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고년차 비몰입이 갖는 다양한 시선
오랫동안 고경력자는 조직의 핵심 자산이라고 불려왔다.
경험이 많고, 조직의 맥락을 이해하며, 매뉴얼에 없는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들.
어떤 조직이든 위기의 순간에 결국 찾게 되는 사람은 대부분 이런 구성원들이다.
그런데 최근 회사 안에서 묘한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요즘 고경력자들이 예전 같지 않다.”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 같다.”
“시키는 일은 하지만 더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고경력자의 ‘비몰입’이 조직의 새로운 고민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현상은 정말 개인의 태도 문제일까.
조직 안에서 고경력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다르다.
HR의 입장에서 고경력자는 가장 복잡한 집단이다. 이미 충분한 보상을 경험했고, 추가 인센티브가 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동시에 인건비 비중은 가장 크다. 조직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 집단이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그룹 리더에게는 조금 다른 문제다.
구성원은 팀 성과를 만들어내는 자산이다. 자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고경력자의 낮아 보이는 에너지는 곧 리더 자신의 부담이 된다.
팀 리더의 상황은 더 미묘하다.
형식적으로는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경험과 연차를 가진 사람을 이끌어야 한다. 지시가 항상 통하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 고경력자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 ‘어렵게 만드는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조직이 기대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이 정도 경험이면 이제 스스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른 위치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경력자에게 조직은 더 이상 평생 머무를 공간이 아니다.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조직 밖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의 경력이 어디까지 유효한지.
이 질문들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가져간다. 일에 쓰이던 집중력은 미래 준비와 삶의 안정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간다. 오히려 조직에 깊이 몰입하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헌신해 왔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회사를 떠나면,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 장면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보인다.
조직은 여전히 현재의 성과를 요구하고, 리더는 지금의 운영을 책임져야 하며, 개인은 곧 다가올 다음 삶을 준비하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같은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고경력자의 비몰입은 의욕 부족이라기보다, 조직과 개인의 기대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은 몰입의 감소가 아니라, 오랜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기 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누군가의 의욕 상실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 같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애쓰는 장면인지도 모른다.
조직은 여전히 지금을 요구하고, 개인은 이미 다음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질문은 고경력자가 왜 변했는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하는가를 처음으로 묻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 질문은 언젠가,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에게 던하게 될 질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