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원장님은 영문과 출신에 영어로 1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 90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오고 가는 영어학원이라 시스템으로 학원수업이 돌아가고 있다. 어제자로 파닉스 수업 교육을 받았다. 교재에 어플과 갖가지 그림이 동반되니 아이들 뇌리에 음가가 좀 더 재밌게 박힐 것 같았다.
학원 시스템을 잘 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 흐름을 잘 못 타는 아이들이 있다. 이해도가 있어도 경쟁심이 없고 학습동기가 안 잡힌 아이들이 대게 그러하다. 부모님이 자녀의 상태를 파악하고 학원과 상의하면 좋지만 학원도 시스템 외에 별다른 노력이 없거나 부모님이 빠른 결과물을 기대한다면 학원을 끊는 수순이다.
올해로 초5가 되는 아이 담임을 맡게 됐다. 첫날 수업은 잘 나오더니 연타로 결석을 했다. 당연히 첫 시험 점수가 반을 넘기지 못했다. 기존에 동생들과 쉬운 교재로 수업을 하다가 월반을 하니 맥을 못 추고 방황하는 듯했다. 상담 일지를 보니 원래도 수업태도가 불안했던 친구인데 지금은 아예 공부를 놓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다른 반 선생님들도 이 친구에 대한 평이 썩 좋지 않다. “어쩔 수 없다. 수업 흐름이 깨진다. 어르고 달래야 한다.” 다른 반 선생님들께 들은 총평이다. 첫 상담전화를 드리니 어머님 근심이 크셨다.
3개월 동안 이 친구의 담임이 됐는데 가만 보니 학습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친구였다. 푸시를 많이 하면 떨어져 나갈 것 같아 할 수 있는 만큼의 숙제를 줬다. 3개의 숙제가 있다면 어차피 안 할 거 하나만 시켰다. 그리고 다른 반 수업에 들어가기 5분 전이라도 일찍 올 수 있게 부모님께 부탁을 드렸다. 부모님도 얘를 달래기 위해 집에서 공부에 ‘공’ 자도 안 꺼낼뿐더러 학원에 빨리 보내기 위해 스트레스 풀게끔 용돈을 챙겨주시는 것 같았다.
학원 오기 전에 늘 인형 뽑기를 하고 오는데 이제 실력이 늘어서 2000원으로 뽑는 신기술까지 생겼다.
더도 말고 딱 5분 동안 단어발음, 암기, 해석을 봐줬다. 그러면 본인이 수업 전까지 해석하는데 부담이
덜어질 테니. 오다가다 마주치면 랜덤으로 단어를 물어봤다. 솔직히 나조차도 큰 기대 없이 관심을 가져줬는데 학기 마무리에 스스로 숙제를 다 끝내고 파이널에 하나 틀리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영자신문과 영어성경을 일주일에 한 번 탐독하고 블로그에 요약문을 올리고 있다. 한국 신문과 영자신문을 같이 읽고 나니 경제의 흐름이 보이는 듯했다. 다들 이렇게 주식에 발을 담근다고 하던데, 나 역시 사람이라 눈을 떠보니 증권사에서 계좌를 만들고 있었다.
전문용어 아는 거 하나 없이 뚝딱뚝딱 만들고 종목 주가변화를 투자하고 나서야 보게 됐는데 담당자님께 유망한 종목이란 소리를 들었다. 서류에 기입하는 소득란을 쓸 때 최근에 대학원에 가서 소득이 줄었다고 하니 대학원 전공이 경제인지 물어보셨다.
전공을 영어로 바꾸고 또 다른 보람과 연계되는 지식들이 생겼다. 10년 전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툭 치면 무너져 내릴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 밥 벌어먹고 살 걱정과 함께 하루하루 무탈하고 조용한 매일을 보내고 있는 지금 나는 꽤 단단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