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최근에 학원에서 학부모 상담, 동료의 인사이동, 가까운 사람과 다툼으로 관계에 대해서 생각이 많았다.
학원의 사정으로 전임 선생님의 타임이 줄게 됐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모든 일이 꽤 빠르게 진행됐고 전임 선생님은 자진퇴사를 결정했다.
연초에 전임 선생님이 1년 넘게 지도해 온 반 아이들을 내가 인계받았었다. 아이들의 수업태도부터 실력이 역량에 비해 좋지 않았다. 부모님께 자세한 사항을 말씀드리고 집에서 숙제를 도와주는 법을 간단하게 말씀드렸다. 그렇게 상담을 드리는 와중에 학생에게 ‘게으르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도 계속 에둘러 표현하다가 직설적으로 표현을 해버렸다.
그날 저녁 바로 학원에 컴플레인 전화가 왔다. 1년을 넘게 보냈는데 파닉스가 전혀 안 되는 아이의 모습에 무척 실망했다고 배신감을 느낀다며 전화가 왔다. ‘게으르다’란 말에 반격 같았다. 아무튼 그 불씨가 전 전임샘께로 튀었고 원장님은 나에게 아이의 역량을 잘 파악해 주신 건 고맙지만 말은 순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알고 보니 전 전임샘은 아이의 파닉스가 안 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차피 반복학습이 이루어질 테니. 일단 결과적으로 어머님이 말이 심했다고 사과문자를 보내셨고 앞으로도 자세한 피드백 부탁드린다고 답을 주셨다. 결과적으로 그 아이는 그 뒤로 1,2등을 놓치지 않고 성장했다. 하지만 찝찝한 기분이 영 가시지 않았다. 몇 달 후 전임선생님의 퇴사로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최근에 가까운 사람과 다툼이 있었다. 상대의 잘못이 먼저 있었다. 그에 감정적으로 상처받고 답한 말이지만 모든 화살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욕만 안 했지 상대의 자존심과 체면에 큰 생채기를 낸 것 같았다.
상대가 여전히 그 말에 몹시 자존심이 상했다고 전해 들었고 나는 내가 했던 말을 노트에 적어보며 뭐라고 말해야 옳았을지 고심했다. 그동안 상대의 무례함을 참아오다가 말한 건데 내 감정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 싶었다. 그렇게 찝찝한 기분이 배가 됐다.
또 나만의 억겁의 생각박스로 들어갔는데 의외로 친한 동기들과 야식을 먹다가 혼자 주저리주저리 말하면서 꽤 괜찮은 해답을 얻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회피를 하는데 ‘해결’이라는 농도가 얼마나 섞여 있냐에 따라 그 색깔이 결정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순도 100% 회피를 나는 못 견뎌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내 인생은 그로 인해 누군가와 갈등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갈등이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모임에서 이런 주제로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회원 2명이 하는 말이 같았다. ”그런 사람은 업계에서 바로 사라지고 사회는 냉정하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그런 ‘냉철한 평가’를 들었을 때 발전하는 사람이 있고 퇴출되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듣게 됐다.
그런데 한편으론 사적인 관계에 있어선 어쩌면 순도 100% 회피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내 인생에서 퇴출시킬 수도 없으니. 여전히 찝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