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2막이 시작됐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23년 5월 중순부터 시작이 됩니다. Antler Time 이란 지난번 글을 썼을 때만 해도 5월에 투자를 받을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투자 실패였다. 실패란 결과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나의 다음이 그려지지가 않았다. 아내에게 딱 6개월만 달라고 했는데 3개월 만에 투자에 실패했으니 다음이 나에게 있을까? 실패한 나에게 누가 도움의 손길을 줄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내 이야기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재밌는 건 바로 팀의 결성이었다. 좋을 땐 너도 나도 조인할 수 있고 알랑방구 떨면서 좋은 팀인척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그런데 그 당시 내 공동창업자였던
승도님은 내게 "준호님, 전 우리 사업 아이템이 분명 성공할 것이라 믿어요. 전 준호님만 계속하신다면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해주셨고,
우리 팀이 아니었던 구열님은 내게 "전 어젯밤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기도하며 준호님과 함께 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분명히 들었어요. 준호님 이 실패가 오히려 준호님 팀을 강하게 만들 거예요. 저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투자자를 만날 때마다 공통적으로 내게 했던 질문들이 있었다. "앤틀러에서 만났으면 이제 고작 3개월인데 팀워크가 단단하진 않겠네요?" 그 질문이 나오면 난 항상 이렇게 답을 했다. "네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죠. 좋을 때는 그 3개월에서 진정한 팀워크를 발견하는 게 어렵겠지만, 아니 죽마고우라도 힘들 때는 돈 앞에 장사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힘들고 아무것도 없을 때 땡전 한 푼 주지 못했지만, 하나로 뭉쳐서 주 90시간 이상 일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전 우리 팀이 그 어떤 팀보다 좋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답하면 아무도 이슈를 달지 못했다.
6월의 어느 날 우린 첫 고객 미팅을 했다. 이 사진은 모든 IR 자료 마지막장에 들어가 있다. 우리의 초심을 지키기 위함이다.
두 번째 재밌는 이야기는 바로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이 스타트업씬에 처음 2023년에 들어오고 난 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중에서도 앤틀러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앤틀러의 파트너분들 그리고 모든 팀원분들의 노고와 그 시스템이 없었으면 만 나이 42세인 나는 감히 창업을 꿈꿀 수도 없었다. (가끔 아내는 진담반 농담반으로 불평한다. 내가 창업을 안 할 수도 있었는데 앤틀러 때문(?) 덕분(?)에 하게 됐다고 ㅋ). 그리고 같이 들어온 앤틀러의 동기 70여 명은 내게 그 누구보다 큰 힘이 됐다. 링크드인에 글을 올리면 절반 이상은 앤틀러 동기들의 라이크다. :) 하지만 그중에서도 고마운 분을 굳이 한분만 꼽으라면 앤틀러 장재희 파트너님이다. 5월 앤틀러 IC를 떨어지고 재희님은 굳이 안 하셔도 되는 오피스 아워를 적극적으로 임해주시면서 내게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준호님은 10년을 보고 싶은 창업자세요. 준호님은 충분히 해내실 거라 생각해요."
물론 떨어진 내게 용기를 주기 위한 말이었을 수도, 아니면 진심일 수도 있지만 힘들 때마다 이상하게 그 말이 떠올랐다. '오래 보고 싶은 창업자라.. 멋진데.. 좀 더 해보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고 이 글을 통해 다시 꼭 인사드리고 싶었다.
또 한분 고마운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러닝스푼즈의 이창민 대표님이다. 팀이 다시 결성되고 사무 공간을 찾다가 앤틀러 교육 중에 이준호님이 알려주신 비어있는 러닝스푼즈 사무실에 들어가 일하고 있었다. 사실 들어가면 안 되는데 이준호님이 허락을 맡았다고 해서 우린 무임승차했다. 그렇게 한 3일이 지났나, 어느 날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캐주얼한 복장의 남성분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구석 한켠에서 노트북을 꺼내 일을 하셨다. 속으로 "뭐 하는 사람이지?" 하고 별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사무실의 주인인 러닝스푼즈 이창민 대표라는 거다 ㅎ.
내가 이창민 대표였다면 듣도보도 못한 남자 3명이 일하고 있으면 당장 나가!!!!라고 했을 텐데 오히려 우리 창업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 자리에서 2시간가량 조언과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정말 편하게 사용하라고 하면서 쿨하게 나가셨다. 만약 우리가 사무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우리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되었다. 정말 너무 좋은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해 준 소쿨남 이창민 대표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세 번째 재밌는 이야기는 바로 시간이었다. 팀이 결성되고 팀원들에게 말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3개월뿐이다. 8월 말까지 투자, 고객, 매출 중 하나라도 그린라이트가 없으면 팀 해체하겠다. 이 얘기는 정말 우리 팀만이 아닌 양가 가족들, 함께 기도모임을 하는 남구님, 재희 파트너님 그리고 보는 사람마다 얘기하고 다녔다. 왜 그렇게까지 얘기하고 다녔냐면 아내와의 약속도 8월까지였지만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더 하고 싶을까 봐였다. 내가 정말 아내랑 약속은 했지만 이 창업전선에 뛰어들어서 6개월 만에 그만둘 수 있을까. 내가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니면 정말 내가 쪽팔려서라도 그만두겠지.. 그렇게 나의 시한부는 8월 31일로 정해졌다. 6월에는 고객에게만 집중했다. 앤틀러에서 시드팁스 추천을 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무리해서 투자유치를 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시드팁스가 미뤄지기 시작했다. 7월이 돼도 중기부에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이렇게 넋 놓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본격적으로 투자를 알아봤다. 그렇게 8월이 됐다. 앤틀러 동기인 남구님과 계속 기도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8월이 시작되고 기도부탁을 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팀의 시한부는 8월 31일까지다. 제발 여기가 마침표가 되지 않게 기도 부탁드린다. 그렇게 8월 마지막주가 돌아왔다. 그리고 말도 안 되게 3개의 유명 VC로부터 투자제안을 이 한 주에 모두 받았다. 드라마를 써도 이렇게 쓰면 욕먹는데.. 정말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리고 8월 31일. 시한부(?) 마지막날에 투자제안을 해준 본엔젤스의 조건이 제일 좋았기에 본엔젤스의 투자제안을 받기로 했다. 공동 투자는 지분 희석과 다른 내외부적인 이유로 안 받기로 했다. 그리고 이 8월의 마지막날인 31일은 어벤쳐스라는 크리스천 스타트업 프로그램의 시작날이기도 해서 저녁 모임에서 회사 소개와 간증을 함께 했다. 기적 같은 일이 이번주에 있었고 오늘도 있었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함께 해주시지 않았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고.
8월 31일 - 어벤쳐스 OT날 발표 중
9월 7일 주식회사 클라이원트는 설립이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9월 25일 본엔젤스와의 투자계약서가 완료 됐으며 동시에 투자금 납입까지 마쳤습니다. 솔직히 우리 팀은 아직 이룬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투자금 역시 고객을 잘 검증해 보라는 투자자의 소중한 돈입니다. 1원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지 않고 오로지 우리 회사의 목적인 입찰 분석 자동화 솔루션을 만들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에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더욱 겸손하고 정직하게 그리고 담대히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