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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형 Nov 20. 2021

나는 나의 원본입니다

디지털 원본을 증명해주는 NFT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출결을 체크하고,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해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카메라를 켜거나 마이크를 켜서 학생들의 수업 출석 여부를 확인하게 되는데, 마이크로 출석했다고 대답하면서도 카메라를 꺼 놓은 학생이 있었다. 이때 선생님은 굵고 짧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진짜 너라는 것을 증명해봐!

처음에는 이 상황이 조금은 이상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다가왔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보니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내가 나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지? 내가 진짜 원본이라는 것을, 나의 모습을 한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겉모습은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지금 대답하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우리의 예측과는 다르게, 기술은 생각보다 이러한 문제를 매우 간단하게 해결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이용하면 무엇이 진정한 원본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NFT란 디지털 자산에 희소성을 부여해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작동되는 NFT는 디지털 작품을 등록했을 때, 최초 발행자 및 소유권 등이 모두 영구히 기록되어 누군가가 디지털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간단한 예시를 통해 NFT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 우리는, 모나리자와 같은 저명한 미술작품들도 온라인에서 쉽게 관람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세계 속에서의 '모나리자'는 사실상 누군가에게 소유권이 없고, 누구나 자유롭게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희소성이 없다.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복사본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모나리자'를 NFT로 등록하게 된다면, '모나리자'라는 디지털 작품에 '원본'이라는 개념이 생겨난다. 디지털 세계에서 모나리자를 NFT로 등록한 사람이 최초 소유권을 가지고, 이후 원본은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로 거래되면서 '원본'의 소유권이 이전되기도 한다. 이처럼 NFT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원본과 복사본을 구분 짓고, '원본'이라는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한다.


최근에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NF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작품을 발행하고 있다. 여러 장의 이미지를 하나로 합쳐놓은 NFT 작품은 약 785억 원에 거래되었으며 돌멩이를 그려놓은 NFT 그림은 34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모두 NFT 작품에서는 '원본'의 가치가 확실하게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높은 희소성과 선호도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무려 785억원에 거래된 NFT 작품. 지금 이 사진 또한 원본이 아니다. 진짜 원본은 785억원을 지불하고 NFT 파일을 구매한 사람이 가지고 있다. (출처 : bbc)


인간 사회는 디지털 사회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디지털 세계 속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원본을 손쉽게 구분해낼 수 있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그것이 엄청난 난제가 되어버린다. 내가 진짜 '나'라는 아주 간단한 사실조차 쉽게 증명할 수 없다. 증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본에 불과한 존재일 뿐인 걸까? 도대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무엇이 '나'라는 원본을 증명해줄 수 있는 코드가 되어주는 것일까?


생각보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순간들에서 우리를 '원본'으로 만들어주는 코드를 찾을 수 있었다.

먹고, 자고, 놀고, 공부하고, 일하고. 이와 같은 전형적인 생활패턴은 누구나 다 경험하는 순간들이다. 누구나 다 똑같이 겪는 것들로는 우리 스스로가 원본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


그런데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치킨 1마리를 맛있게 먹고, 하늘을 나는 꿈을 꾸며 꿀맛 같은 잠을 자고, 미적분 문제를 풀면서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이용해보려고 끙끙대고, 주말에 늦은 저녁까지 화상 회의를 하며 팀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진짜 '나'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일들이다.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기는 모든 발자취들이 우리 스스로가 각자의 '원본'임을 증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순간순간의 소소한 경험과 자그마한 감정들은 하나씩 모여 어느새 나의 모습을 형성하게  것이고, 그것 자체가 우리를 현실세계에서 진짜 ' 자신'임을 증명해주는 NFT 같은 역할을  것이다.



(C) 2021.11. 조준형 씀.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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