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모드도 필요해.
제목도 게으른 1월이다. 게으른 건 난데 책임을 1월에게 전가했다. 2023년은 시험에 연속이었다. 영어영문학 학사 취득을 위해 20번 가까이 시험을 보고 토익까지. 뇌에 문제가 생긴 건지 1월이 되자 전두엽은 파업을 하고 난 스마트폰의 노예가 됐다.
주말에 하루는 꼭 바깥에 나가 산책이든 가족을 만나든 했는데 정말 몇 주 째 침대에 파묻혀 스마트폰만 계속했다. 오랜만의 게으름이었다. 그렇게 퇴근하고 침대에만 붙어있다 보니 밤낮까지 바뀌어서 새벽 5시에 자고 일어나 바로 씻고 출근을 했다.
앞으로 할 일이 또 태산인데도 주체를 못 하고 이렇게 침대에만 붙어 있다. 게으름과 부지런함 질량보존의 법칙인지 그동안 부지런 떨었던 것에 보상인 듯 일하고 밥 먹고 청소하고 넷플릭스만 본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자 천근만근 같았던 팬을 들고 새해 계획을 끄적였다. 그동안 몸과 마음이 지쳤던 것일까. 연말에 한 소개팅 때문일까. 작년에는 귀신에 씐 것처럼 부모님께 주선을 부탁드렸다. 대략 5번의 소개가 들어왔지만 4번은 못 들은 걸로 하고 넘어갔다. 오랜만에 연락이 된 먼 친척의 주선으로 연말에 소개팅을 했다.
소개남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잠깐씩 멍해짐을 느꼈다. 혼자 살 준비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어쩌면 이번 생엔 짝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잘 벌고 예쁜 옷 사 입고 기부도 하고 내 책도 내 보고 그렇게 혼자 반듯하게 살 준비를 해야 되겠다. 그동안의 피로가 함께 몰려왔는지 1월엔 늘어지게 잠을 많이 자고 있다. 2023년을 그렇게 달렸는데도 손에 쥔 것은 왜 이렇게 작은걸까. 답답함인지 상실감인지 모를 감정에 그저 나를 내버려 두고 있다.
2월엔 재부팅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