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녕 K

디지로그 인간 K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그 중간 어드메에 존재하는.

요란하게 아침을 깨우는 알람을 끄는 터치로 시작되는 스마트폰과의 동고동락은 K에겐 일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은 흡사 커피나 담배 같은 강한 중독성을 가졌음에도, 업무에 효율성을 높여주고, 세상과의 소통 창구로써 온종일 손에서 떨어질 틈이 없을 정도로 끊기 어려운 매력적인 디지털 기기이다.


K는 일명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끼인 세대에 속했다. 첫 직장에서 타자기에 '타닥타닥' 타자를 치며 신기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실시간으로 세계 각국 사람들의 영상을 유튜브로 확인하고, 조그마한 스마트폰의 자판을 '톡톡톡' 두들겨 생성되는 SNS로 서로서로 연결되는 현실은

어릴 적 공상과학 책의 일면에 실린 미래를 묘사한 어떤 그림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K는 아날로그적 삶에서 디지털 삶으로 비교적 자연스러운 과도기를 거쳐오긴 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모바일 메신저였다. 아날로그를 케이블 드라마로 배운 디지털 세대에겐 가까이 있어도 메신저로 주고받는 대화가 더 익숙하겠지만, 불쑥불쑥 날아드는 톡에 디지로그 인간 K는 적잖은 거부감과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K는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낀다. 메신저를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생각이나 감정 혹은 어떤 상황을 텍스트로 온전히 전달하는 데는 모바일 메신저가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 상대방이 텍스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 답답하고 뜬구름 잡는 대화가 이어지게 된다.

2. 현재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톡을 늦게 보거나 읽고 답장을 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은 서운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3. 원치 않는 단톡 방에 초대되었을 때, 차마 나가기는 누르지 못하고, 빠알간 동그라미 안에 하얀 숫자들의 기하급수적인 상승에 절로 '헉' 소리가 나지만, 무리에 합류하려면 읽어야 하고 답해야만 한다.

4. 야간에, 심지어 새벽에 느닷없이 울리는 톡의 주범은 친하지 않은 누군가의 게임 하트 구걸일 가능성이 높다.

5. 특히 연애할 때, 메신저에 광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톡의 횟수와 답장 속도는 애정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그중에 최악은 헤어져도 온전히 상대방과 이별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헤어져도 상대방의 프사를 자꾸 찾아보게 되고, 프사가 바뀔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리는 건,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으니까...

위와 같은 이유로 모바일 메신저에 대해 반감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신저를 스마트폰에서 삭제할 수도 없었다. K에겐 무엇보다 업무상 편리함이 가장 큰 이유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것도 무시 못할 이유였다.

모바일 메신저의 출시가 처음 K에게 주었던 설렘과, 경이로움을 떠올려보면, 그 경이로움이 홀로 있음의 온전한 자유를 빼앗고, 소통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만을 남긴 것만 같아 씁쓸한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학창 시절, 친구를 위해 고민해서 고른 편지지에 가을이면 단풍잎 하나 사알짝 붙여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던 편지 속 텍스트에 대한 향수를 지닌 채,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는 K는 새롭게 펼쳐진 디지털 세계에 속하면서도 동시에 속하지 않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중간 어드메에 존재하는

디지로그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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