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의 시선, 그 후의 이야기3

글 밖의 이야기

by 준희최

안녕하세요.

나선의 시선, 뒷이야기 세 번째 글입니다.


첫 번째 뒷이야기가 작품 자체의 구조와 의도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 이야기는 글 밖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은 날이 기억납니다.

퇴근하면서 무심결에 열어본 메일함에 이렇게 써 있었어요.


스크린샷_26-9-2025_23833_mail.google.com.jpeg 세상에 저한테 작가님이라고


저는 기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해서 집에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아내에게 속삭였죠.

“나, 브런치 작가 승인 났어.”


아내는 제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아니, 어떻게 되는 건 아니고 그냥 글을 쓸 수 있는 거야.”

“그거 쓰면 돈을 주는 거야?”

“아니, 그냥 글을 쓰는 거야.”

“그럼 책이 나오는 거야?”

“아니, 그냥 사이트에 글을 쓰는 거야.”

“공짜로 쓰는 거야? 돈도 안 줘?”

“어, 근데 이게 아무나 되는 건 아니래.”

“근데 오빠가 왜 된 거야?”


그렇게 몇 번 더 핀트가 어긋나는 대화가 이어지고, 저는 이 대화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 무렵, 온갖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첫째가 “뭐라고? 아빠가 작가가 됐다고? 이야!!”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 순간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아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쳤죠.

“선생님, 우리 아빠가 사실은 작가예요.”

“얘들아, 우리 아빠 작가다.”

“나는 작가의 딸이야.”

“우리 아빠 노벨문학상 받을 걸?”


온갖 무서운 상상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아니, 그게 진짜 작가가 아니고 그냥 거기 회원들을 작가라고 하는 거야.”

“그래도 작가잖아! 우와!!”

“아니, 그게 아니고 거기 글 쓰는 사람 전부…”

“우와, 우리 아빠 작가다!!”


그 입을 막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입니다.


첫째도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아빠의 글을 무척이나 궁금해 했습니다.

태블릿에 제 이름을 엄청 검색해 봤더라고요.

작가명을 본명으로 하지 않길 정말 잘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조금은 쑥스러운 글쓰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첫째는 제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면 종종 말을 걸어오곤 했습니다. 3편을 한 세트로 묶어 써 내려가던, 가장 고민이 많았던 시기의 일입니다.


“아빠, 어디 봐?”


저는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도 모르다 놀라 대답했습니다.

“아, 아빠 어디 본 게 아니고… 글 쓰는 거 생각 좀 하고 있었어.”


아이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어요.

“왜, 글이 잘 안 써져?”


“아~ 아빠가 글을 쓰는데, 너 글쓰기 숙제처럼 한 편씩 쓰는 게 아니고, 다음에 쓸 거까지 한꺼번에 생각하거든. 그래서 좀 복잡해.”


아이가 넌지시 던진 질문이, 왜인지 제 마음을 간지럽혔습니다. 그래서 대강 둘러대지 못하고 솔직히 답했나 봅니다.


“아, 아빠는 미리미리 생각하면서 쓰는구나.

그러면 앞에 거랑 이어지고, 뒤에 거랑 이어지고, 하면 주제가 점점 좁아지겠네.

그러니까 쓰기가 힘들지.”


“어. 근데 아빠는 글이 한 편씩 읽히는 것도 좋지만, 흩어지는 건 싫고 하나의 주제로 쓰고 싶어서 그래.”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미소 짓더니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차분히 생각하다 보면 하나의 길로 가게 될 거야. 나는 이제 잘게. 아빠, 글 잘 써.”


아이가 방을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랑 무슨 대화를 한 거지?’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려는데 아이의 표정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아빠는~” 하고 입을 열며 뒤늦게 따라오는 눈동자,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시선,

“~구나”라고 말하며 이해했다는 말투.


그 어떤 것보다 힘이 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언제쯤 아이들에게 제 글을 들려줄 수 있을까요.

저는 사실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굳이 이야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빠의 삶을 이해시켜야 할 만큼 제가 복잡하지 않았으면 하고,

아이들의 삶도 평범한 보통날의 행복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가족과 글 사이에 어떤 대화를 나누시나요?

그게 어떤 색이든, 보통날의 행복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주에 네 번째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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