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이미지의 관계
미술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은 종종 현대미술이 대중과 너무 멀어졌다고 얘기하곤 한다. 현대미술의 다양해진 표현 방식과 개념들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가 어려운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사를 들여다보면, 현대미술만큼 대중에 밀접해 있는 미술 사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미술은 대중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흔히 '고전 명화'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작품들은 대부분 왕가, 종교, 귀족들의 의뢰를 받아 제작된 것으로 권력자들의 업적을 기록하고, 권력을 과시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런 작품들은 일부 궁정과 귀족들, 특별 방문객들에게 공개되었고 대중들에게는 아주 제한적으로 공개되었다. 화가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예술이 아니라 그들의 권위를 살려주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이렇듯 이미지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행동은 아주 오랜 역사가 있고, 이는 현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권력 유지를 위해서 대중들의 지지가 필요해졌기에 이전보다 더 활발하고 다양한 방식의 이미지 활용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자 노력한다.
선거철이 되면 여기저기 뿌려지는 홍보물과 플래카드들이 가장 쉬운 예시일 것이다. 전통 시장을 찾거나 소외 계층들을 찾아 봉사 활동을 하는 행동들 역시 그런 행동들에 진심이 담겼다기보다는 그저 사진 한 장으로 좋은 이미지를 챙겨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여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 편승하려는 모습도 보이곤 한다. 오죽하면 '이미지 정치'라는 표현이 생겼을까?
문제는 이런 이미지 정치가 대중들에게 잘 먹힌다는 것이다. 사회가 다원화될수록 정치가가 계획하는 정책들은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그렇기에 대중들은 정책이나 그들이 가진 능력을 찾아보고 검증하기보다는 어떤 이미지를 가졌는지를 우선시하고 그 안에서 지지 여부를 선택한다.
인간이 시각에 주로 의존하는 동물인 만큼 이미지 정치에 휩쓸려가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지 정치를 우선시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나 사회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권력 보존을 우선시한다는 것과 동일한 이야기일 테고, 그런 이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대중들일 것이다.
우리가 권력자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아야 이미지가 권력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미지 뒤에 서 있는 인물의 진짜 모습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가 지금까지 사회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정치활동을 펼칠지 여러 자료를 찾아 검증한 뒤에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면, 이미지 정치는 힘을 잃을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이런 개개인들의 사소한 노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