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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희 Apr 22. 2022

매력적인 기업의 브랜딩 전략을 나에게 대입하는 방법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를 읽고

나는 술과 관련된 컨텐츠를 업로드하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pbd_aexp/) 사실 지금 이 브런치에도 사용하고 있는 '박빵떡' 이라는 이름을 바꾸고 싶었다. 바꾸려는 이유는 누군가 나를 박빵떡으로 부르는 게 뭔가 낯간지러워서.


그래서 이름을 뭘로 바꿀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퍼스널 브랜딩에 관련된 김키미 씨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https://youtu.be/Y1lhs45IoDw

카카오 브런치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계신 김키미 씨는 나를 한마디로 표현하기, 나만의 정체성을 찾기, 초안 클럽 얘기들을 하셨는데 너무 흥미로웠다. 내가 지금까지 고민하던 인스타그램 별명은 지엽적인 문제였다는 것이고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키미 씨가 지은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책에서는 기업들의 브랜딩 전략을 살펴보고, 그 방법을 자신의 퍼스널 브랜딩에 적용하는 과정을 소개한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너무 흥미로울 것 같아서 냉큼 책을 구매해서 후다닥 읽었다.



브랜딩이란?

내가 처음 접한 브랜드는 전통주 스타트업 회사 술담화에 입사해 브랜딩 팀에서 술담화가 추구하는 브랜딩 전략을 들었을 때였다. 술담화를 캐릭터에 비유하자면 '도라에몽'이라고 하셨다. 도라에몽은 친근하면서도 진구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고양이 캐릭터다. 

술담화가 도라에몽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니 브랜드 이미지가 더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술을 알려주는 모습.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공대생인 나에게는 브랜딩이란 꽤 재미있는 방법이구나 알게 되었다.



작가님은 브랜딩과 마케팅은 완전히 다르다고 얘기하신다. 

마케팅은 타인에게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말을 하는 사람의 주체가 다르다. 마케팅은 자신이, 브랜딩은 타인이 얘기한다.

타인에게서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면 나의 어떤 점이 좋은지에 대한 정체성을 먼저 발견해야 한다. 퍼스널 브랜딩이랑 그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왜'라는 질문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해 준다. 나를 이루는 모든 것, 나의 생각과 행동에 모두 까닭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냥’은 없다.

위의 작가님의 글은 나의 오랜 친구 무너에게서 배웠던 것이기도 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제가 왜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입 발린 말은 사실 사랑하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에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무척 재밌다.

나의 생각, 행동,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앞으로 A라 지칭)에 대해 ‘정확한 언어’로 답해보기

나도 책에 있는 내용을 참고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찾아보았다. 그중의 일부를 적어보자면,


나는 왜 유명해지고 싶은가?

유명해지면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 글, 만화, 개발, NFT 등)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유명해지지 않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면 어떤가?

물론 좋다! 이 질문을 해보니 유명해지고 싶은 건 부차적인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 걸 알게 되었다.

당장 덕업일치를 하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은 유명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나는 왜 컨텐츠를 만드려고 하는가?

내가 만드는 컨텐츠는 나만이 만들 수 있다. 컨텐츠를 만들어 남들에게 선보이는 순간은 잠시나마 내가 티비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컨텐츠를 만드는’ 박천희가 아니라 컨텐츠를 만드는 ‘박천희’가 되고 싶다.

한 번 살다 죽는 유한한 인생, 무한히 살아있는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서 내가 죽은 뒤에도 내가 기억되고 싶다.


원래도 컨텐츠를 만들고 싶었지만 왜 만들고 싶은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게 되니 동기 유발이 더 잘 되었다. 또한 유명해지고 싶은 건 부차적인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임을 알게 되었다.


나의 페르소나 찾기

술담화에서도 구독자에 대한 페르소나를 찾는 작업이 있었다. 나도 열혈 구독자로 페르소나 인터뷰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그땐 페르소나가 뭔지 몰랐는데 작가님 책에 "나의 페르소나 찾기"라는 주제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페르소나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선택해서 보여주는 나의 모습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 지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지가 중요하다


나의 페르소나를 찾는 방법을 책을 보고 따라 해 봤다.


나를 이루는 키워드 나열

개발자, 모범생, INTJ, 임베디드 개발자, 웹 개발자, 주변에 의료인이 많다, 컨텐츠 왕, 음악, 만화, 유튜브, 글, 소설, 판타지 소설, 오버워치, 술을 좋아함, 크래프트 맥주, 소주, 위스키, 막걸리, 덕업일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함, 여행, 해외여행, 여행 계획 빡세게 함, 하이킹, 혼자서 잘 논다, 기타, 델타 블루스, 긍정적, 미술, 예술, 미대 입시, 공군, 메탈, 그로울링, 1인 가구, 30대 남성, 부산 출신


키워드의 유사성과 맥락에 근거해 그루핑

1인 가구, 30대 남성, 부산 출신, INTJ

개발자, 덕업일치, 술 회사, 스타트업, 웹 개발

컨텐츠 왕 - 음악, 글, 만화, 유튜브, 소설

여행, 해외여행, 하이킹, 자연, 도전적인 활동

게임, 오버워치, 음주


보여주고 싶은 나 그루핑

개발자, 덕업일치, 술 회사, 스타트업, 웹 개발

컨텐츠 왕 - 음악, 글, 만화, 유튜브, 소설


그룹을 한 문장으로 설명

덕업일치 개발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


보여주고 싶은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

다양한 컨텐츠를 만드는 덕업일치 개발자


나를 정의하는 한 문장을 찾을 수 있었다!


브랜드를 규정짓는 직업 말

업계의 상식을 깬 츠타야는 ‘아웃사이더의 관점’을 강조한다. 훌륭한 브랜더는 업계 상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직업 말’을 만든다.
문구인.

용돈의 8할을 문방구에서 탕진하는 어린이였는데 이제는 월급의 반 이상을 문구 구입에 탕진하는 어른이다. 작은 문구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고 하나씩 써보거나 바라보는 것이 삶의 가장 즐거운 오락거리다. 문구 매니아라고 하기에는 겸연쩍고, 그냥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던 중, 우연히 한 문구 회사의 소개말에서 ‘문구인’이라는 단어를 만난 후 비로소 정체성을 확립했다.
김규림, <아무튼 문구> 저자 소개


나도 김규림 씨처럼 나의 직업 말을 만들어봤다.


다양한 컨텐츠를 만드는 덕업일치 개발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어렸을 땐 이유를 모른채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했다. 내 사주에는 '불 화'자 4개나 있어서 그런지 코딩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음악도 만들고, 만화도 그리고, 예술에 빠져 미술 입시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알게 되었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구나.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

작가님께서는 퍼스널 브랜딩을 주제로 강연의 스피커로 참여하신 적이 있으셨다. 그곳에서 어떤 청중이 "스피커 분들은 퍼스널 브랜딩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작가님은 고민하시다가 자기 객관화에 대해 언급하셨고 다른 스피커분들은 "이 일 하나만큼은 내가 했다는 족적을 남길 수 있 도록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던 중 어떤 스피커 분이 이렇게 얘기하셨다고 한다.


브랜드라는 게 많이 알려져야면 브랜드인 건 아니잖아요.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도 있는 거니까요


퍼스널 브랜딩이란 마케팅과 다르게 나를 알리는 것이 아니다.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여 남들이 나를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님은 자기 자신과 나를 좋아하는 팬을 위한 컨텐츠를 만들라고 책의 여러 곳에서 얘기하신다.


나를 중심으로 브랜드 서클 멤버 모집하기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 개인 브랜드가 제대로 만족시켜야 할 첫 번째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과녁의 정중앙에 서 있는 내가 만족하고 열광하는 것이어야 남도 움직일 수 있다. 시장의 니즈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켓 인’ 전략이 아니라 생산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덕트 아웃’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작가님이 쓰고 싶은 글을 써주세요.”
유혹적이지만 저항해야 할 피드백

나를 좋아하는, 나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려고 300킬로미터를 운전해 달려올 사람, 월급의 하루치를 쓸 사람을 위해 컨텐츠를 만들자. 나의 팬을 만들자. 나의 팬이 아닌 사람들의 피드백은 듣지 말자.
“지금 나에게 피드백하는 사람이 내가 만족시켜야 할 대상인가?”
“지금 나는 나의 서클 안에 있는 1명의 최소 유효 청중을 만족시키고 있는가?”
“혹시 최다 가능 청중을 만족시키려는 이타심에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이 책을 읽고 '아,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밀고 나가면 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컨텐츠를 대중들이 좋아할까 라는 생각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이걸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까 라는 고민들을 즐겁게 하면 된다는 용기를 얻었다.


혹시 이 책을 읽으시는 분이 계신다면 나처럼 책에 있는 방법을 나에게 적용해 실습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도 실습을 하면서 나의 브랜딩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여기에 적진 않았지만 다양한 기업의 브랜딩 전략들도 흥미로웠다.

백남준의 '샬롯 무어먼' (출처 : 오마이뉴스)

나는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rt의 어원은 '기술'이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살면서 체득하는 기술들 모두가 Art인 것이다.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고유한 예술을 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질문하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며,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퍼스널 브랜딩, 당신도 한 번 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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