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黃河
열병의 시간들이
오래된 두통처럼 이어져
실핏줄에 남은 온기마저
사라져 버린 후
황량한 내 가슴에 별 하나가
내려앉았다
묻는다 나는,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빙긋이 반짝일 뿐
별은 말이 없다.
오래전 기억을 더듬으며 곰소항을 다시 찾는다. 여행자 모임인 느티나무 클럽 일행과 함께 내소사와 변산, 그리고 직소폭포를 둘러본 후 곰소항 작은 식당에서 늦은 점심으로 먹었던 젓갈백반 맛이 떠올라서였다.
항구는 몇 해 전과는 달리 몰라볼 정도로 변모하고 있다. 길을 넓히고 공원도 만들고 부둣가도 정비 중이어서 말 그대로 야단법석이다. 그래도 여전히 어시장은 한산 하지만 문 닫힌 가게 없이 상인들은 유유자적(悠悠自適)이고, 가게마다 구덕 구덕 말라가는 풀치 또한 즐비하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은 젓갈백반 집, 다행히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상위에 차려진 젓갈백반 한 상, 명란젓, 어리굴젓을 비롯하여 낙지젓, 갈치속젓 등 아홉 가지의 젓갈이 올라오고 곁들여 풀치조림과 게장 무침, 그리고 다양한 밑반찬이 한상 가득 올라온다.
젓갈은 생각보다 짜지가 않고 담백하다. 쓰인 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내며 입맛을 돋운다. 입맛을 돋우는 짭조름한 향과 갓 지은 흰쌀밥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니 밥 한 그릇은 이내 비워지고 만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풀치조림 역시 칼칼하며 개운하다. 햇빛에 구덕해 질 때까지 말린 풀치를 쓰기 때문에 일반 갈치조림에서 나는 비릿한 맛이 전혀 없다. 풀치 조림은 갈치조림과 함께 별도의 메뉴로도 내놓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힘들기 때문에 곰소에서는 풀치조림을 맛보는 게 좋다.
초여름이 오기 전까지 잡히는 어린 갈치를 일컬어 풀치라 한다. 풀치는 살이 연하다. 생물 그대로 조림을 하면 살이 문드러지기 십상이어서 말린 다음 매콤한 양념을 넣고 조림을 해서 먹는데,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 또한 밥도둑이다.
곰소젓갈은 강경젓갈, 광천젓갈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젓갈 생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곰소에는 국내 최고 품질의 천일염 생산지인 곰소염전이 있다. 곰소에서 담그는 젓갈은 그곳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1년 이상 간수 제거한 후 밑 재료로 사용한다. 거기에 변산반도에서 잡아 올리는 신선한 어패류와 자연바람, 그리고 기후 등 숙성하기에 최적의 요소를 갖춘 지리적 여건이 쓴 맛이 없고 담백하며 맛과 향이 뛰어난 이곳만의 특색 있는 젓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곰소에서는 어느 식당을 가도 이렇듯 맛깔스러운 젓갈을 맛볼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오신채(五辛菜)뿐만 아니라 젓갈 등 조금이라도 비릿한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나는 어느 순간 체질이 변하듯 식습관도 바뀌어졌다. 그리고 마치 수 십 년 동안 먹지 않았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젓갈류를 비롯하여 못 먹는 음식이 없을 만큼 식탐이 늘어나고 말았다. 젓갈류에 대해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 불과 십 수년 전의 일이다.
곰소에 오면 그래서 늘 과식을 걱정하곤 한다. 하지만 걱정은 밥상을 받는 순간 현실이 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두어 공기의 밥그릇을 비워내고 만다. 젓갈 역시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한 저장음식이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잃어버린 입맛을 살리는 데 최고의 음식임에 틀림없다.
배를 두둑이 채우고 나서 염전으로 향한다. 문헌에 따르면 곰소지역에서는 이미 5백여 년 전부터 염전이 있었으며, 지금의 염전은 일제시대에 정비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타 지역 소금에 비해 10배가량의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어 최고의 소금으로 각광받고 있다.
변산반도를 여행할 때는 곰소항을 빠뜨리지 마시라. 그곳에 들러 부둣가에서 수시로 드나드는 어선들 풍경도 보고 북적대는 어시장도 걸어볼 일이며, 적당한 식당에 들러 젓갈백반이든 해산물이든 이곳의 음식맛도 맛 볼 일이다. 돌아오는 길, 염전을 붉히며 서해로 떨어지는 염전 낙조를 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큰 행운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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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산반도 해안 길을 따라 남쪽으로 돌면 그곳에 곰소항이 있다. 국내 최대의 젓갈시장이 있는 곰소항은 갯벌이 잘 발달되어있어 다양한 해산물이 즐비하다. 또한 잘 발발된 갯벌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미네랄이 풍부한 최고 품질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곰소염전이 지척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