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함께 산 사람에게,
지금의 나는 어떤 말을 고를까.
민욱과 부부가 된 지 5년이 됐다.
결혼기념일마다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올해는 편지지도 준비를 못 했다. 오늘따라 해나는 낮잠도 자지 않고 계속 칭얼거렸고, 체력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까 하는 마음이 슬며시 올라왔다.
그때 책상 한쪽에 있던 포스트잇 박스 속 미니 카드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갓 백일이 지난 딸, 해나만큼이나 쪼매난 카드. 카드를 꺼내고 펜을 들었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자축의 한마디를 쓰고 멈춰서 생각했다. 어떤 말을 쓸까. 부부로 함께 산 지 5년. 한마디를 한다면 난 너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언제 깰지 모르는 아이, 피곤한 상태, 작은 지면이라는 제약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을 떠올려봤다.
‘사랑해!’
‘고마워.’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어!’
이런 말 말고.
더 밀도 높은 말을 하고 싶은데.
잠시 눈을 감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꺼내 보았다. 기억과 함께 감정들이 따라왔다. 즐거움, 고마움, 미안함, 뿌듯함, 서운함…. 5년 전보다 더 많은 감정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지나 남는 감정은 결국 하나였다.
함께해서 행복하다는 마음.
다시 펜을 들고 가장 하고 싶은 한마디를 썼다.
“올해도 당당히 말할게.
난 여보랑 결혼해서 너~무 행복해! 좋아! 최고야!”
수많은 수식어를 다 덜어낸 진심이었다.
작년, 재작년, 그리고 결혼한 그날에도 했던 말을 올해도 그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여전히 그는 내게 사랑스럽고, 고마운 존재이며
난 오늘도 그와 함께해서 행복하고, 좋고,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결혼기념일.
카드를 접어 그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우리는 내일도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하겠지.
오늘도 함께해서 행복한 하루가 될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