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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l Choi Dec 21. 2016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

천조국의 이방인

    미국에 살면서 혹은 직장동료들과 지내다 보면 가장 많이 느끼게 되는 여러가지 중의 하나는 다양한 문화에 참 익숙하다는 것이다. 여러문화를 잘 안다는 것이 아니라 낯선 문화를 참 잘 받아들인 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백인이 절대 다수 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문화를 뒷 배경으로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당연히 문화 종교 정치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누가 혹은 어떤것이 옳다고 혹은 낫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진다. 


일하는 중간중간, 점심시간, 퇴근길 잡담은 서로를 알고 배우는 시간이다.


    이슬람의 라마단을 이야기하고,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그게 얼마나 배고프고 목마르고 피곤한 일인지를 듣게 된다. 또 바로 옆 다른 동료에게는 유대인들의 명절중에 하나인 하누카에 젤리 도넛을 먹는다는 것도 우연히 알게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런 시기에는, 사무실 입구 쪽에 큼직한 트리를 세우고 정반대의 이슬람풍의 장식물을 포함한 거의 아무거나 예뻐보이는 것들을 가져다 장식하기도 한다. 어떤날은 내가 가져간 한국에서 거의 가장 맵다 할 수있는 "불ㅇ 볶음면" 을 아주 조금씩 나눠주고 둘러앉아서 맛을 평가 하며 웃기도 했다. 그러다가 연휴가 걸친 많이 느긋해지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미국의 올드팝을 틀어놓고 각자 책상앞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일하다가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이런건 미국의 젊은 문화를 내가 거꾸로 받아들이고 익숙해져야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우리회사의 이야기다. 너무 일반화 시키지 않기를...)


    회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모두 공평한 평가를 받고 입사 하였다. 팀에게 주어진 커다란 같은 목표를 향해서 일하고 있다. 커리어의 목표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업무상의 목표는 모두 같다. 모두 같은배를 탄것이다. 회사라는 커다란 배는 이들을 모두 받아들였고 거기에 탑승한 이상 우리는 이 배를 뒤집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의무가 있다. 게다가 그 배에는 여러가지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좋든 싫든 있는 그대로 그 문화들을 접하게되는 것이다. 그 과정중에 거기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들을 보게되면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같이타고 있는 배를 부수거나 뒤집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면 평가할 이유도 비난할 이유도 없다. 또 무슨 이유이던지 그게 싫다면 그냥 배에서 내리면 된다. 

같음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이 많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왜 그 다양성을 유지함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 이 두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수많은 훌륭한 연구와 논문들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회사나 학교같은 어떤 조직의 경우는 다양성이야 말로 가장 큰 발전의 기회이고 원동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조직간의 경쟁은 무한하게 일어난다. 새로운 것을 빠르게 시도하고 받아들여야 살아남는다. 알려진 작전으로는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즉 조직은 필요에 의해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개인들 즉 문화라는 더 크고 복잡한 구조물의 구성원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호기심? 재미? 아마 모두 맞는 말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같음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재미있고 혹은 새롭고 다른게 있다면 한번 보거나 혹은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미국식의 무언가가 탄생한다. 일본 스시의 변형인 캘리포니아 롤, 중국음식의 변형인 판다 익스프레스처럼. 물론 그렇게 받아들이거나 시도 조차 안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남들이 해보니까 나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 문화에서는 그냥 개인의 선택 뿐이다. 즉 어떤 경우에도 같음에 집착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취향이다.


    분명히 유행도 존재하고 대세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전세계로 퍼져나가 현대문화를 주도한다. 하지만 그걸 강요하지도 평가하지도 않는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 "이게 좋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잘 안 맞아" 처럼 말이다. 이로인해 수많은 매니아 문화나 니치 마켓들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준다. 즉 평가하지 않고 맘에들면 칭찬해준다. 또 맘에들지 않으면 그냥 언급하지 않으면 된다. 취향에는 정답이 없는 거니까.  미국에 살다 보면 가끔 정말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Oh, I like your shirts" 같은 말을 듣게 된다. 그 대상이 정말 그냥 웃긴 싼 티셔츠일 경우도 있고 정말 오래된 스웨터일 수도 있다. 혹시 그런 말을 듣게 된다면 꼭 당황하지 말고 웃으면서 대답하자 "Thank you" 라고.


다른 것과 틀린 것의 사전적 의미의 경계는 확실하다.
그는 나와 다른것이지 그가 틀린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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