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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Sep 06. 2022

군마현 아트 투어 - 시로이야 호텔 1

ART & DESIGN in SHIROIYA HOTEL

지난주 도쿄 아트 컬렉터들 모임인 ACC의 회원분들과 함께 이틀간 군마 지역으로 아트 투어를 다녀왔다. 주요 목적지이며 숙박 장소인 시로이야 호텔의 이야기를 두 편에 나누어 글로 옮겨 본다. 



시로이야 호텔의 아트

개인적으로 부티크 호텔은 그다지가 아니라 매우 선호하지 않는다. 쓰러지기 10분 전 건물에 페인트 칠 새로 하고 레트로라며 포장을 하는 곳은 물론이고, 처음부터 부티크를 지향하여 새로 지은 곳이건 부티크 호텔은 젠젠 내 취향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가격도 착하지 않으니... 모름지기 호텔은 방이 넓직~하고 편안해야 한다. 


그런데 이곳 시로이야 호텔은 이런 나의 고정 관념을 조금 바꾸어 놓았다. 

우선 아트에 관한 것은 별 다섯으로 평가한다면 확실히 5점 만점이다.

주요 작품들을 소개해 보자면...


미야지마 타츠오(MIYAZIMA TATSUO) - LIFE no. 17 / LIFE no. 10 / TIME LEON no. 2

먼저 존경해 마지않는 마야지마 타츠오 작가의 설치작품이 너무 좋았다. 호텔의 외부 정원의 작은 언덕 가장 높은 곳에 그를 위한 아담한 오두막이 놓여있고 그 안과 밖에 아름다운 네온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술을 걸쭉히 마시고 들어가니 더욱 환상적~

호텔 투숙객에게만 공개되어 프런트에서 오두막의 카드 키를 받아 가야 한다.




시로이야 호텔의 상징이 된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의 설치 작품인 Lighting Pipes.

아름다운 파이트가 호텔 건물의 곳곳을 흐르며 빛을 실어 나르고 있다. 호텔 건물 내부에는 자연 채광 외에는 주요 조명기구가 설치돼있지 않아 이 설치작품이 조명의 역할도 함께하고 있는데 낮에는 전구색으로 얌전하던 빛이 저녁 시간이되면 형형색으로 변하며 호텔 전체를 환상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곳은 걍 아무렇게나 찍어대어도 작품같은 사진들이 나온다.

'매직 아이나 믿거나 말거나'의 콘셉트 아트로 옮긴 아르헨티나 출신의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2017년 롯폰기 모리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관람객 60만이라는 대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었는데 재미나고 웃기는 인스타용 작품의 작가로 알고만 있던 그가 이런 서정적이고도 실용적인 작품도 창작한다니 참 대단하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대표하는 수영장 작품을 작년 여행 때는 코로나로 미술관이 휴관하여 못 보고 왔는데 9월여행때는 반드시 보고 오리라 다짐~~







라이언 갠더 (RYAN GENDER)의 회화 작품 By physical or cognitive means (Broken Window Theory 02 August

영국의 유명 컨셉추얼 아티스트인 라이언 갠더의 회화 작품이 호텔의 자그마한 로비 중앙의 소파 뒤에 전시되어 있다. 뭐 워낙 유명한 작가의 멋진 작품이기도 하지만 뒤의 거친 콘크리트 벽을 배경으로 걸으니 아주 잘 어울린다. 프레임까지 은색 메탈로 해주어 작품이 배는 멋져 보인다. 

적재적소에 자리 잡은 작품이 너무 멋져 마누라상과 사진 한 장.



히로시 스기모토 (HIROSHI SUGIMOTO)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 작품은 시로히야 호텔의 대문 작품격으로 호텔을 들어서면 프런트 데스크의 정면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품명은 Sea of Galilee, Golan로 1992년 작품이다.





리암 글릭(LIAM GILLICK) - Inverted Discussion / 2020 Unity Channelled / 2019

요즘 한창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화가, 글도 잘 쓰는 평론가이며 글쟁이인 리암 글릭의 벽화 작품과 조형물은 호텔 외부의 입구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일본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 작가들의 작품들로 호텔 구석구석이 정성스레 꾸며져있는데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호텔 사장이 그저 센스 있고 재능 많은 사람에게 아트 컨설팅을 받았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고기타 토무 KOGITA TOMOO 

시로이야 호텔의 카페를 장식하고 있는 고기타 토무의 대형 작품, 이 분의 전시회라면 빠지지 않고 찾아다녀 여러 작품을 보아 왔지만 단연 수작 중 한점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호텔이 문을 연 후 이곳의 오너인 타나카 히토시 씨가 직접 컬렉팅을 했다고 한다. 흠~ 이 정도면 타니까 상의 안목도 보통이 아니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았는데 역시 그 사람은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이곳의 오너인 다나카 히토시(Hitoshi Tanaka) 씨가 이곳 군마의 마에바시(Maeba City)라는 외진 곳에 호텔을 세우고 아트와 디자인으로 잔뜩 장식을 해놓은 이유는 이곳이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이번 투어 중 하루는 다나카 씨의 안내로 마에바시 투어를 하고 저녁 만찬도 함께 했는데 그분의 고향 사랑이 보통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는 유명 아티스트뿐 아니라 마에바시와 근방 출신들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몇 점 설치되어 있다. 


안경 장사로 젊어서 대성(大成)을 하여 전 세계에 1천여 개 정도의 직영 안경 매장을 가지고 있는 JINS의 창업주 타나카상에 관하여는 두 번째 글에서 정리해 보기로 하고, 호텔의 작품들을 마저 감상해 보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마에바시 출신의 젊은 미디어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진 엘리베이터 내부, 무슨 컴퓨터 칩을 활용하여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 어릴 적 운동회 때 펄럭이는 만국기를 연상시킨다.





객실 간 복도에 뜬금없이 나타난 작품은 마에바시의 지형을 본떠 만든 지역 작가의 설치 작품




꽤나 유명한 섬유 설치작가인 요코 안도(YOKO ANDO)의 작품도 호텔 벽을 길게~장식하고 있다. 알고 보니 요코 안도씨도 이 지역 출신이라고..




이렇게 이곳은 아트 부티크 호텔에 어떤 표본을 제시하는 듯 지극히 정성이 들어가서 잘 꾸며져있는데 규모가 작은 호텔에 넘치지 않게 적당히 아트와 호흡하고 있는점이 매우 인상작이었다.

호텔 외부와 로비, 카페 등 1층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관람이 가능하니 군마현 마에바시 지역으로 자동차 여행을 한다면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아름다운 예술작품들, 건축물에 둘러싸인 시간을 가져보기에 좋은곳이다.




시로이야 호텔의 건축

건축에 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이곳은 분명 멋진 건물임은 틀림없다.

특히 건물의 뒤편이 볼거리로 가득하다. 오래된 료칸과 방치된 방직 공장 부지를 리모델링하여 만들어진 호텔의 뒤편은 작은 언덕이 자리해있고 그곳을 따라 블루 보틀, 베이커리, 기념품 숍 등이 1층에 입점해있다. 계단을 따라 흰색 오두막이 몇 개 우두커니 서있는데 계단을 제외하고는 모두 푸른 풀들로 뒤 덥혀있어,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어디쯤에 등장했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이 오두막 중 가장 위에 위치한 곳이 미야지마 타치오의 공간이다.


이곳으로는 호텔내부로도 연결되어 베이커리와 기념품 숍 사잇길을 따라가면 호텔의 입구로 이어진다.


호텔의 메인 입구






시로이야 호텔은 Sou Fugimoto라는 건축가에 의해 디자인되었다고 하는데 내부도 외부 못지않게 멋지다. 옛 건축물의 기둥과 골조를 살려 거대한 조형물처럼 보이게 한후, 로비의 중앙에서 시작되는 나선형 계단이 2층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에서는 레안드로 에틀리치의 작품들이 노출 콘크리트의 기둥과 보를 따라 설치돼있다. 

호텔 로비와 2층을 연결하는 나선형 계단







시로이야 호텔의 객실

그럼 호텔의 원초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객실은 어떨까? 

예상했던 대로 지극히 아담~한 사이즈다. 내가 묵은 방은 디럭스 룸으로 뭐 아기자기하고 특이한 방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를 싫어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사실 침대에서 자는 것 외에는 달리 기능을 할 수 없는 방이다. 


그래도 하룻밤에 40만원 정도 하는 방이니 나름 블루투스 스피커는 뱅엔올릅순, 드라이어는 다이슨, 어메니티도 고급 지게 준비돼있고 베드도 편해 잠은 잘 잤다. (와인 덕분인지 모르지만)



하늘로 창이 난 객실 테라스는 낭만적으로 보여 밤에 와인 한잔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문을 열어보았는데 벌레들이 미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놀게 두었다.




사장님의 안내로 스위트룸을 비롯해 몇 개의 방을 구경했는데 규모 면에서는 역시 작지만 각 방에는 모두 빠짐없이 예술 작품들이 들어차있다. 사진의 방은 레안드로 에를리치가 무상으로 디자인을 해준 방이라고 한다. 

무심코 "그럼 이방에 숙박하는 것도 무상인가요?" 하고 조심히 물어보니 상당히 당황하시던 사장님!



2년 전 문을 연 시로이야 호텔은 당시 연신 여러 매체에 소개되며 화제가 되었었다. 나도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최애 소장품 중 하나인 마리아 파라 Maria Farrar의 작품도 이곳의 어느 방에 장식 되어있어서인데 비록 그녀의 작품이 걸린 방에 묵지는 못했지만 잘 기획된 여러 멋진 작품들을 전시실이 아닌 호텔에서 관람한다는 것은 매우 유쾌한 경험이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다나카 히토시 씨의 안내로 진행된 마에바시 투어가 너무 길어서 호텔 내부를 찬찬히 즐겨보지 못하고 개인 시간이 없었다는 점인데 이런 아쉬움은 도쿄 아오야마의 미슐렝 원 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인 Florilège의 오너 셰프 Hiroyasu Kawate가 컨설팅한 The Restaurant에서의 맛난 디너와 히로시 스기모토 씨가 디자인했다는 바, the bar MATCHA-TEI에의 환상적인 공간에서 살짝 희석되었다. 


신나게 먹고 마신 이야기는 군마현 아트 투어 - 시로이야 호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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