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이네

연초에 차여본 사람

by 정원

설마설마했던 마흔이다. 공부하느라 먹었던 간식들 때문에 살도 제법 쪘다. 40이면 사업을 하기도 하고 계속 직장에 다니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도 한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걱정이 되는 나이어서인지 나이 때문이라는 수식어가 점점 피부에 와닿는다.


40이 된 걸 축하라도 하듯 영어모임에서 평소 관심 있던 분에게 고백을 받았다. 고백을 받을 때의 순간이 가장 좋았는데 이성적이면서도 동시에 정도 있고 문제가 생기면 같이 해결점을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고백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나누었던 대화를 조금씩 기억해 보며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충전되어 있는 전화기를 확인했다.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길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런데 그에게서 서로 준비하는 시험이 있으니 더 깊어지기 전에 그만하고 싶다는 톡을 받았다. 혼자 고백하고 마음 정리하고 통보하고 마치 감정 없는 샌드백이

된 기분이었다. 단단한 무언가가 가루로 부스러져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러라고 보낸 문자일 테지만.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듯하여 만나다가 깊어지면 내 진로를 바꿀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가르치는 일은 어디서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모든 대화에 울림이 있었다. 그 다음날 마음을 추스르려고 2년 동안 나간 모임도 탈퇴하고 학원을 등록했다.


덩달아 입맛이 떨어져 살이 예상보다 빨리 빠지기 시작했다. 밉다가도 어쩔 땐 바보같이 나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보였었구나라 생각에 기분이 좋아 실없이 웃기도 했다.


연초에 진로에 대해 갈팡질팡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마음을 다잡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