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먼저 배운 건
‘부모님께 기대는 방법’이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해낼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목·금요일만 되면 남편과 나는 가족 단톡방에 “이번 주도 오시죠?” 하고 메시지를 남기는 아들, 딸이 됐다.
극한의 육아 앞에서는 어른도 결국 자식이 된다.
우리 아이가 우리를 찾듯, 우리는 각자의 부모님을 찾았다. 다행히 부모님들은 늘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주셨다. 그들의 방문 덕에 우리는 정신적·육체적 허기를 동시에 채웠다.
아이의 성장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마음이 채워졌고,
매주 가득 챙겨 오시는 국과 반찬들 덕에 냉장고는 한 번도 비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조금 더 자고, 조금 덜 울고,
우리가 숨을 한 번 고를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또 다른 걸 배웠다.
바로 '시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육아 때문에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대신
“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찾았다기보다 만들었다에 가깝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짧은 틈을 붙잡아 나만의 시간을 세웠다.
일주일에 한두 번 30분 달릴 시간을 만들고,
짧게라도 산책을 붙잡고, 책 한 장, 문장 하나 읽을 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금 이 문장을 쓰는 시간도 그렇게 만들어진 틈에서 온 것이다.
육아는 결국 두 가지를 가르쳤다.
기꺼이 기대기,
그리고 기어이 만들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