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맥주에 물 타면 주모를 강물에 던졌다

바빌로니아의 살벌한 정의

by JUNI KANG


돌기둥에 새겨진 인류의 첫 약속, 함무라비 법전


역사는 때로 거창한 승전보보다 작고 단단한 유물 하나에서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우뚝 서 있는 높이 2.25미터의 검은 현무암 기둥, '함무라비 법전'이 바로 그러하다. 기원전 175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의 제6대 왕 함무라비가 집대성한 이 법전은 인류가 '힘'이 아닌 '법'으로 질서를 세우려 했던 최초의 거대한 발자국이다.

흔히 우리는 이 법전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의 상징으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282개 조항이 빼곡히 새겨진 이 돌기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태양 아래 살아가던 사람들의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치열한 삶의 고민이 고스란히 박혀 있다.


루브르 박물관. 함무라비 법전 비석. 높이가 2미터가 넘는 거대한 검은 현무암 기둥에 쐐기문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다. 상단에는 함무라비 왕이 태양신 샤마슈로부터 법전을 받는 모습.


술잔 속에 담긴 정의 - 맥주 품질 관리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맥주는 신이 내린 선물인 동시에 일상의 주식이었다. 법전은 이 소중한 음료를 두고 장난치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만약 주모가 맥주에 물을 타서 양을 속이거나, 곡물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는 은(銀)을 요구할 경우 법은 단호하게 명했다.

"그 여인을 붙잡아 강물 속에 던져라."

맥주 한 잔에도 정직함이 깃들어야 한다는 이 서슬 퍼런 규정은, 먹거리의 안전과 상도의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본임을 역설한다.


강물에 던져진 피고인이 거센 물줄기를 뚫고 살아 돌아온다면, 그것은 수영 실력이 아닌 "강의 신(River God)이 이 사람의 결백을 확인하고 살려 보내주셨다"라는 '신의 무죄 선고'였다. 결백이 증명된 그는 목숨을 건지는 것은 물론, 자신을 신고하거나 고함에 빠뜨린 고소인의 집과 재산까지 모두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전 세계를 경악게 했던 '맥주 공장 오줌 사건'을 보며 함무라비 법전을 떠올렸다. 4,000년 전 바빌로니아였다면, 그 인부는 어찌 되었을까. 맥주에 물만 타도 강물에 던져졌으니, 그 불경한 오줌의 대가는 보나 마나 끔찍한 극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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