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이야 호텔의 먹고 마시기와 꿈틀되는 마에바시의 부활
시로이야 호텔의 먹고 마시기와 꿈틀되는 마에바시의 부활
벼르던 시로이야 호텔 여행,
그래 아트 좋고 건축, 디자인 다 멋지다고...
하지만 배가 너무 고프다.
예정보다 늦어진 저녁시간, 게다가 아침부터 변변한 식사 한 끼 하지 않은 터라 마누라상과 나는 거의 멘붕의 단계로 들어서기 직전.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이 우리 일행 중 한 명이었다면 '아트건 뭐건 이건 아니지!'하며 벌써 줄행랑을 치고 남았을 즈음 드디어 생존을 위한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시로이야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the RESTAURANT
시로이야 호텔의 유일한 파인 다이닝인 프렌치 더 레스토랑, 결론부터 이야기해보면 대만족!!
글쎄 아사 직전이어서인지, 아님 이 가격(열가지 코스 2만 5천엔, 7천엔 와인 페어링)에 만족스럽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날 저녁은 아주 맛 났다.
프렌치의 요리 이름 하나 명확히 아는 바 없지만, 이날의 음식은 어느 것 하나 지나치게 짜지 않고 달지 않은 채 홀로 튀려는 녀석 없이 자연스러웠다. 나오는 코스마다 입안에서 행복의 맛이 느껴지는 지나침도 없는 반면, 접시는 음식이 나오는 족족 싹싹 비워졌다. 나름 미식가인 옆자리의 가와무라 상도 오이시~를 연발하는 걸 보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
와인 페어링도 잔에 따라주는 양을 빼고는 나무랄 곳 없이 좋았다. 자고로 술잔은 가득가득 채워야 바람직!
줄줄이 사탕처럼 부지런히 나오던 이름 모를 음식들...
특히 군마현 특산 소추와 요 민물고기 요리와의 궁합이 인상적.
와인 중에는 메인과 함께 나온 요 와인이 가장 맛났고...
가와무라 상이 술이 모자라다며 레드 한 병을 골라보라고 하기에 빈티지만 보고 고른 와인, 1만 엔의 가성비 대비 꿀맛.
식당은 테이블 없이 ㄷ자의 카운터로 우리 일행 15명이 앉으면 만석이 되는 규모, JINS 창업주이자 호텔 주인장인 타나카씨의 환영사로 연회가 시작되었고 나는 사진 찍는 척하면서 샴페인을 열심히 마셨다.
식사를 마칠 무렵 메인 셰프 상인 히로 카타야마(Hiro Katayama)씨에게 훌륭한 요리에 감사와 칭찬의 말을 전하자 이분 대답에 박장대소 "이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너무 감사하무니다, 지금 하신 얘기 똑같이 우리 사장님한테 얘기해 주세요." 물론, 사장인 다나카 상에게 '오늘 요리는 물 흐르는듯 자연스러워 좋았다'고 전달했고 쉐프상은 환한 미소로 내게 회답했다.
다나카 상에게 이 말과 더불어 질문을 하나 하였는데 "예전에는 JINS의 안경들이 made in Korea가 있었는데 지금도 한국에서 생산을 하나요?" 그런데 뜻밖에도 JINS의 창업은 한국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간략히 이런 이야기다. 10수년전 서울 여행때 동,남대문 시장을 구경하는 중 일본에서는 30만원하는 안경이 한국에서는 3만원하는것에 영감을 얻어 귀국 후 그 길로 안경 비지니스를 기획했다고한다. 나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이였으면 안경 몇개 사고 득템했다며 좋아하고 넘어갈 일이 사업가의 스피리트가 넘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기회가 된다니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 그의 기질이 부러웠다.
시로이야 호텔의 은밀한 공간, the BAR MATCHA-TEI
맛나게 먹고 마셨으니 이제는 한전 더 할 시간. 식사가 끝나갈 무렵, 다나카 상이 주말에만 문을 여는 신비의 공간이 있다고 소개를 했다. 호텔 별관에 위치한 Bar로 이름이 재미나다 한국말로 하면 "녹차정"
이곳은 스시바처럼 길게 일자로 카운터가 늘어서 있고 여섯 명이 정원이다. 인테리어는 호텔의 프런트를 장식하고 있는 사진 작품의 작가인 히로시 스기모토 씨가 담당했다고 한다. 어두운 조명에 명상 음악이 흘러나오고 원목 테이블의 나무 향이 솔솔 품어나는 뭔가 수상~한 분위기의 장소에서의 술 마시기는 시로이야 호텔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나와 마누라상은 메뉴에 없는 보드카 마티니를 주문했는데 보드카로 GREY GOOSE의 최고급 버전인 VX를 쓰길래 와~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청구서를 보니 한 잔에 5만 원꼴, 가격도 모르고 술 취해서 좋~다고 마셨는데 너무 비싸다. 게다가 칵테일 맛은 정성을 들여 잘 만들긴했지만,바텐더분이 마지막에 무슨 일본식 맛을 살짝 가미한다며 넣은 무언가가 향과 맛이 강하여 맛난 VX의 향이 다 덮혀 버렸다.
일본의 시골 마을 마에바시의 부흥을 꿈꾸며 - JINS의 창업주 다나카 히토시(Tanaka Hotoshi)
젊어서 자수성가한 사업가 다나카 히토시 씨,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은 그는 일본에 약 500개를 포함하여 전 세계 800여 개의 안경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우리 여행의 시작은 JINS PARK라고 하는 곳에서 시작되었는데 이곳은 다나카 씨의 고향인 마에바시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고 대형 안경 매장이면서 카페, 베이커리가 입점해 있다. 한편 이곳에 뭔가를 구매하고자하는 용건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기도하다.
시설 투어는 JINS의 지역사회 발전팀의 팀장분이 안내를 맡았는데 시설의 내외부에 휴게 공간을 널찍하게 준비해 지역민들이 쉽게 이용하도록 배려했다고한다. 자신의 교향을 위해 지역 사회 발전팀까지 만들고 좋은 시설을 지어 지역민들의 휴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 보아도 다나카 씨의 고향 사랑이 충분히 느껴지는데..
아니 이곳에까지 한류가? "신오쿠보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 물건을 살 수 있어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한국 마트 "칸비니" 한국의 일본 발음 칸코쿠의 칸, 컨비니 스토어의 비니를 합성해서 "칸비니" 작명 실려이 대단하심.
JINS PARK 투어 후 다나카 씨의 인솔로 마에바시 구석구석을 구경하였는데 섬유관련 사업으로 번성했었다는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운치가 느껴지는 곳곳이 꽤나 흥미로웠다.
다나카 히토시 씨가 이곳의 부흥을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게 뛰어다니는듯하다. 각종 투자를 유치하고자 노력하고있는데 그 성과 중 하나로 일본의 탑 갤러리 세 곳인 MAKI Gallery, Tomoi Koyama Gallery, Maho Kubota Gallery가 이곳 마에바시로 입접하기로 했다고 한다. 흠~ 미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림에 지갑을 여는 컬렉터들인데 이곳에서 그런 소비층이 형성될 수 있을지? 아무쪼록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 1박 2일간의 시로이야 호텔과 마에바시 투어 이야기, 고급 브티크 호텔과 미술 작품 그리고 맛난 프렌치를 맛보고 싶으면 한번쯤은 들러보기에 좋은 곳. 단, 좁은 방과 다소 높은 가격대를 감수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