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이야기 1화
제목 그대로 창업을 합니다. 제목만 쓰고 아무것도 안한채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거의 1년 만에 글을 써서 그런가 봅니다. 그만큼 올 한 해 나는 일이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작성할 소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소재가 매우 많아졌습니다.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번호를 매기며 작성해야겠습니다. 번호를 적다 보니 다음과 같이 6개 목차로 나눠지네요.
<목차>
1. 창립멤버로 14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다
2. 나는 왜 창업을 하는가?
3. 창업을 결심하게 된 트리거
4. 자신감을 심어준 Nocode
5. 유럽의 넘버 1 스타트업 허브 London에 갑니다
6.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 작년 11월 대표님께 그만두고 창업을 하겠다고 했다. 회사가 아직은 더 성장해야 하는 입장에서 내가 나가는 건 분명 타격이었다. 하지만 결국 대표님은 내 꿈을 이해 해주셨고, 14년간 한 번도 못 봤던 그만두는 사람에게 환송회를 기획하고 공로상까지 주어 나의 마지막을 정말 빛나게 만들어주셨다. 대표님 포함 그 누구도 나를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나를 격려해 주고 언제든 힘들면 집으로 돌아오라고 해주셨다. 물론 돌아갈 마음은 없다. 내 집이 싫어서가 아니라 실패해도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성공할 확률이 줄어들까 봐.. 처음과 끝이 모두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그냥 이렇게 좋은 추억으로만 남기고 싶다.
=> Entrepreneurship is just solving problems that haven`t been fully solved before.
=> 창업가는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해 세상의 문제를 푸는 삶. 이 삶을 살아보고 싶다. SI 회사들을 밖에서는 유니콘도 못 되는 비효율적인 가치 없는 회사로 규정을 많이 하지만 그들만큼 각 산업군에 가치 있는 일을 하는 회사도 없다. 이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분명 이들이 가지고 있는 비효율을 효율로 바꿀 수 있는 해결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프로젝트 베이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싱가포르를 시장 점유율 1위로 만들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내 브런치 매거진 제목이기도한 세계정복을 하기엔 터무니없이 말이 안 되는 효율이다. 하지만 글로벌에는 엄청나게 많은 SI회사들이 있다. 이 회사들에 비효율을 효율로 만들어주는 SaaS를 서비스 할 수 있다면 세계 정복도 꿈꿔 볼 수 있지 않을까?
=> 내 나이 40대. 내 주변 친구들 그 누구도 창업에 동조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책임져야 할 부분들이 20대와는 비교도 안되기 때문이다. 나는 럭키하다. 아내가 일을 여전히 하고 있고 어느 정도 벌고 있어서 애들 굶길 걱정은 없는 편이다. 그래서 너무 아내에게 감사하고 있다. 물론 내년에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었는데 Antler라는 극 초기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엑셀레이터를 우연찮게 만났다.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아직은 없어도 되고 훌륭한 팀원도 만들어 준다는 말들은 나에게 정말 매력적인 아이템들이었다. 그래서 덥석 물었다. 세번의 면접을 보고 다행히 2기에 선발이 되어 올 3월부터 할 수 있게 됐다. 최종 합격이 됐을 때도 솔직히 이 엑셀레이터에 대해 잘 몰랐는데 지속적으로 스타트업계에서 좋은 플레이어라고 입소문이 나더라. 지금은 오히려 내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 창업이란 것은 어쩌면 대표가 전부 다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 빵꾸 났는데 내 전문 분야 아니라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대표지. 그래서 10년 넘게 손을 뗀 코딩을 다시 해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10년이란 세월은 강산은 수도 없이 많이 변했고 코딩 세계 역시 변했고 나도 변해있었다. 정말 어디부터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다 작년 12월 EO에서 창업가 프로그램으로 초기가설 검증 프로그램이란 수업을 했는데 거기서 노코드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딱 이거다!"라고 머리에 종이 울렸다. 땡땡~ 코드를 몰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만들 수 있구나. 코딩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MVP를 빨리 만들어서 내 가설을 검증해 볼 수 있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Nocode의 최고봉 Bubble을 공부하면서 아 이거 어쩌면 내가 원하는 거 다 만들 수도 있겠는데.. 란 생각이 들며 공부한 지 한 달 만에 다음과 같이 조금 복잡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툴을 70% 정도 완성했다.
=> 지금 다니는 회사를 올 1월까지만 다니고 3월에 앤틀러에 들어가 2월은 빈다. 무엇을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노코드로 제품을 일단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금 만들고 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여행을 한번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딸아이가 홍콩에서 베프였던 아이가 런던에 이민 갔는데 올 겨울방학에 런던에 놀러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시간이 남아도는(?) 내가 같이 가기로 했다. 처음엔 나도 프리미어리그나 봐야지 하고 마냥 좋아했는데 이미 한번 직관을 했었고 그게 그렇게 큰 가치가 있나 싶었는데 아내 회사인 EF의 런던 캠퍼스에서 영어를 배워보는 게 어떻냐고 아내가 제안을 해서 직원가로 싸게 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하겠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오전에는 런던 캠퍼스에서 영어를 배운다. 그럼 오후에는 무엇을 할까? 나는 이왕 가치 있게 시간을 쓰기로 결심한 거 런던 스타트업들을 만나보기로 결정했다. 우선 Bubble의 최대 커뮤니티인 buildcamp.io의 CEO가 런던에 산다는 정보를 들어 정말 무식한 방식으로 컨택을 해봤다. buildcamp 커뮤니티에 다 보는 공개 게시판에서 나 런던 가는데 스타트업들이나 노코드 관련업계 사람들 커피챗 합시다! 그런데 웬걸 빌드캠프 CEO 그레고리가 직접 너무 좋다고 만나잔다. 다만 자기가 내가 오는 주에는 다른 도시에 있어 다른 노코드 스타트업 대표를 소개해줬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게 어디냐. 무조건 좋다고 했다. 그리고 2023 런던 프롭테크 컨퍼런스가 내가 가는 주에 해서, 그 컨퍼런스도 신청했다. 현재 몇 개 스타트업 업체들을 더 주선 중이다. 하루에 한팀씩 만나면 최소 5개 팀을 주중에 만날 수 있겠지. 이렇게 런던 스타트업계를 조금 맛이라도 보고 싶다. 아무리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해도 결국 나는 글로벌이 목표니깐. 글로벌 네트워킹을 쌓는 기회인데 주저하지 말자.
=> 과거에는 "얼마를 버는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버는가"에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미래에는 "어떻게 쓰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우리의 삶을 더 나은 삶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사람을 만날 때마다 더 나아져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어떻게 가치 있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단계가 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창업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