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공시간
예전에 영상번역 공부를 하면서 생긴 버릇인데 내 순공시간을 노트에 적는 습관이 생겼다. 왜냐면 번역가는 1분에 몇 타를 찍는지에 따라서 시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30초 단위까지도 계산했던 거 같다.
이 경험으로 엄두도 못 냈던 영어강사도 됐고, 공부습관이 잡혔다. 평소에 마감 없이 내가 하루 꼬박 공부를 한다고 치면 나는 5.5~6시간을 할 수 있었다. 공부가 좀 잘 된다고 하면 7.5시간 정도를 한다. 시험이 닥치면 9-10간을 하지만 냉철히 봤을 때 내 하루 순공시간은 6시간 정도 이기 때문에 딱 3시간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로스쿨생도 순공시간은 8.5시간 정도 된다. 실제로 한 일타강사도 순공시간 8시간이 딱 좋다고 말한다. 나는 점심 먹고 오후에 긴장이 풀려버리는데 그 시간이 되면 만사 귀찮아서 의지가 사그라든다.
재작년엔 의대생들의 유투버를 보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달달한 디저트를 먹고 예쁜 옷들을 사고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의지를 다지는 듯했다.
일단 예쁜 디저트 사 먹기는 내게 안성맞춤이었고 공부하는 데 많은 조력자 역할 해줬다. 그런데 최근 건강진단에서 콜레스테롤 수치에 주의요망이 떠서 튀김, 쵸코. 인공 과당을 끊고 통밀에 피넛버터 발라먹기로 대체했다. 대신 일주일에 한 번 피자나 브리또는 먹지만 돈가스는 안 먹게 된 지 두 달이 다 돼 간다. 젊을 때 공부하라는 말이 이런 건가 싶었다.
작년에는 로스쿨 유투버들에게 의지했다. 변시 전날에도 영상을 찍어 남기는 분도 있었는데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아무 생각 않고 일단 시험장에 앉다 온다는 마음을 가질 거란 말이 위로가 됐다. 앉다가 오자!
이런 영상들 덕에 공부 좀 친다는 친구들의 순공시간, 공부법, 멘탈 관리를 배웠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집 주변에 새벽에 여는 카페가 있다. 전문직분들이 다녀가는 곳이라서 그 공간만의 차분하고 집중이 잘되는 분위기가 있다. 오전공부는 여기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집에 오면 앉아서 서서 침대에서 장소를 바꾸며 3-4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나머지 3시간을 충당할 장소를 물색하기 힘들다. 좀 더 창이 크고 자연이 보이면서 큰 공간이 없나 물색하던 차에 바보 같은 고민이란 걸 깨달았다.
월요일에 학교 도서관에 짐 싸들고 가 봐야겠다. 괜찮으면 학교 근처로 나중에 이사를 가봐야겠다. 내 3시간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