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이상해
안녕하세요.
나선의 시선 : 뒷이야기 두번째 글입니다.
19편 '작은 유산'에 아이의 글을 언급했었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합니다.
지난 편을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19편은 이 에세이를 써나가면서 큰 분기점이 되었던 글이었어요.
저와 제 아이들과의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던 아버지의 눈빛
그리고 부러움이 느껴지는 듯한 말씀을 듣고
저는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 나에게는 없었는지 억울한 마음이 들끓으면서도
동시에 나는 해냈다는 이상한 자부심이 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일에 나는 왜 그런 기분이 되었는지
오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참이 지나 아이의 글쓰기 숙제를 보고 저는 한동안 멍해질 수 밖에 없었어요.
아이는 어른들의 낯선 행동에서 사랑과 배려를 읽어내고 있었거든요.
이해받지 못했던 내 어린 시절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와 저 자신
그리고 아버지인 저와 어른들의 낯선 모습에서 사랑을 읽어내는 제 딸을 놓고 따져보았어요.
그 때야 이 모든게 순환과 유산에 대한 이야기이겠구나 깨달았어요.
한 사람의 생존자로써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끊어내어야 하는지
그런 이야기가 되야겠구나.
그 깨달음의 계기가 되었던 딸의 글을 자랑합니다.
(허락은 추후에 꼭 받겠습니다^^;;)
<어른들은 이상해>
엄마는 참 이상하다.
엄마한테 문제 푸는 걸 도와달라고 하면
"그거 쉬운거야, 잘생각해봐"라고 하시고 엄마 할일만 하신다.
내가 계속 도와달라고 하면 그제서야 서술형인 걸 보고 같이 생각해 보자고 한다.
나였으면 차근차근 도와줬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엄마 뿐이 아니다.
아빠도 그러신다.
아빠는 외할머니댁에 가면 살이 찐다.
아빠는 살이 쪄서 집에 오면 다이어트를 하시는데
회사 갔다가오시면 또 살이 쪄서 다이어트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신다.
나였으면 적당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선생님은 누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주위를 두리번 거리신다.
선생님이 왜 그러시는 것 같냐면
다른 반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에도 우리 선생님을 부르는 줄 알고 그러신가 보다.
나도 누가 부르면 그럴 때가 있다.
나는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다.
엄마는 내가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러시는 것 같다.
같이 생각해 보자고 하시는 것도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서 그러신 것 같다.
외할머니는 아빠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때문에 밥을 많이 주시고
아빠는 그런 외할머니의 마음을 아시니까 음식을 남기지 않고 드시는 것 같다.
선생님은 친구들 한명한명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들어주시고 싶어서 그러신 것 같다.
혹시라도 우리 반 친구들이 하는 소리를 못들을까봐 그러시나 보다.
어른들의 이런 마음에는 사랑과 배려가 있다.
어른들의 이상한 행동을 내가 다 이해할 순 없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마음을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내가 어른이 된다면 나도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될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 속에 사랑과 배려의 마음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제가 어린 시절 보았던 세상과 제 아이가 보는 세상은 왜 다를까요.
그걸 생각하면 서글프면서도 기쁜 마음이 들어요.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자신을 다시 키우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주변에 누군가 아이 키우는거 어떠냐고 물어보면
저는 두번 사는 기분이에요라고 말해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저와 다른 삶을 사신 분들은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떠들께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