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내 꿈의 크기를 재다.
어릴 때 집이 버스 종점 앞이었다.
차고지를 빠져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면서,
어린 나는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했었다.
초등학생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몇 정거장 못 가서
버스에 하차할 때면
못내 아쉬워서
버스 노선도를 뚫어지게 보곤 했다.
중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회차 지점까지 가보았을 때
마침내 세상 끝까지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곳에는 더 먼 곳을 향해
달리고 있는 버스가 지천이었다.
오늘 저녁 약속을 끝내고
거리에 나와서
주차장까지 걷고 있는데,
어린 시절 탔던 그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버스 옆면에 붙어 있는
노선을 확인하는데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과거 내가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던
버스의 회차 지점이었다.
내 삶의 반경은
지금이 훨씬 커졌지만,
내 꿈의 크기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줄어든
요즘이 너무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