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다.
2000년대 초,
3개월 단위로 수강생을 모집하던 시절이었다.
성인 컴퓨터 기초반.
컴퓨터가 막 대중화되고,
너도나도 인터넷을 배우러 다니던 열기가 한풀 꺾였을 무렵이었다.
그때 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했다.
미루고 미루다 등 떠밀려 온 사람들.
적응이 조금 느린 사람들.
아니면 자타공인 기계치들.
“이 나이에 뭘…”이라며 뒷머리를 긁적이면서도 결국 등록한 사람들이었다.
그날은 첫 수업이었다.
컴퓨터 켜는 법,
키보드 사용하는 법,
마우스 잡는 법,
바탕화면이 뭔지,
어떻게 창을 닫는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오늘의 미션은
포털 사이트에 가입해서 이메일을 만드는 것.
서른 명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그중 한쪽 구석에
70대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
자세는 곧았다.
말투는 단정했다.
딱 봐도 퇴직 공무원,
아니면 전직 교사 느낌이었다.
그런데 마우스를 잡는 손이
마치 낯선 생물을 만지는 것처럼 떨렸다.
민우는 차분히 말했다.
“자, 이제 회원가입을 해 보세요.”
수강생들이 독수리 타법으로 하나둘 입력을 시작했다.
이름.
아이디.
비밀번호.
그리고.
주민등록번호 입력란.
그때였다.
그 노인이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의자를 뒤로 밀더니,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민우는 다가가 물었다.
“어르신, 어디 불편하십니까?”
노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컴퓨터 배우러 왔습니다.
그런데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왜 거기다 입력하라고 합니까.”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내 개인 정보는 절대 알려줄 수 없습니다.”
그는 민우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인사도 없이 문을 나섰다.
매우 불쾌한 표정이었다.
쾅!
강의실 철문이 닫히는 소리.
나머지 스물아홉 명의 시선이 동시에 민우에게 꽂혔다.
잠깐의 정적.
그때.
강의실 뒤쪽에서
40대 여성이 툭 던졌다.
“와… 저분 돈 엄청 많으신가 보다.”
정적.
0.5초.
앞줄에서 누군가 거들었다.
“에이 씨, 나도 나갈 만큼 돈 좀 많았으면 좋겠다. 염병."
그 순간—
강의실이 뒤집어졌다.
책상 두드리는 소리.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
크흐흐흑, 웃음을 참지 못해 터지는 울음 섞인 소리.
아이고 배야!
마우스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누군가 옆사람의 등짝을 두들겨 패는 소리.
또 누군가는 모니터를 붙잡고 고개를 숙인 채 어깨만 들썩였다.
민우는 빔 프로젝트 화면 앞에서
레이저 포인터만 괜히 눌렀다 껐다 했다.
빨간 점이 벽을 헤매고 있었다.
왠지 자신이 잘못한 것만 같아서
웃을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그분은 컴퓨터 기초반의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민우는 매 기수 첫날마다 말한다.
“주민등록번호 입력이 불안하신 분,
특히 재산이 많으셔서 마음이 편치 않으신 분들은
오늘은 구경만 하시고
가입은 집에서 조용히 혼자, 아무도 모르게 해 오시면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킥킥거리고 웃는다.
하지만 그땐 그랬다.
그 시절,
인터넷보다 어려운 건 마우스였고
마우스보다 어려운 건 로그인이고
그 로그인이 어려운 이유는
돌아서면 새카맣게 잊어버리는
패스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