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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May 05. 2021

하이테크,하이머니?

2021년 4월 홍콩 수요저널 IT칼럼

 엘빈 토플러 다음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저서인 "하이테크 하이터치" 란 책을 대학생 때 잠깐 보고 몇 페이지 읽다가 그 당시 어렵고 재미도 없어서 그냥 덮은 적이 있다. 본래 이 책은 기술의 본질을 탐구하고 기술이 주도하는 이 시대에 인간의 역할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인문학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책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런 어려운 분야까지 파고들진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이 책의 제목을 조금 바꿔 오마주처럼 하이테크 하이머니? 란 제목으로 가볍게 내가 경험한 '고급 기술만이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10년 전 한국에서 일을 할 때의 일화다. 가상세계에서의 이러닝 프로젝트라는 산학협력 관련 기술 PM을 맡고 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우리 회사는 카이스트와 카이스트 출신들이 설립한 중소기업과 함께 파트너십으로 두 달간 거의 합숙하다시피 생활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한 번은 카이스트 교수님께서 미팅에 참가하셨을 때 미팅을 마치고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창업을 도울 방법을 고민해보라고 그 중소기업 대표님께 요청을 하셨다. 그러자 그 중소기업 대표님께서 

'나도 카이스트를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 후배님들은 하이테크여야만 하이머니가 되는 줄 아는 분들이 많다고. 이 생각을 조금 내려놔야 그 성공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라고 하시면서 몇 가지 주위 사례들을 들었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시점에 내 대학 동기 세명이 창업한 회사가 있었다. 창업 초기에 다른 동기의 결혼식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중에 한 친구가 본인들은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게, 쉽고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창업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초기의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그들은 "애니팡"이라는 국민 게임을 만들면서 그들이 추구했던 게임의 목적에 대한 가치와 성공을 동시에 이뤄냈다. 

 이 두 경험에서 나는 꼭 하이테크여야만 하이머니는 아니구나 라는걸 깨달았었다. 그리고 최근에 Digital Easter Egg Hunt 프로젝트를 홍콩에서 직접 겪으면서 이 칼럼을 한 번은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홍콩에서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큰 축제처럼 여겨지는 Easter Holiday에 (1) Discovery Bay  (2) Gold Coast 에서 동시에 Digital Easter Egg Hunt Event 를 열었다. 우리 회사는 Gold Coast 프로젝트를 맡았고 QR코드를 활용해서 쇼핑몰과 리조트 전체를 돌면서 Easter Egg를 수집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반면 Discovery Bay는 AR기술을 활용해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특정 지역에 가면 AR로 Easter Egg를 수집할 수 있는 이벤트를 개최한다고 했다. 

(1) Discovery Bay - AR Easter Egg Hunt Event

Gold Coast 고객님은 우리 회사에 경쟁자인 Discovery Bay는 AR로 한다는데 겨우 QR코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티켓값도 Gold Coast가 조금 더 비싸기까지 했다. 사실 이미 계약까지 마친 마당에 프로그램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다. 솔직히 경쟁사의 AR 헌트가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도 몰라서 자신도 조금 없긴 했다. 하지만, 고객에게 요즘 코로나 때문에 QR코드 스캐닝도 많이 하고 유저 프로세스를 조금 더 익사이팅하게 만들 테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AR은 VR, AI, Big Data 등과 함께 요즘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기술이다. 포켓몬고 이후에 대중화가 많이 되긴 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도 익숙하진 않은 기술이긴 하다. 그리고 이 기술은 특정 지역에 가야지만 Easter Egg를 얻을 수 있기에 사용자들이 폰을 항시 켜 두고 봐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AR이 조금 무거워서 여기서는 불필요한 애니메이션을 안 쓴 걸로 확인이 됐다.

(2) Gold Coast - QR Code Easter Egg Hunt Event

 반면에, 우리는 가족단위로 참가하게 되는 행사 특성상 아이들도 쉽게 참여하게 만들자라는 목표가 있었다. QR코드라는 AR에 비하면 매우 쉬운 기술을 활용해서 아이들이 눈에 보이는 QR코드를 뛰어다니면서 찾은 다음 부모님 폰으로 스캔을 하고, 우리가 어렸을 적 했던 보물찾기처럼 QR코드라는 보물을 찾아 쇼핑몰과 호텔 이곳저곳을 탐험하게 만들었다. 또한 QR코드라는 가벼운 웹 기술을 활용해 우리는 각각의 Easter Egg 마다 재미있는 소소한 토끼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모으는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그 모은 포인트를 활용해서 아날로그적인 럭키드로우를 해서 상품을 가지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Gold Coast 행사는 첫날은 매진이 안됐지만, 첫날 입소문이 나면서 나머지 5일은 All sold out이 됐다. 첫날 막판에 서버 이슈가 생겨서 사실 말 못 할 고생을 하긴 했지만, 사용자들이 아이들과 하기 재밌고 쉬워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들을 해줬다. 실제 데이터를 봐도 참가한 사용자들 중에 80프로 이상이 거의 모든 Easter Egg를 획득하는 매우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반면, Discovery Bay의 AR행사는 그 더운 날 모바일폰에서 언제 AR이 나올지도 모르고 찾았다 해도 아무 애니메이션도 없이 그냥 단순하게 텍스트와 이미지만 나와서 실망을 많이 했다는 인스타 피드들을 많이 봤다. (직접 참여해보신 분 중에 다른 의견 있으시면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결론은, 사용자다. 사용자의 눈높이에 기술을 맞춰야 한다. 아무리 고급 기술과 시스템으로 장착을 한다 해도 사용자가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하이테크는 하이머니가 될 수 없다. 하이머니란 하이유저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기술회사들은 사용자에 집중을 하는 것이다. 

 Platform, AI, AR, VR, Big Data 등은 여전히 미래를 이끌 선진 기술과 용어들이다. 하지만 진정한 하이테크는 이런 기술들을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 그리고 밸런싱을 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하이테크라고 말하고 싶다. 

 하이테크는 결국 사용자 중심 설계(User-centered design)가 핵심이다.

* 위 칼럼은 홍콩 수요저널에 함께 게제됐습니다. http://www.wednesdayjournal.net/news/view.html?section=94&category=97&no=32175#gsc.t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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