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결과와 함께 보는 두명의 작가 이야기

by 도쿄 미술수첩


SBI 옥션 2026년 3월 옥션 결과로 알아보는 두 명의 작가 이야기 - 미리암 칸(Miriam Cahn), 리차드 프린스 (Richard Prince)





IMG_4647.jpeg?type=w386
IMG_4645.jpeg?type=w386



SBI 아트 옥션 2026 BLOOM NOW & MODERN LEGACY

매년 3월 아트 페어 도쿄가 개최되는 기간 동안에 SBI 옥션에서는 대형 작품을 위주로 한 옥션을 준비한다. 2026년은 BLOOM NOW라는 타이틀로 197점이 출품되었다.


그런데 이번 3월에는 BLOOM NOW 외에 Mordern Legacy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은 옥션이 추가되어 함께 치러졌다. 출품작들은 타이틀처럼 어마어마해서 세계 유수의 뮤지엄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Legacy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프리뷰잉을 찾았을 때는 눈의 휘둥그레졌다. 이 모든 작품이 한 컬렉터의 소유였다고 하는데 아트에 대한 열정과 안목이 엄청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 애정을 깃들여 모아온 작품들을 시장에 내놓게 된 사연이 안타깝기도 했다.


한편 두 옥션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미술 시장의 불황이 깔끔하게 끝난 모양처럼 보인다. 낙찰률 100%에 거래금액이 무려 13억 엔을 기록했다. 물론 워낙 수작(秀作)들이 출품된 결과이긴 하지만, 분명 컬렉터들이 다시 모여들기는 하는듯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번 SBI 옥션의 BLOOM NOW 중 2인의 서양 작가의 낙찰결과와 작가들의 이야기를 엮어보았다.


1. 미리암 칸(Miriam Cahn, 1949) - 타협을 모르는 독불장군 강경한 행동파 작가

스위스 국적의 노년 작가로, 폭력과 고독, 불확실성의 환경에 노출된 인간의 나약함과 불안함을 인물을 통해 표현해 내는 작가다.


Miriam Cahn의 부모는 독일계 유대인으로, 운 좋게 홀로코스트를 피해 스위스로 피난해 정착했다. 이런 가족 배경 때문인지 그녀는 활동가적 성향이 강한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철저한 채식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이며, 인권 운동가로도 활동한다. 또한 작품을 통해 전쟁과 폭력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녀의 강인함, 어떻게 보면 타협을 모르는 독불장군 같은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


1982년 독일 카셀에서 열린 국제 현대미술 전시인 documenta 7에서, 당시 30대 초반이던 미리암 칸은 대규모 설치 작품(대형 charcoal drawing과 chalk 작업, 여성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신체와 취약성의 테마)을 전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시 주최 측에서 “늦은 단계에 추가된 남성 중심의 강력한 작품들 때문에 공간 조정이 필요하다"라는 이유로 여성 이미지를 포함한 일부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칸은 이를 자신의 작품 통제와 예술적 의도에 대한 명백한 간섭으로 받아들였고, 개막 직전에 자신의 모든 작품을 철수해버렸다. 이로 인해 전시장에 공백이 생겼고, 다른 참여 작가들과 주최 측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 파격적인 행보는 오히려 그녀의 강경한 태도와 페미니즘적 입장을 더욱 부각시키며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1983년 Kunsthalle Basel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1984년에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스위스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작가의 이러한 강인함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미술 시장이라는 상업적이고 협력적인 환경에서는 ‘함께 일하기 어려운 작가’로 비칠 수 있다(기획자나 큐레이터 입장에서). 미리암 칸은 이미 성공한 작가라 그녀의 작품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고집만 앞세우다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5년 전 대학원을 갓 졸업하는 F 상의 작품에 매료되어 대형 작품을 두 점 컬렉팅을 했었다. 당시 신내기 F 상은 도쿄와 교토 등의 화단(畫壇)에 주목을 받으며 각종 수상과 전시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도쿄의 한복판에서 근사한 갤러리와 개인전 예정이 취소가 돼버린 일이 있었다.

나중에 F 상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갤러리 측에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 즉 팔릴만한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구에 서로 갈등과 대립을 하다가 결국 전시가 무산되었다고 한다.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이 신참 작가는 2~3년쯤 제대로 된 전시 한번 못해보게 되어 지켜보는 입장에서 안타깝기 그지없었는데 다행히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이다.


타협의 정도를 어디까지 할지, 아니면 아예 거부할지는 결국 작가 본인의 선택이다. 다만 미술계가 무한 경쟁 시장이라는 현실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공한 작가가 되고 싶다면 분명 미술 시장은 작가-갤러리-컬렉터가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SE-f8489bc3-40c9-479e-b584-fc18c288bef8.png?type=w1

이번 SBI 옥션의 스타트는 미리암 칸의 원화 작품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출품작은 붉은 코가 강조되고 강렬한 바탕색으로 표현된 5호 정도의 작은 작품으로 벌거벗은 무방비 상태의 인간의 불안정함을 표현하는듯한 작품이다. 최고 에스티미엣인 3백만 엔을 70%를 상회해서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


한편 미리암 캄은 일본에서는 도쿄 롯폰기의 Wako Works of Art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낙찰가격 : ¥5,175,000


2. 리차드 프린스 (Richard Prince, 1949) - 무단 차용과 노이즈 마케팅을 귀재

자신의 사진이나 SNS가 다른 사람에 의해 동의도 없이 사용되어 상품화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혈압이 오르고, 뚜껑이 열려 화병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런 무단 차용을 통해 성공한 작가가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생명과도 같은 ‘원본’, ‘원작’이라는 개념을 스스로 파괴하며,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무한히 확장하고 있는 괴짜 작가, 리처드 프린스가 바로 장본인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의 화면을 캡처해서 자신이 확대한 후 거기에 댓글 몇 개를 달아 자신의 작품이라고 판매하는 작가로 가고시안 갤러리와 일하고 있다.


그의 차용 대상은 단순한 일반 사용자에 그치지 않는다.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 이미지까지 사용하면서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원작자에게 배상 판결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이와 함께 가고시안 갤러리에는 해당 작품의 판매 및 유통 금지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은 그레이암의 원작, 오른쪽은 문제가 된 프린스의 작품이다.

Screenshot_2026-03-24_at_19.44.48.png?type=w386
Screenshot_2026-03-24_at_19.45.06.png?type=w386


또한 2016년에는 인스타그램 미녀 모델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약 9만 달러에 판매하면서 큰 논란이 됐다. 모델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미술계 전반에 파장이 일었고, 여러 언론에서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뤄져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프린스는 이후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에게 개인적으로 금전을 지급하며 소송이 철회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논란 속에서도 그의 작품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배상 판결을 받은 작품조차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소송과 논란이 오히려 하나의 마케팅처럼 작동하고 있다.


그는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쏟아지는 비난과 소송에서 언제나 하는 말이 "나는 도용한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풍자하고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뭐 이런 말이야 누가 못하겠는가. 그런데 어째 내놓는 작품들이 아주 선정적이다.

Screenshot_2026-03-24_at_19.51.15.png?type=w773

하는 짓만 큼 인상도 비호감인 그는 오늘도 자신의 작품을 위해 섹시한 미인들의 인스타그램을 검색하느라 눈이 빠질 지경일 텐데, 이런 비호감과 논란 속에서도 그의 작품은 어느새 100억 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이미 지갑이 두둑해져 있고, 미술계의 큰형님인 가고시안의 후원을 받고 있으니 소송에 휩싸이는 것조차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법원에서 원작자들의 손을 들어 배상 판결이 난 작품들조차 배상금을 훌쩍 넘어 거래되니, 리처드 입장에서는 소송이 지겨울리 없을 것이다.


SE-8d2251dd-1826-4002-b015-5b4826ef06b7.png?type=w1




이번 SBI 옥션에 출품된 작품 역시 팔등신 미인의 인스타 사진을 캡처해 “You some. Not fair. This �” “죽이는데. 반칙이지 이거”라는 양아치스러운 멘트를 달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양아치스럽든, 논쟁적이든 간에 작품의 평가는 결국 컬렉터의 몫. 이번에는 최고 추정가인 5천만 원 정도에 새로운 컬렉터를 찾아갔다.


낙찰가격 : ¥5,175,000



이상 SBI 옥션 결과와 함께한 미라암 캄과 리차드 프린스, 두 명의 작가 이야기

<도쿄 미술 수첩>





매거진의 이전글도쿄 전시회 - 문경원 & 전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