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에핀국화 Nov 06. 2023

네 덕 한번 보자

무심코 열어본 유튜브 앱에 유재석이 올라왔다.

유선배 복지 프로그램이라고 내세우는 그 콘텐츠에는 유느님이 편한 지인들과 그냥 떠들어 제끼는 콘텐츠다. 별생각 없이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 불현듯 브런치 사이트에 접속한다.

떠들어 제끼는 꼴을 보자니 나도 써 제끼고 싶어졌다.


뭐라도 써 제끼고 싶게 만들어 준건 슬초브런치프로젝트2기 덕분이다.

나름 블로그도 하고 브랜딩도 하면서 공저 책을 2권이난 낸 작가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쓰는 사람으로의

정체성이 없었기에 일상을 글감으로 삼는다는 것이 어색했다.

책 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관련된 주제에 대한 글만 쓰다가 내게 일어나는 일상이 모두 글감이 되며 그것으로 글 한편 뚝딱 써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작가이구나 싶다.

나는 이제야 작가가 되었다.  




2019년 캐나다에서 영상을 찍어 올리던 그녀는 나의 벤치마킹 대상자였다. 구독자 10명을 벗어나지 못하던 내게 700명의 구독자를 가진 그녀는 대단했지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언뜻 보니 관심사도 비슷했다.

'좋아 저 여자처럼 카메라 켜고 말하는 거 뭐 어렵겠어? '

야심 차게 그녀처럼 혼자 떠들어 대는 영상을 올렸다.

비록 초등교사 경력은 없지만 서울교대를 꿨고,  나도 아들 둘이 있고,  나만의 엄마표 영어 성공기도 있고, 공교롭게도 우리 집 맏아들도 이규현이니 그녀를 따라 할 이유 충분했다.


 2020년이 그녀에게 실로 엄청난 해였으리라 짐작한다. 코로나로 인해 수많은 콘텐츠가 온라인화 되면서 그간 쏟아부었던 노력들이 폭발했는지 구독자가 급상승하고 나의 은경샘은 대한민국 초등맘의 은경샘이 되었다.

물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초등맘의 마음을 사로잡을 다양한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네' 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따라잡아 보겠다던 야망은 사라진 지 오래고 서서히 나만의 은경샘이 아님을 아쉬워하며 그녀와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혼자서 거리를 둔 3년째 떠나지도 못하고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이 우스워 차라리 가까이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브런치 프로젝트이기에 정작 브런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에게 다가가는 한 걸음이었을 뿐.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그녀에게 접근했다는 걸 이 글이 공개되면 숨길 수 없겠지만 솔직함을 강조하는 그녀에게 내 불순한 의도를 숨기는 게 더 어렵지 싶다.



시작이 어떻든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확실히 내면화된 작가라는 정체성이 내 삶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 

 매일 쓰기를 결단하면서 매일의 일상에서 글감의 싹이 보이면 모조리 찾아 저장한다.

스스로 작가라고 인식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꽤나 극명하다.

무엇보다 사건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힘들고 짜증나는 일로만 여겨진 크고작은 사건들이 참신하고 기발한 글감이 되어주겠다는 위로는 생각보다 삶을 여유롭게 해준다.


그러고 보니 에게도 조금 특별한 글감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40대 애가 셋이나 있는 가장이 어느 날 공무원 시험을 겠다는 일과

11개월 만에 합격한

2년 만에 그만두겠다는 남(현재 진행형)

모두 글감이 될 수 있다 걸 알아버린 지금.

작가로서 가깝고도 먼 나의 정원

이 정 원 에 대해 연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까 보던 유튜브 영상에서 유느님이 박장대소를 하고 있다.

j 감독이 유느님을 섭외하기 위해 전화한다는 설정에

대뜸

"네 덕 한번 보자."라고 말한다.

그 말에 빵 터진 유느님을 보는데  우리의 이은경 선생님이 오버랩된다.


"선생님 저 슬초브런치프로젝트 덕 한번 볼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