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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May 13. 2022

2022 오키나와의 봄 1편 - 여행의 시작


여행 전날 밤, 도쿄

내일 아침 이른 비행기를 타야 해서 일찍 잠을 청해보았지만  선뜻 잠이 오지 않는다. 


침대에서 뒤척이다  마누라상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설레어서 잠이 안 와” 

그녀도 기다렸다는 듯 “나도 설레어서 잠이 안 와” 하며 방긋 대답을 한다. 

“뭐가 설레는데?" 하고 물어보니 

“뭐긴 내일 오키나와 갈 생각에 설레지"라며 내가 기다리던 대답을 한다. 


“난 네가 옆에 있어서 설레는데"라고 목소리를 좀 깔며 속삭여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마누라상의 간결한 콧방귀 소리.


‘아~씨~ 젊었을 때는 이런 거 잘 먹혔는데!!’


수작도 쉬웠던 그때 그 시절을 잠시 그리워하다 두세 시간 선잠을 자고 아침 5시경 하네다 공항으로 향했다. 





하네다 공항

일상에서 쉬지 않고 반복되는 선택의 의무를 잠시 내려놓는 것이 여행의 특권 이건만 여행의 시작인 공항에서부터 우리 부부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아침 6시 30분, 그리고 공항 라운지에 널려있는 공짜 술들!!! 

이 시간에 술을 마시는 것이 과연 슬기로운 방법일까? 

공짜 술을 지나치는 것은 현금이 두둑한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과 매한가지라고 생각하는 이 뇌 구조는 대체 몇십 년이 지속되는 걸까? 

창피한 일이지만 수년 전, 방콕 공항의 라운지에서 맛나는 로제 샴페인을 마시다 비행기를 놓친 일까지 있다.


이번에는 결단을 내리고 말리라. 

비행기 탑승 시각도 다가오니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 일단 마시면서 생각해 보자” 



아침 6시에 마시는 모닝 맥주는 우유와 시리얼과는 달리 우리의 아침을 해맑게 만들었다. 


훨출 떠오른 태양 사이로 출근하는 비행기들이 바라보이고 모닝 맥주를 마셔도 길티 하지 않은 것은 여행자만의 특권! 즐기자! 

Paul Young의 Everytime You go away를 흥얼거리니 조금 더 여행다워진다.


몸뚱이가 새파랗게 싱싱하던 시절에는 아침 6시까지 음주도 다반사였지만, 이제는 절대 불가능한 일! 

대신 6시부터 마시는 신 음주 패러다임으로 2022 Okinawa Boozy Trip 스타또~




나하 공항

남국의 땅 오키나와를 떠올리면 야자수에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풍경이 의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나하 공항을 벗어나 펼쳐지는 풍경은 순진한 여행객의 상상과는 사뭇 다르다. 리무진 버스가 공항을 벗어나면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미군 군사 시설들이 느닷없이 나타난다. 성조기와 영어 간판들, 게다가 장갑차며 전투용 차량 등 무시무시한 무기들이 웰컴 투 오키나와를 선사한다. 남국의 땅 야자수 아래 펼쳐지는 낯선 풍경이 이보다 더 이국적일 수 없다. 


씁쓸한 풍경이구나 하면서도 인과응보! 과거 침략 전쟁을 일으켜 많은 이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던 실패한 일본 제국주의의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번이 네 번째 오키나와 여행이지만 공항 앞 풍경은 매번 을씨년스럽고 하늘 향한 야자수는 꽤나 볼품없어 보인다. 장갑차며 탱크들을 저리 정처 없이 세워 두지 말고 공산당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보내주었면 좋겠다. 






세라가키 하얏트 호텔

한 시간여를 자고 일어나니 버스는 이미 닷새 동안 머물 호텔에 도착해있다. 작년 여름휴가를 행복하게 보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세라가키 하얏트, 마누라상은 아직도 잠자리에서 눈을 감으면 이곳 풍경과 소리들을 떠올린다고 한다. 


호텔은 나하공항에서 한 시간여를 북동쪽으로 오르면 나오는 온나(Onna)라는 한산한 시골 어촌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작은 섬 위에 세워져 360도의 뷰가 펼쳐지고 입구 뒤쪽으로는 청계산보다 조금 낮아 보이는 산이 자리 잡고 있어. 말 그대로 산과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입구에서 호텔 로비까지 운행하는 툭툭을 보니 '와~휴양지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좋다! 

적당히 습하고 따듯한 공기,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 이제 막 도착한 여행의 목적지 이건만 닷새 후면 마무리될 여행이 벌써 아쉬워진다. 


산 내음과 바다 내음이 뒤 섞여 뭔가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도는 오키나와 세라카기, 폐 한가득 공기를 넣어보니 뭔가 좋은 기운이 몸 한가득 들어온다. 


그리고 곧 좋은 기운은 행운을 불러왔다.




오키나와가 우리를 반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오키나와 여행에서는 바다가 두 곳으로 나있는 커다란 창을 가진 세라가키 하얏트 오션뷰 코너 스위트룸에 묵게 되었다. 물론 내가 돈이 많아서 하루에 150만 원씩이나 하는 방에 머문 것은 아니다. 그저 오키나와가 우리를 반겼을 뿐...


나름 나이가 들어가며 여행의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쉬고 잠자는 숙소가 되었다. 눈이 휘동 그레질 경관, 산해 진미가 있을지언정 묵을 장소가 적당하지 않으면 여행의 목적지에서 제외된다. 그렇다고 호화로운 호텔만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정갈하고 편안한 숙소는 우리에게 여행의 필수 조건이다. 

마누라상의 회사에서 해외 출장을 갈 때면 주로 하얏트 호텔이 제공되어 그동안 쌓인 숙박 누적 횟수가 꽤 된다. 게다가 작년에 가나자와 한 달 살기 때에도 하얏트에 묵어 회원 등급이 최고 레벨인 Globalist가 되었는데 주요 혜택 중 하나가 가장 큰 스위트룸까지로의 무료 룸 업그레이드다. 그동안 여행 때면  넓고 꽤 좋은 방을 배정받긴 했지만 이번처럼 넓디넓은 스위트룸이 주어진 건 처음이다.


신나는 발걸음으로 호텔방에 들어가 보았다.


코너를 끼고 두면으로 바다가 한가득 들어오는 거실과 역시 넓디넓은 침실








두 개나 되는 테라스는 달리기를 해도 될 정도로 길다. 






그리고 이곳에서 선사하는 경치는 여행의 밤낮을 설레게 할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댓바람처럼 찾아온 행운과 함께 2022 오키나와 봄 여행이 시작되었다.

닷새 동안 어떤 나날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오늘 밤만 같으면 좋겠다.


오키나와가 우.리.를.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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