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이야기 5화
"세계 정복을 할 겁니다."
2015년 처음 브런치를 작성할 때도 그랬고 올해 창업을 할 때도 난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코웃음을 치든 말든 상관없었다. 난 진심이었으니까. 그런데 올해 이 허무맹랑한 말을 믿어주는 팀원이 생겼고, 함께 서비스를 런칭했다. 올해의 마지막날 정신없이 달렸던 한 해를 돌아보며, 세계 정복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서비스의 결과물에 대한 3가지 감사 회고를 해야겠다.
12월 11일 유료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온보딩 자동화가 안 됐었기 때문에 올해는 8개 업체에게만 컨택을 해보자고 내부적으로 협의했습니다. 대기업 2곳. 중견기업 2곳. 중소기업 4곳. 한 주에 4팀씩 만났습니다. 그리고 8개 기업 중에 1개 기업을 제외한 7개 기업에서 계약을 체결해 주셨습니다. 순수하게 구독 서비스로만 매출 2천만원을 달성했습니다. Cost는 수수료나 외주 비용은 없었으며 클라우드 비용도 9억원의 크레딧이 있어 한 푼도 안 들었습니다.
서비스를 오픈하며 배운 것은 쉬운 고객 찾기입니다. 쉬운 고객이란 말이 고객의 니즈를 대충 반영한다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우리의 서비스 방향과 가장 핏한 고객이 쉬운 고객으로 여겨졌습니다. PMF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입찰은 너무나 다양한 고객 세그먼트가 존재했고, 각각의 고객의 니즈는 비슷했지만 달랐습니다. 그리고 고작 8개 고객이었지만 우리 서비스와 가장 맞닿아 있는 고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 1월에 고객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고객에게 만족을 드리는 서비스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2월부터는 자동화가 어느정도 완료가 되면, 저는 서비스 개발의 비중을 줄이고 예전 가장 잘했던 고객 사냥꾼의 모습으로 돌아가볼까 합니다.
11월의 어느 날 정보를 잘 찾는 승도님이 OpenAI 팀에서 한국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찾는 대회를 한다길래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AI 원천기술 스타트업이 아닌 OpenAI를 잘 활용하거나 협업 계획이 있는 팀을 찾는다길래 우리가 충분히 해볼 만하겠다 싶어서 지원을 하게 됐다. 충분히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이 든 것은 우리 팀 덕분이었다.
1. 데이터 분석 리더 - 금승도
: 승도님하고 밥을 먹으면서 지금 너도나도 AI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만큼 아직도 정보(데이터)가 그 무엇보다 스타트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도님은 그 누구보다 데이터 분석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일 년에 44만 건의 입찰 공고가 나온다. 현재 수년동안의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고 있으니 몇백만 건의 데이터를 승도님 혼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매일 뽑아내고 계시다. 난 우리 회사가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 기술 리더 - 정구열
: 구열님은 본인의 전공이고 최대 장점이기도 한 개발을 총책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꾸준함으로 놀랄만한 성과들을 만들어주신다. 승도님이 만들어놓은 데이터 기반 위에 구열님께서 시도해 본 여러 OpenAI와 다른 기술 스택으로 우리 서비스는 점점 고도화되어 가고 있었다. RFP를 기술로 분석해본 시도가 기존에 없어서 더 어려우셨을텐데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 시도하여 결국 유의미한 결과들을 뽑아냈다. 또한 수시로 OpenAI 활용법을 우리와 공유해 주셨고, 어떤 식으로 퍼포먼스를 올리고 유의미한 결과값들을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OpenAI에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성과들은 충분했다고 믿었다.
3. 비즈니스 리더 - 조준호
: 나는 두분이 차려준 밥상위에 숟가락만 얹으면 됐다. 두 분이 쌓아놓은 기술 기반 위에 스토리를 만들고 내가 10년 동안 밥먹듯이 하던 영어로 발표만 하면 됐다. 가끔은 난 영어로 발표하는 게 더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말로 하면 오그라드는 것도 영어로 하면 더 자연스럽고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게 분명히 있었다. 아내는 여전히 내 영어 발표를 들을 때마다 발음과 문법 고칠 게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그래도 말해주는 게 그냥 오빠 스타일대로 자신 있게 하겠지 뭐. 라고 해준다. 오픈AI 발표 심사를 본사팀에서 하기 때문에 영어로 발표하고 Q&A도 영어로 한다. 승도님이 올라가기 전에 원어민처럼 잘하세요! 라고 했는데 난 원어민은 절대 아니지만 발표는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심사위원에게 하고자 하는 말만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발표를 마치자 구열님은 내게 자신감이 넘치는 게 무대였다고 하셨고, 승도님도 우리 될 것 같다며 발표를 마친 뒤에 우리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이렇게 우리 셋이서 이뤄놓은 성과를 보면서, 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있었다. 그리고 시상식장에서 우리 이름이 불렸고, 나중에 보니 이 쟁쟁한 팀들 중에 무려 2등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올해 6월 새롭게 우리 팀원분들과 예비창업을 시작할 때 공유한 2가지가 있었다. 2023년 8월 내로 무조건 투자받겠다. 그리고 2024년 싱가포르 지사를 세우겠다. 둘 다 그 당시에는 또 허황된 말들 이겠거니 했을 수도 있겠지만, 첫 번째 다짐은 지켰고 이제 두 번째 다짐만 남았다. 그리고 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미 7월에 디캠프를 통해 싱가프로 패스트트랙을 통해 기회를 엿봤지만 연락이 없어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10월의 어느 날 디캠프에서 연락이 와서 싱가포르 정보통신부(IMDA)에서 우리 클라이원트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내부 이슈들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그리고 미팅을 진행했고, 싱가포르 전자입찰은 재무부(MOF)가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여, 싱가포르 재무부를 소개 받았다. 아직 진행 중에 있는 사항이라 더 자세하게 공유는 못하겠지만, 내년 1분기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정보통신부에서 여러 나라의 스타트업을 유치해 봤지만 아직 한국 스타트업을 본 프로그램을 통해 추천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클라이원트가 최초로 그 프로그램에서 한국 스타트업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OpenAI를 통해 예상치 못한 미국도 가게 됐다. 공공입찰 시장 900조 원의 미국 시장인데, 이 기회를 OpenAI만 만나고 오긴 아깝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미국의 입찰 산업에 관심 있는 현지분들과 네트워킹을 하여 사업 기회를 만들어보려 한다.
올해 최악의 스타트업 불경기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희망을 봤고 감사 또 감사할 수밖에 없는 한 해였습니다. 아직 후속 투자 라운드를 돌고 있지 않은 우리에게 몇몇 투자자분들의 좋은 선제안도 있었고, 고객분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계약이라는 성과와 함께 받기도 했습니다. 아직 무엇인가를 이뤄낸 것은 없고, 이 글도 한해를 회고하면서 내년을 더 열심히 달리기 위해 나와 팀원들을 독려하고자 작성한 글입니다. 하지만 꿈은 여전히 세계 정복입니다. 그리고 Cliwant는 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스타트업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의 여정은 이제 막 닻을 올렸습니다.
Cliwant Beg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