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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형 Sep 16. 2021

아이폰이 지루해진 시대

스마트폰의 미래, 그 변화가 일으킬 거대한 폭풍 속으로

"지루하다"


애플의 9월 키노트를 비롯하여 최근 다양한 스마트폰의 언팩 행사를 보며 든 생각이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의 업그레이드가 우리에게 엄청난 혁신과 변화로 다가왔다면, 지금은 1년마다 의례적으로 있는 그저 그런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처음으로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나의 기기에서 전화도 되고, 인터넷이 가능하며, 음악까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 당시 엄청난 혁신이자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아이폰을 통해 애플은 진정한 '스마트폰'을 재정의 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했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티브 잡스는 당시 첫 아이폰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An iPod, a phone, and an Internet communicater. 
An iPod, a phone, are you getting it?
These are not three separate devices, this is one device.
And we are calling it, iPhone.
Today, Apple is going to reinvent the phone.
 
아이팟, 휴대폰, 인터넷, 아이팟, 휴대폰,... 이제 아시겠습니까?
 이것들은 세 가지의 서로 다른 디바이스가 아닙니다. 하나의 디바이스죠.
우리는 이것을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애플은 휴대폰을 재발명하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재치 있게 아이폰을 소개하며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폰'의 물결은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의 '삼성전자'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 S를 처음으로 출시하며 '갤럭시'를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켰고, 지금은 애플의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했다. 


당시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는 공통점이 있었다. 

말 그대로 '혁신적인 제품'을 앞다투어 내놓았다는 것이다. 


혁신을 향한 경쟁의 과정을 통해 스마트폰은 점점 완성형에 가까운 폼팩터로 진화해나갔고,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우리의 일상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불과 14년 만에 우리나라 국민의 95%가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었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인터넷을 통해 세계가 연결되었으며,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스마트폰이 함께한다. 


아이폰과 갤럭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쌍두마차 역할을 하면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공개할 때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사람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언팩 행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늘 그렇듯이 새로운 언팩 행사가 열리고, 매년 혹은 매분기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지만 과거의 스마트폰을 보고 느꼈던 놀라움의 감정이 다시 느껴지지 않는다. 


5nm의 A15 바이오닉 칩, 새롭게 디자인된 카메라, 접사 기능, 프로모션 디스플레이, 시네마틱 모드, 세라믹 실드, ProRes 비디오, 방수방진, 늘어난 배터리 타임 등등 끊임없는 기술의 발전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소소한 부분에서 상당한 기술적 변화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기술이 예전만큼 우리의 삶에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다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이제 소소한 기술적 진보는 우리에게 너무나 평범하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벌써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가 세상에 등장한 지 14년째이다. 그 기간 동안 스마트폰은 충분히 완성형 단계에 이르렀고, 현재의 지루함을 벗어나 혁신을 추구할만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로 혁신을 시도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언제까지나 외형의 모습을 바꿔나가며 연명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가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등장할 시간이다. 아이폰이 처음 공개된 2007년에 비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나다. 그런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2007년에 그랬던 것처럼 아직까지도 무겁고 부피를 차지하는 딱딱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할 이유는 없다.


현재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밀어내고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디바이스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양자통신, VR 등의 최첨단 기술들과 결합되어 파괴적인 시너지를 발생시킬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2007년의 아이폰과 같은 존재가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 새로운 존재의 등장은 말로만 들어왔던 여러 첨단 기술들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를 새로운 혁명의 시작으로 이끌 것이다. 어쩌면 이 변화의 태풍은 지금 지구촌 어디쯤에서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C) 2021.09. 조준형 씀.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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