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김판쇠 우족탕
전주라는 도시는 오래전부터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동쪽으로는 산간지역이 발달해 있고 서쪽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입니다. 다양하고 풍부한 식재료를 구하기가 용이했던 주변 환경은 전주만의 음식문화 발달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또한 후백제의 도읍이었을 만큼 전주는 호남 지역의 행정중심지였고, 교통의 요지로서 일찍이 전주성 사대문에 시장이 형성되었을 만큼 호남 상업의 중심지이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적으로 전주의 음식문화가 발달하게 된 요인이 되었습니다.
여행의 쏠쏠한 재미 중에 하나가 구경과 더불어 그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음식을 맛보는 일입니다. 전주라는 도시는 오래된 고도에 걸맞게 관광자원이 풍부합니다. 거기에 어느 도시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맛집이 넘쳐나는 도시입니다. 그러니 전주를 여행하겠다고 생각만 해도 벌써 마음이 달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 전주 한정식, 전주백반 등 음식 앞에 지명이 들어간 음식들 뿐만 아니라 가맥집, 전주 막걸릿집 등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음식문화까지 발달한 곳이 전주입니다. 이렇듯 음식문화가 발달한 도시이다 보니 최근에 등장하는 새로운 음식들도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물갈비, 물짜장 등 독특한 스타일의 음식뿐만 아니라 삼천동 막걸리 골목,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뜻하는 가맥집 등이 최근 들어 전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업종들입니다.
그 가운데 우족탕이라는 음식도 있습니다. 우족탕이라는 명칭으로만 보면 소 다리뼈를 이용한 탕일 것이라 짐작하는데, 사실은 소의 무릎뼈뿐만 아니라 머리 등 소의 뼈를 쪼개어 끓이는 탕이라는 데서 ‘쪼개다’의 옛말인 ‘족’을 붙여 ‘우족탕’이라 합니다. 이와 비슷한 음식으로는 설렁탕과 나주곰탕 등이 있는데 우족탕이 걸쭉하다고 할 만큼 국물이 진합니다. 식으면 묵처럼 굳어지기까지 한다니 그 진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름할 수 있을 겁니다.
저녁 무렵 전주에 들를 일이 있었습니다. 모처럼 전주 사는 친구를 불러내어 술 한잔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접고 우족탕 집들이 몇 집 있는 금암동으로 향합니다. 그중에 김판쇠 어르신의 가족들 3대가 이어오고 있다는 가게에서 우족탕 한 그릇 거뜬히 비워냅니다.
국물은 설렁탕이나 곰탕 국물보다 확연히 진합니다. 적지 않은 재료에 오랜 시간 우려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곁들여 나오는 수육과 탕에 들어 있는 고기는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입니다. 찬과 함께 나오는 초고추장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으면 고기 특유의 느끼함도 사라집니다. 국물 한점 없이 뚝배기를 비우고 나니 속이 든든합니다.
우족탕인 말 그대로 보양식입니다. 부모님들 보양식으로 대접하기에 적당하고 몸이 나른하여 보양이 필요하다 싶을 때 우족탕 한 그릇이면 거뜬할 듯싶습니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지역일수록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입맛은 까다롭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즉, 전주라는 도시에서는 적당한 음식 솜씨만으로는 명함 내밀기도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역에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여 뿌리를 내리고 3대째 이어오고 있다면 그 집 음식은 적어도 기본 이상은 한다고 봐도 괜찮을 겁니다. 전주 우족탕이 그러합니다. 설렁탕이나 곰탕과 비슷하나 쓰이는 고기와 푸짐한 인심은 다른 지역의 곰탕집들과 확연히 다릅니다. 곰탕의 전주스타일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전주를 여행 할 계획이 있다면 비빔밥, 콩나물국밥도 좋지만 우족탕도 맛보시길 권합니다. 먹고 나면 든든히 잘 먹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것이며 전주만의 또 다른 음식음 맛 볼 수 있음에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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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우족탕으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는 김판쇠 우족탕(063.252.5010)과 금암 우족탕(063.252.8052) 집이다. 두 집 모두 금암동 교차로 부근에 있으며 두 집 모두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노포(老鋪) 식당들 이어서 어느 집을 가더라도 제대로 된 전주식 곰탕인 우족탕을 믿고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