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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May 10. 2018

남도 봄 나들이(2)- 만화방창(萬化方暢)

여수야경-향일암-돌산도-오동도-낙안읍성


만화방창(萬化方暢)
계절이 따뜻하여 만물이 소생하니
이러함이 만화방창(萬化方暢) 아니면
그 무엇이겠는가!


여수 밤바다

조용하고 아늑한 항구였던 여수가 언제부터인가 밤이 없는 불야성의 도시가 되었다. 어느 도시가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변화무쌍하게 탈바꿈된 곳이 있을까?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 게장백반으로 든든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여수 밤거리로 나선다. 거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돌산대교며 거북선대교, 그리고 여수항 인근 전체가 화려한 조명으로 밤을 밝히고 있다. 말 그대로 불야성, 예전에는 이른 저녁이면 벌써 파장 분위기였던 수산시장도 불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산시장을 둘러보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낭만포차 거리는 스쳐 지나간다. 드라이브하듯 한적한 곳을 찾아 봄바람 일렁이는 여수 밤 풍경을 돌아본다. 요란함에 휩쓸리지 않아도 마음은 어느덧 동요되어 발걸음조차 가볍고 콧노래마저 흥얼거린다. 몸이 먼저 반응케 하는 화려한 여수 밤 풍경의 모습이다.



해를 향해 자리 잡은 향일암

돌산도의 끝자락에 자리한 향일암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손꼽는다. 향일암은 向日庵 한자어에 나타나 있듯 말 그대로 해를 향해 자리 잡은 암자다. 그 옛날 이 절을 세운 창건주는 아마도 웅장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대오각성하기 위해 이곳에 암자를 세웠을 거다. 이처럼 뛰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이곳은 현재, 사계절 내내 관광객으로 북적이며, 수행처보다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향일암은 여전히 해를 향해 자리 잡고서 멋진 조망을 내어주는 곳으로, 불자들에게는 관음기도의 성지로 남아 있다.




돌산도, 돌산 갓김치

방풍나물 주산지인 금오도가 지천으로 방풍나물이 널려 있듯 돌산도는 섬 전체가 갓나물이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갓은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 식물이다. 그 가운데 특히 돌산갓은 솜털이 없이 매끈하며 연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돌산 갓김치를 고를 때는 강한 양념으로 버무린 것보다는 심심해 보일 정도로 대충 버무린 듯한 김치를 고르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야 돌산갓만의 특유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향일암 가는 길가 외딴 곳에 있는 갓김치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안으로 들어서니 대뜸 밥을 퍼서 갓김치를 쭉 찢어주며 맛보시라 내민다. 알싸하면서도 시원한 맛 역시 돌산의 봄맛은 갓, 김치다.


(사진출처: 여수시청 관광홈페이지)



동백 꽃섬, 오동도

오동도를 빼놓고 여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섬에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라 부르게 되었다는데, 지금은 오동나무보다 동백나무 군락이 더 많은 섬 오동도다. 일제시대 만들어진 방파제로 인해 십여 분이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으로 작지만,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울창한 숲과 기암절벽 해안 등 섬 전체가 절경이다. 봄소식을 가장 빨리 알린다는 동백꽃이 섬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동백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섬을 돌아서 처음 출발했던 제자리로 나오게 된다. 연인끼리 또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오동도를 걷는다는 것은 아름답고 의미 있는 여행으로 기억될 만하다.




저녁놀 내린 낙안읍성

석양이 붉은빛을 드릴 무렵 낙안읍성에 도착했다. 왜구의 침입을 막고자 조선 초기에 조성한 낙안읍성은 요즘으로 따지자면 의도적으로 건설한 계획도시라 할 수 있다. 건설 초기에는 흙으로 성곽을 쌓았으나 이후 석축으로 다시 조성하였다고 한다. 성안에는 현재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유적들도 보전 상태가 양호하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적당히 쌓아 올린 담장 너머로 남의 집 살림살이를 엿보기도 한다. 담벼락 따라 도랑물 흐르는 소리가 선명하다. 봄 소리다. 이렇듯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까지 마을을 서성거리다 돌아서 나오는 길, 성 밖에서 쪼그려 앉아 봄나물을 다듬던 할머니에게 고들빼기 한 봉지를 샀다. 인심 좋은 할머니는 떨이라며 통째로 한 아름 안겨준다. 낙안읍성에서의 시간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과거로의 여행처럼, 방문객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하고 있음을, 봄 저녁 내려앉는 승주가는 길 위에서 다시 한번 느껴본다.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은  [월간 조세금융], [월간 안전세계]에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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