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말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이렇게 인사드리네요.
저는 『나선의 시선』의 마지막 편을 발행하고, 한동안 조용히 제 글들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쓸 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서툰 문장들이 눈에 밟혔고,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던 감정들이 아쉬웠습니다. 읽고 또 읽고, 고치고 새로 쓰기를 반복하며, 어쩌면 이 글을 영원히 놓아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이야기를 떠나보내야 다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 놓아주는 의식처럼, 5편의 짧은 뒷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 그저 저의 작업실에 여러분을 초대해 함께 차를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재 계획은 이렇습니다.
1화 : 작품 뒷이야기
2화 : 극 중 실제 아이의 글 『어른들은 이상해』와 짧은 감상
3화 : 에피소드 관련 뒷이야기
4화 : 쓰고 싶었지만 흐름 상 못쓴 이야기
5화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볼까요.
『나선의 시선』 4화에서 이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글을 써볼까 해.
이제 나이도 있고,
뭔가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사실은 이 뒤에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어디다가 글을 쓸지 알아보다가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가볍게 작가 신청을 해보았는데 덜컥하고 승인이 나버렸어요.
처음엔 『두 번째 삶』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서정적인 ‘중년의 에세이’를 구상했었습니다.
막연한 씁쓸함, 하루 끝의 공허 같은 걸 풀어내고 싶었어요.
독립적인 에세이가 하나의 서사로 완성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세편을 한 세트로 주제를 미리 정해가며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3세트부터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 쓸 수록 제 마음의 깊은 곳으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점점 정서적인 데미지가 커지기 시작했어요.
특히 기억나는 건 6화, 「그 아이에게 말해주세요.」
그리고 18화, 22화, 25화.
쓰면서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 감정을 소화하기 위해 글을 멈추고 며칠씩 멍하니 있던 날도 있었습니다.
분노하고, 달래고, 받아들이고,
마침내 평온에 이르는 과정을
저 스스로 몇 번이나 반복해야 했습니다.
19화 「작은유산」을 쓰던 순간이 전환점이었습니다.
그제야 확실히 내가 뭘 쓰고 있는지 알았어요.
그때부터는 낯설지만 신기하게, 글이 스스로 흘러가듯 써졌습니다.
23화, 「어머니의 시간」을 쓰며 늦게서야 어머니의 강인한 사랑을 알았고,
24화, 「아버지의 뒷모습」을 쓰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습니다.
“내 안에 이런 마음이 있었구나. 결국 나는 이 길로 와야 했구나.”
그 깨달음의 전율을 나와 같은 사람들이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선의 시선』은 저 자신을 위한 글로 시작했지만,
동시에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이래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늘 이렇게 묻고 싶었어요.
“저는 이랬습니다. 당신도 혹시 그랬나요?”
가끔 상상합니다.
밤마다 제 글을 읽는 분들의 얼굴을.
그 표정은 어떨까, 어떤 마음으로 따라 읽으실까.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이 글이 온전히 가 닿았기를
떨리는 어깨를 가만히 안아주는 손길이 되었기를
날마다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엔 두 번째 뒷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차 한 잔 하듯, 편안히 만나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