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

by 정소정

앨리는 참 잘 안기는 고양이였다. 아니, 잘 안아주는 고양이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까?


나보다 몸이 작아서 나에게 안긴 것처럼 보일 뿐 앨리 자신으로서는 늘 나를 안아줬던 것 같다.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 의자로 펄쩍 뛰어올라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내 허벅지를 야무지게 양팔로 끌어안았다. 꼭 내 다리가 처음부터 제것이었던냥. 잠시 그러고 있는 거면 힘들 건 없겠지만 이 녀석은 그 상태도 몇 시간을 버텼다. 다리가 저려 아래로 들어내리면 뾰로통한 표정으로 다시 뛰어오르곤 했는데, 내가 다시 내리면 몇 번이고 다시 뛰어올랐다. 어쩔 땐 정말 무슨 용수철 같았다. 그럴 땐 앨리의 눈은 집념으로 빛났다. 세상에 단 두 개밖에 없는 값 비싼 보석처럼. 앨리는 그걸 거부로 느끼기보단 놀이로 느꼈던 것 같다. 귀여운 녀석.


고양이는 사람만큼이나 성격이 제각각이다. 앨리의 성격은 굉장히 특이했는데, 개냥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관계중심적이었다. 자기 자신만의 시간이나 즐거움을 추구하기보단 사람이든 고양이든 누군가와 관계 맺는 걸 통해 쾌감을 얻곤 했다. 물론 그 최대 피해자(?)는 애기였다. 앨리는 애기를 혼자 두는 법이 없었다.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루밍을 해주고 끌어안고 잤다. 애기는 앨리와는 달리 혼자만의 시간도 때때로 필요로 했으므로 필사적으로 앨리로부터 도망가기도 했다. 보통은 서재 책장 위로 올라가서 쉬었는데, 앨리는 몸이 무거워서 거기까지는 따라가지 못했다. 앨리는 책장 위 애기를 원망스레 바라볼 뿐이었다. 앨리의 안기집착 때문에 애기의 운동신경은 무섭게 좋아졌다. 모르긴 해도 일반적인 고양이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뛴다. 사람이라면 태릉선수촌 수준이랄까. 뭐 집사의 팔불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지만.


앨리는 밤에 잘 때도 혼자 편하게 자는 법이 없었다. 꼭 내 다리와 다리 사이로 들어가 자려고 했다. 다리를 들어서 치우면 기어 올라와 팔베개를 베려고 했다. 앨리가 살아있는 내내 나는 앨리를 밀쳐내고 앨리는 다시 나에게 들러붙기를 반복했다. 정말 찐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찐득하게 붙어있었다. 너무 사랑스럽고 잘 생긴 수컷이지만 이 정도로 들러붙으면 누구라도 조금은 귀찮을 것이다. 애정결핍이 아무리 심한 사람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집착이었다.


앨리가 떠나고 가장 많이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내가 앨리를 밀치던 순간이다. 괜스레 더 미안해진다. 좀 더 안아줄걸. 다리가 마비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안아줄걸.


앨리는 마지막 순간에도 내 품에 안겼었다. 동물병원 산소치료실에서도 나에게 비틀대며 걸어와 안겼다. 아니, 나를 꼭 끌어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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