. 그리고 소득에는 크게 2가지 종료가 있다고 말해주었어요.
소득의 2가지 종료: 근로 소득과 자본 소득.
근로 소득은 내가 열심히 일을 해서 번 돈, 예를 들어 연예인 수지는 가수를 하며 번 돈, 배우를 하며 번 돈, 광고를 찍으며 번 돈을 예로 들었죠. 여기까지는 대부분 아이들이 바로 인정하는 분위기였어요. 대부분의 사람들, 아이들의 부모님도 아마 근로 소득이 대부분이니까요. 물론 저도 그렇지만.
그러고 나서 자본 소득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이야기 나눴죠. 주식과 배당금, 그리고 걸어가며 보이는 상가와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에 대해서도 말해줬어요. 오늘 아침에도 이용했던 편의점 가게의 원래 주인이 따로 있었다니. 그리고 1층 편의점, 2층 식당, 3층 독서실 이런 곳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빌딩 주인에게 주고 있다는 말을 해주니 몇몇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어요.
"자본 소득이 꼭 필요한 이유는 만약에 무슨 일이 생겨서 내가 일을 하지 못했을 때도 나와 내 가족을 보살펴 줄 수 있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자본 소득의 양이 더욱 많아진다면 일을 많이 할 필요도 없겠지. 내가 필요할 때만, 내가 좋아하는 일만 선택해서 할 수도 있을 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 5일 근무하고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쉬잖아. 그런데 주 4일 근무, 주 3일 근무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없었단다. 그래서 선생님도 여전히 근로 소득이 대부분이지만 자본 소득을 늘리기 위해서 공부하며 노력하고 있단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을 넌지시 해주었어요. 지금부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서 근로 소득과 자본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면 그만큼 더 일찍 일이 주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아직 11살 밖에 안된 아이들이라서 제가 절실하게 말해주었던 이야기를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중 몇 명이라도 내가 왜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 매일 학교에 오고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느낄 수 있다면 꽤 보람이 있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